동아투위 "동아의 아픔? 악어의 눈물!"

29일자 사설 정면 반박... "유신시절 광고탄압, 공개토론하자"

등록 2004.11.03 17:50수정 2004.11.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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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독재 시절 자유언론실천운동을 벌이다 동아일보에서 강제해직된 150여명의 기자·PD·아나운서 등이 75년 결성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위원장 문영희)가 30여년만에 처음으로 동아일보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a 조양진 동아투위 총무가 10월 22일, 자유언론실천선언 3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강제해직사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양진 동아투위 총무가 10월 22일, 자유언론실천선언 3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강제해직사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강이종행

동아투위는 3일 오전 김학준 사장과 정경준 노조위원장 앞으로 '동아일보에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는 제목의 서한을 보냈다. 동아투위는 "동아일보가 지난달 29일 사설 「이 총리의 역사인식을 개탄한다」에서 '동아투위 사태'를 언급한 대목을 보고 동아일보의 역사인식을 정말 개탄했다"고 서한을 보내게 된 배경을 밝혔다.

동아투위는 "'유신치하 세계 언론사상 유례가 없는 광고탄압을 받으며 독재에 저항하고 일부 기자들의 해고라는 비극까지 감내했다'는 동아일보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동아일보는 29일자 사설에서 74년 동아투위와 관련해 "언론탄압에 저항한다는 대명제는 같았으나 투쟁 방법에 대한 의견이 달랐기에 비롯된 아픔이고 불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아투위는 "동아일보는 투쟁방법에 대한 의견이 달랐던 게 아니라 자유언론실천의 핵심언론인을 대량해직시킴으로써 유신정권에 굴복했다"고 규정했다.

동아투위는 그 근거로 ▲75년 동아투위 소속 언론인을 강제해직한 뒤 광고탄압이 풀렸고 ▲동아일보 논조가 유신찬양으로 바뀌었으며 ▲광고탄압 사태에 대해 어떤 항의도 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아투위는 또 동아일보가 당시 사태를 '아픔과 불행'으로 표현한 것 대해 "누구의 아픔이고 불행이었다는 말이냐"며 "그것은 동아투위의 아픔이고 불행이었다"고 항변했다. 동아투위는 "이는 당시 민주인사들과 국민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동아일보의 눈물이라면) 악어의 눈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동아투위는 "어떤 정권 하에서도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했다"는 동아일보 사설에 대한 반박도 빼놓지 않았다. 동아투위는 "그런 논리라면 전두환 정권을 찬양한 것도 그 정신의 연장인가"라며 "요즘 노무현 정부에 온갖 악담과 저주를 퍼붓고 있는 보도행태도 '비판과 충고수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투위는 마지막으로 "유신체제에 대한 '투쟁방법의 차이' 등 어떤 문제이든 언제 어디에서나 공개토론할 용의가 있다"며 동아투위 제안수용을 동아일보측에 강력히 촉구했다.

동아일보의 역사인식을 개탄한다
[전문] 동아투위 공개토론 제안문

우리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는 동아일보가 지난달 29일 '이 총리의 역사인식을 개탄한다'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동아투위 사태'를 언급한 대목을 보고 '동아일보의 역사인식'을 정말로 개탄한다.

동아일보는 이 사설에서 "유신 치하 동아일보는 세계 언론사상 유례가 없는 광고탄압을 받으면서까지 독재에 저항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의 해고라는 비극을 감내해야 했다, 언론탄압에 저항한다는 대명제는 같았으나 투쟁방법에 대한 의견이 달랐기에 비롯된 아픔이고 불행이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 말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동아일보는 지난 1975년 동아투위 소속 언론인들을 강제해직한 다음 '광고탄압'이 풀렸다는 점, 동아일보의 논조가 유신찬양으로 바뀌었다는 점, 그리고 '광고탄압 사태'에 대하여 어떠한 항의도 한 사실이 없다는 점에서 '투쟁방법에 대한 의견이 다른 것'이 아니라 자유언론실천의 핵심언론인들을 대량해직시킴으로써 유신정권에 굴복했음을 웅변하고 있다.

그리고 '아픔이고 불행'이라는 뜻은 누구의 아픔이고 불행이었다는 말인가? 그 아픔과 불행은 동아일보의 아픔이나 불행이 아니고, 바로 동아투위의 아픔이고 불행이었다는 사실을 당시의 민주인사들과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이는 악어의 눈물일 뿐이다.

이 사설은 또 '어떤 정권하에서도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했다. 그 정신은 1987년 6월 주항쟁의 기폭제가 됐고'라고 쓰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전두환정권을 찬양한 것'도 그 정신의 연장인가? 그리고 노무현정부에 대하여 온갖 악담과 저주를 퍼붓고 있는 요즘 동아일보의 보도행태가 '비판과 충고수준'인지 묻지를 않을 수 없다.

우리 동아투위는 지난 10월 2일 '언론이 역사를 만든다' 제하의 '10.24 30주년 기념성명'에서 '지금이라도 친일과 독재권력에 부역한 대가로 사세를 확장한 역사적 사실을 고백하고 국민과 독자 앞에 엄숙히 사죄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우리는 동시에 '당신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민족의 통일을 훼방하고, 거짓을 일삼을 때 민중은 당신들의 거짓을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였다. 우리는 이 말을 다시 동아일보에 전한다.

끝으로 우리는 동아일보에 제안한다. 동아일보와 우리 동아투위가 주장하는 유신체제에 대한 '투쟁방법의 차이' 등 어떠한 문제이건 구애치 않고 언제 어디에서나 공개토론할 용의가 있음으로 우리의 제안에 응하여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 총리의 역사인식을 개탄한다
[전문] 동아일보 10월 29일자 사설

이해찬 국무총리가 28일 답변에서 다시 '동아일보'를 거론했다.

이 총리는 "조선, 동아일보를 역사의 반역자"라고 했던 열흘 전 베를린 발언이 "평소의 소회"라고 밝히고 "동아일보는 1974년 유신 때 자유언론을 수호하던 수많은 기자를 집단 해고하고 지금도 복직을 안 시키고 있으므로 역사에 대한 반역"이라고 했다.

한 나라 총리의 역사 인식과 이를 표현하는 수준이 겨우 이 정도인가 싶어 개탄스러울 뿐이다.

유신 치하에서 '동아일보'는 세계 언론사에 유례가 없는 광고탄압을 받으면서까지 독재에 저항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의 해고라는 비극을 감내해야 했다.

언론탄압에 저항한다는 대명제는 같았으나 투쟁 방법에 대한 의견이 달랐기에 비롯된 아픔이고 불행이었다.

그렇다고 자유 언론, 독립 언론으로서의 필봉이 무뎌진 것은 아니었다. 어떤 정권 하에서도 치열하게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했다. 그 정신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고 지금도 살아 있다고 본다.

이것이 '역사에 대한 반역'인가. 그런 논리라면 "유신 본당을 자처했던 김종필 전 총리 밑에서 교육부 장관을 한 이 총리가 반역"이라는 한 야당 의원의 주장에 총리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총리라면 더 넓고 엄정한 눈으로 역사를 봐야 한다. 젊은 날 민주화의 격랑을 헤쳐 왔다는 이 총리가 당시 상황에 대한 역사적 통찰은 없이 이런 식으로 막말을 하는 것은 권력에 기댄 또 하나의 폭력일 뿐이다.

총리의 이런 행태는 그가 이끄는 내각과 몸담고 있는 정권의 품격까지도 떨어뜨리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 나라 형편이 그럴 만큼 한가한지도 의문이다. 오죽하면 여당 안에서까지 비판의 소리가 나오겠는가.

어느 나라, 어떤 정권 아래에서도 독립 언론, 비판 언론은 존재한다. 제대로 된 민주정부라면 이를 용인하고 비판과 충고에 귀를 기울이는 법이다.

실정(失政)의 책임을 언론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그럴 만한 포용력도, 자신감도 없다면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나라를 끌고 갈 자격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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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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