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박테리아, 더는 인류와 공생관계일 수 없어

'공생 관계 진화'의 신호인가?

등록 2004.11.07 02:00수정 2004.11.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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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속에는 그야말로 박테리아 천지다. 이들은 외부로부터 몸 속으로 침투하여 병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소화과정 등 몸 속 대사 활동에 깊숙이 관여하여 인간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하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린 마굴리스 박사는 이러한 인간과 박테리아의 공생관계를 다윈 진화론의 적자생존의 법칙을 뛰어넘는 공생을 통한 진화로까지 확대하였다.

하지만 인간과 박테리아의 공생관계는 일부분 인위적인 방법으로 깨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워싱턴 대학 분자생물학 제프리 고든 연구팀은 소장과 대장에서 살고 있는 박테리아가 지방 섭취와 저장을 조절하는 효소를 억제한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 박테리아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의 분해를 촉진하여 몸의 주인에게 같은 섭취 음식량보다 더 높은 칼로리를 얻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11월 2일자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에 기고된 논문에 따르면 고든 박사 연구팀은 두 달 동안 다른 쥐의 장에서 추출한 여러 가지 세균에 노출되어 생활한 쥐들이 같은 기간 동안 무균 상태에서 생활한 쥐들보다 무려 42% 더 뚱뚱해진 것을 발견하였다.

먹는 양은 오히려 세균에 노출된 쥐들이 무균 상태에서 지낸 쥐들 보다 29%나 덜 먹었다. 또 무균실에서 생활한 쥐들이 세균에 노출된 쥐들보다 27% 가량 대사 활동이 느렸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위의 결과가 빠른 대사활동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던 초기 인류에겐 이러한 박테리아의 기능은 생존을 위해 바람직한 '공생진화형태'였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만과 과체중으로 당뇨와 고혈압, 심장병, 간 기능 저하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금 이 박테리아와의 공생관계는 더 이상 공생 관계일 수 없다.


스위스 로잔 대학의 월터 할리 교수는 지금까지 과소평가해 온, 에너지 축적 과정에서 장 박테리아들이 하는 역할을 규명하면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전혀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관련 박테리아들의 수를 줄이거나 활동을 제한하여 비만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 마굴리스 박사의 주장대로 공생 관계에 의해 진화가 이루어져 왔다면 고든 박사가 발견한 인간과 박테리아의 공생관계 변화는 새로운 인류 진화를 알리는 신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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