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 노조 9일부터 파업... 파행방송 불가피

노조 "공익적 민영방송 합의 지켜라"

등록 2004.11.08 17:33수정 2004.11.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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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천시에 위치한 경인방송 사옥.

인천시에 위치한 경인방송 사옥. ⓒ 경인방송 홈페이지

지배주주 동양제철화학과 '공익적 민영방송'을 놓고 1년 넘게 갈등을 빚었던 경인방송(iTV) 노조가 전면전을 선포했다. iTV 노동조합(위원장 이훈기)은 9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8일 밝혔다.

노조는 9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18시간 전면파업을 벌이는데 이어 이튿날부터 보도국과 스포츠총괄센터(10일), 기술국(11일), 편성·제작국(12일), 경영·영상미술국(13일) 등이 차례로 부분파업에 나서고 15일부터는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전체 직원의 90%가량이 조합원인데다 보도국 비조합원은 보도국장 1명뿐이어서 iTV는 뉴스중단 등 파행방송이 불가피한 상태다. 전면파업을 하는 9일과 보도국 부분파업을 하는 10일, 기술국 파업을 하는 11일까지 3일간 메인뉴스 <뉴스10>과 <오전6시 뉴스>, <오전10시 뉴스>, <오후4시 뉴스>, <수도권뉴스> 등이 전면 중단된다.

스포츠분야도 스포츠총괄센터장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조합원이어서 스포츠뉴스와 스포츠 중계가 전면 중단 될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생방송 아이포유 5>, <박철의 연예로드쇼>, <생방송 한기찬의 금요토론>, <코미디 금요천하>, <성인가요 베스트 30> 등 상당수 프로그램이 불방될 가능성이 높다.

라디오의 경우 9일과 11일 이틀간 <굿모닝 클래식>, <좋은 아침! 유형서입니다>, <박근혜의 뮤직박스>, <이규석·선우경의 유쾌한 오후4시>, <오종철·문영민의 팡팡907>, <조진영의 음악이야기> 등은 파행방송이 불가피하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노사협상 핵심쟁점은 '공영방송 민영화'

노조는 지난해 방송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회장에 맞서 6개월여 투쟁 끝에 회장을 퇴진시킨 뒤 왜곡된 민영방송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방안으로 '공익적 민영방송 쟁취투쟁’을 계속 벌여왔다.


그러나 동양제철화학측은 10월 1일 실질 임금 50% 삭감을 제시한 채 협상을 회피하고 있다는 게 노조측 판단이다. 결국 협상이 잇따라 결렬되자 노조는 같은 달 14∼16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 81.3%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으며 20일 조정기간이 만료돼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노조의 이번 파업결의는 회사측의 임금삭감안에 있지만 핵심 쟁점은 이른바 `공익적 민영방송' 추진안이다.

동양제철화학은 지난 5일에도 공익적 민영방송과 관련한 최종안을 노조측에 내겠다고 했으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노조는 이보다 앞서 10월 19일 ▲명실상부한 제2의 창사를 위한 창사준비위원회 설립 ▲공익재단 설립 ▲사장 공모추천제 ▲iTV 건물과 토지의 자산화 등이 담긴 협상안을 동양제철화학에 최종 전달한 바 있다.


한편, 노조는 지상파 재허가 추천심사를 진행 중인 방송위원회에도 "노사간 공익적 민영방송안이 타결될 때까지 재허가 추천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훈기 노조위원장은 "방송위는 2차 의견청취를 할 때만 해도 iTV 지배주주와 경영진, 노조의 3자 합의를 재허가 이행조건으로 명시했는데 재허가 심사결과에서 완전히 빼버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방송위원회가 3자합의를 이행조건에서 슬그머니 빼버리자 공익적 민영방송을 놓고 노조와 협상을 벌이던 동양제찰화학측이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며 "회사측도 사내 통신망에 '3자합의' 조항을 명문화해서 올릴 정도로 공식화했던 게 왜 누락됐는지 모르겠다, 이번 파업에는 방송위원회 책임도 크다”고 주장했다.

방송위원회는 10월 26일 추천심사 결과발표를 통해 재허가 조건으로 ▲우선주 지분 초과분 처리 ▲투자의향서 제출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iTV에 요구했다. 방송위는 이같은 전제조건을 가지고 오는 23일 iTV에 대해 의견청취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만일 동양제철화학이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허가추천을 거부할 수 있는 청문회까지 갈 수도 있다.

노조는 파업 첫날인 9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동양제철화학 본사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겸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노조는 이날 방송사 지배주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동양제철화학 책임을 집중 성토하고, 공익적 민영방송 실현을 위해서 동양제철화학측 결단을 촉구할 예정이다.

지배주주 동양제철화학 지분한도 초과

현재 iTV 지배주주 동양제철화학은 경인방송 지분 26.7%를 소유하고 있다. 또 우선주 350여만주를 가지고 있어 방송법이 정한 30% 지분을 초과한 상태다. 이에 따라 방송위원회는 재허가 심사과정에서 지분이 초과된 우선주 200만주에 대해서 처분 명령을 내렸다.

동양제철화학의 iTV 소유와 관련한 문제점은 지난 국정감사 과정에서 여러차례 지적됐다.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은 “동양제철화학이 지금까지 iTV에 투자한 실제금액은 399억원이지만, 적자상황에서도 건물과 토지에 대한 임대료는 꼬박꼬박 250억이나 챙겨갔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열린우리당 의원은 “동양제철화학이 iTV에 연초에 50억원을 빌려주고 연말에 12%의 고율의 이자를 받아간 경우만도 수 차례나 있다”며 지배주주의 부도덕성을 지적했다.

노웅래 열린우리당 의원 역시 "동양제철화학은 iTV를 지렛대로 iTV 일대 수십만평의 개발을 통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이익을 거두려고 한다"며 "동양제철화학이 SBS 지배주주 태영처럼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공익적 민영방송 전환으로 사회환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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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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