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장성 백양사의 가을 이야기

등록 2004.11.10 18:32수정 2004.11.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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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한 잎 두 잎 떨구며 자신을 비워내고 있을 즈음, 이를 바라보는 우리네 마음 한켠에는 스산한 바람이 일며, 왠지 서늘한 느낌이 들곤 하지요.

지난주 토요일 오랜만에 만난 중학 동창생 녀석들과 함께 장성 백양사를 찾았습니다. 만산홍엽의 정취가 물씬 풍겼습니다.


a 호수를 곱게 물들인 만추

호수를 곱게 물들인 만추 ⓒ 한석종


a 계곡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인 만추

계곡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인 만추 ⓒ 한석종


a 다리 난간 사이로 살며시 드러낸 만추

다리 난간 사이로 살며시 드러낸 만추 ⓒ 한석종


a 난간 사이로 빼꼼이 드러낸 단풍잎의 자태가 부끄러운 새색시 볼처럼 곱기도 하다

난간 사이로 빼꼼이 드러낸 단풍잎의 자태가 부끄러운 새색시 볼처럼 곱기도 하다 ⓒ 한석종


a 개울물을 곱게 물들인 만추

개울물을 곱게 물들인 만추 ⓒ 한석종

백양사의 가을은 날렵한 춤꾼이 기(氣)를 모아 온몸을 허공에 가볍게 던지는 재주를 부리듯, 나무들은 형형색색으로 물든 나뭇잎을 부질없이 떨구고 있었습니다.

a 백양사 대웅전 뒤뜰에 부서지는 만추

백양사 대웅전 뒤뜰에 부서지는 만추 ⓒ 한석종


a 탑을 휘감고 흐드러지게 핀 단풍

탑을 휘감고 흐드러지게 핀 단풍 ⓒ 한석종


a 탑을 휘감고 흐드러지게 핀 단풍

탑을 휘감고 흐드러지게 핀 단풍 ⓒ 한석종

세월을 배낭 삼은 여느 70대 노파는 흐드러진 단풍길을 걸으며 "허!허! 30여년만에 처음 일세!"를 연신 되뇌이셨습니다.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감탄인 듯 탄식인 듯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a 오가는 사람들 옷깃에 물감이 되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오가는 사람들 옷깃에 물감이 되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 한석종


a 담 너머 단풍잎 사이로 태양이 부서지다

담 너머 단풍잎 사이로 태양이 부서지다 ⓒ 한석종

이렇듯 가을은 보잘 것 없는 흑백사진 같은 우리 민초들의 척박한 삶을 형형색색으로 곱게 물들이며 각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것은 아닐까요?

가을에는
우리네 삶이 봉숭아 빛깔로 물들어 가는 듯합니다
평소 인기척 없이 스쳐지나가던 얼굴들이
유난히 살갑고 정겹게 다가와 있으니 말입니다

가을이 오지 않았던들
평소 내 교만이 가을 하늘처럼 높아져
가당찮게 여겼을 법했을 테니까요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지, 삶의 뿌리가 젖어 있지 못한 탓으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이런 주변의 사소함에 귀 기울이며
내 삶을 뒤돌아보게 해 주는 이는
귀뚜라미가 초인종을 누르며
택배로 전달하고 간
가을입니다


-<가을이야기> 한석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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