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조선일보, '현수막 소송' 일단락

공개사과-손배소 포기 합의...언론노조 "스포츠조선 사태해결 위한 동기"

등록 2004.11.11 14:06수정 2004.11.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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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언론노조의 2억원대 '현수막' 소송이 '공개사과-소송취하' 방식을 통해 일단락됐다. 양측은 법원의 이같은 조정결정에 합의, 1년여간 지속된 소송 건을 매듭지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10일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 에 실은 공개사과문을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해 조선일보사와 방상훈 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깊이 사과합니다”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또 “책임있는 언론종사자들의 단체로서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으며, 이번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과광고는 미디어오늘 3면에 5단전체 크기로 게재됐다.

더불어 조선일보와 방상훈 사장은 언론노조 및 신학림 위원장을 상대로 지난해 10월 제기한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현수막 문구는 <스포츠조선> 노조가 지난해 일부 간부의 성희롱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언론노조는 같은 해 10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프레스센터 앞 가로변에 "조선 방상훈 사장 노조가 싫다고 임산부에게 술 먹이냐” "조선 방상훈 사장 성희롱 문제 해결하시오" 등의 구호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걸은 바 있다.

그러자 조선일보와 방상훈 사장은 언론노조 및 신 위원장을 상대로 "근거없는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각각 1억원씩 모두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하지만 언론노조는 "스포츠조선 문제해결을 위해 대주주인 조선일보와 경영진이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선전활동"이라고 반박했다.

a <미디어오늘> 10일자 3면에 실린 언론노조 사과문.

<미디어오늘> 10일자 3면에 실린 언론노조 사과문. ⓒ 신미희

법원 "공공이해 사항이라도 명예침해는 안돼"


한편, 법원은 이보다 앞서 스포츠조선 성희롱·인권탄압과 관련, 언론노조와 스포츠조선 지부의 각종 선전활동 등 단체행동은 인정하지만 직접 하지 않은 행동을 오해할 소지가 있도록 하는 행위는 금지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서울지방법원 민사50부(재판장 이홍훈)은 지난해 11월 6일 하원 스포츠조선 사장이 신학림 위원장 등 7명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금지가처분 판결에서 "언론사인 <스포츠조선> 내에서 임산부에게 음주를 강요하거나 모욕하는 행위가 저질러졌는데도 신청인이나 스포츠조선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은 사회상규상 상당성의 범위를 넘는다고 선뜻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시 법원은 "언론사가 담당하고 있는 공공적 기능이나 공익성, 그 주장의 진실성 등에 비추어볼 때 공공이해에 관한 사항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할 뿐 아니라 다소 과장되거나 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한 면이 없지 않더라도 금지를 명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할 것이지만 헌법상의 자유도 타인의 명예 또는 신용이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일반인들이 신청인이 직접 하지 않은 행동을 오해할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금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언론노조-조선일보 합의 어떻게 이뤄졌나
2개월간 수차례 수정...양측안 절반씩 수용

▲ 언론노조가 지난해 11월 8일 조선일보 사옥앞에서 집회하는 모습.
ⓒ이영환 기자
이번 공개사과문은 어떻게 나왔을까. 법원은 조정과정에서 수 차례에 걸쳐 양측 의견을 수렴하는 등 최종 합의가 되기까지 2개월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우선 양측이 각각 사과문안을 만들어 재판부에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양측은 문안내용은 물론 사과광고 크기, 제목부터 의견이 달랐다. 조선일보는 <미디어오늘> 1면 5단전체 크기를 원했고, 언론노조는 3면 5단 반 크기를 제시했다. <미디어오늘>이 사과문을 싣는 매체로 지목된 것은 조선일보가 먼저 제안했다.

사과문구도 차이가 났다. 조선일보가 9월 17일 제시한 문안에는 "언론노조와 신학림 위원장의 허위사실 유포행위로 말미암아 80여년에 걸쳐 쌓아온 국내 최고 언론사로서의 명예와 신용에 막대한 타격을 받은 조선일보사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게 머리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이를 자숙의 계기로 삼는다"는 표현도 들어있다. 조선일보 안의 제목은 '조선일보와 방상훈 사장에게 사과합니다'.

하지만 언론노조가 10월 7일 낸 문안에는 "산하 지부인 스포츠조선지부 현안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현수막을 내걸었으나 결과적으로 지나친 표현이었다", "사태해걸을 위한 언론노조의 순수한 동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른 표현으로..." 등의 입장이 담겨 있다.

양측 의견을 수렴한 법원은 10월 15일 두 가지 안을 내놨다. 사과문 내용은 각각 양측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미디어오늘> 1면 5단전체로 싣는 안과 2면 5단전체로 싣는 안이 제시됐다. 결국 양측은 법원의 두 가지 방안을 절충, 결국 3면 5면전체 크기로 최종 합의하게 이르렀다.

이번 합의에 대해 조선일보측은 "조선일보가 내는 모든 소송의 목적은 돈이 아니다"며 "'진심으로 사과한다'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언론노조 입장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언론노조 변론을 맡은 고재환 변호사는 "방상훈 사장이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현수막 문구가 명예훼손성이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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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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