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을 빼고 동서문명의 교류를 말할 수 없다"

정수일의 <이슬람문명>

등록 2004.12.03 23:31수정 2004.12.0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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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불교문화권에서 그 역사를 이루었으며 근세에 들어서는 기독교를 받아들여 우리는 불교와 기독교에 대하여 매우 친숙해 있다. 그러나 세계 3대 종교 중 하나인 이슬람교에 대하여는 잘 알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거의 왜곡된 수준으로 이슬람교를 잘못 알고 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이슬람교와 그에 따른 이슬람 문명을 올바로 알려준다.

저자는 말한다. "인간에게 삶이 궁극적 목적이라고 하면 사귐은 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고, 서로에 대한 앎은 그러한 수단을 가능케 하는 전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앎이다." 이 말에서 보듯이 중동을 제대로 알려면 그들을 알아야 하고 그들을 알려고 하면 이슬람교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슬람이란 아랍어는 원래 '순종'과 '평화'의 뜻을 담고 있다. 인간이 알라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함으로서 진정한 평화에 도달할 수 있다는 종교적 의미를 포함한다.

이슬람문명권은 7세가 초반 이슬람교의 출현과 함께 형성되었다. 이슬람교는 단순한 신앙체계가 아니라 종교와 세속 모두를 포괄하는 신앙과 실천의 체계이다. 이슬람문명은 그리스로마문명을 적극 수용하여 융화 발전시켜 중세 유럽에 르네상스를 일으켰으며 그 결과 지금의 강력한 유럽문화가 형성되어 모든 지구인이 그 문명의 혜택과 결실을 향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떠나서는 세계를 바로 알 수 없다.

이슬람의 창조자는 알라이고 무함마드가 창시한 것이 아니라 다만 그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주요 경전으로 모세5경, 다윗의 시편, 예수의 복음서, 무함마드의 꾸르안(코란)이 있다. 이 중 꾸르안은 알라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무함마드에게 내린 계시를 그대로 기록한 책으로 무함마드 자신이나 어느 삼자의 개입도 없는 가장 완벽한 마지막 경전으로 인정한다. 아브라함, 모세, 예수, 무함마드만 알라가 직접 파견한 사람(성사)으로 우대하며 이중 무함마드를 마지막 예언자로 가장 우대한다.

이슬람교 교리의 근본은 "신은 오로지 알라뿐이고, 무함마드는 알라가 보낸 사람"이다. 이슬람교는 다른 종교의 유일신을 배척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꾸르안은 "종교에는 강제가 있을 수 없다"고 하여 신앙의 자유를 강조한다.

이슬람을 관용의 종교라 하는 것은 인간은 원래가 착한 존재이므로 실수나 죄, 불의 같은 것은 일시적인 것으로 용서할 수 있다는 이슬람의 종교적 이념에서이다. 모든 부는 알라에게 속하며 사용권은 반드시 합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해야 한다고 한다. 인간의 물질적 복리를 권장하며 부의 공정한 분배를 통해 평등을 실현하며 근면은 미덕이고 나태는 악으로 간주하여 이자를 금지한다.


기독교는 여성을 악마의 통로로 저주하였고 불교는 여신불성불 등으로 여성차별을 고수하였다. 그러나 인격적 차원에서 이슬람교는 여성과 남성을 동격으로 본다. 결혼은 사회적 종교적 의무이고 권리의 부여와 행사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격이며 여성은 남자의 청혼을 거절할 수 있고 남편은 부인의 모든 사유재산에 간여할 권리가 없다.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르는 관행도 없다. 혼인문제에서 이슬람 여성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다른 전통사회보다 월등하다.

서구는 근세까지 여성의 재산권을 일절 인정하지 않았으며 참정권도 주지 않았다. 나폴레옹 법전에도 아내의 재산권과 소송권은 배제되어 결국 여권운동의 빌미가 되었다. 아내가 남편을 공경하고 따르며 남편의 명예를 지키는 것을 여성의 미덕으로 보며, 남성은 여성을 친절히 대하고 미워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원래 일부일처제이나 전쟁에서 오는 결과로 여성을 구제하고 보호하기 위해일부다처제가 도입되었다고 한다. 얼굴을 덮는 히자브(차도르)는 여성을 보호하고 노출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문란과 비리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관행이지 구속력을 가진 제도나 규정이 아니다. 돼지고기도 지방이 많아 변질되기 쉬운 까닭에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여 이슬람 초기부터 금식하였다.

1798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침공을 효시로 2차대전까지 거의 모든 이슬람국가는 서구의 식민지가 되고 그 결과 이스라엘이 건국되어 현재 중동분쟁의 불씨가 되었다. 미영 7대 메이저가 중동 석유의 실권을 쥠으로써 서구문명에 대한 무슬림의 불신과 저항을 조장하였다. 근본주의(fundamentalism)는 미국의 개신교에서 일어난 보수주의 종교운동이다. 18세기 천년왕국운동을 뿌리로 1902년 미국성서연맹을 결성하여 기독교의 근본교리를 지키기 위한 명분으로 출현한 반모더니즘적인 주의주장이다.

미국의 근본주의는 비타협적인 전투성을 띠게 되어 비난을 받자 복음주의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슬람은 근본주의가 아니라 원리주의이다. 이슬람사에는 이슬람교의 근본교리를 거역하는 이단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늘날 세계가 이슬람문명을 대안문명의 하나로 지목하는 이유가 이러한 이슬람교의 생명력에 있다.

한자문명권 밖에서 처음으로 한국(신라)의 존재를 만방에 소개한 사람도 9세기 중엽 아랍 무슬림이다. 1154년 아드리씨의 세계지도에 최초로 신라가 포함되었으며 처용설화의 주인공을 무슬림으로 본다. 혜초는 최초로 아랍을 방문하여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다. 고려시대에 아랍상인이 대거 몰려오고 원제국을 통해 이슬람문명이 전파되어 덕수 장씨, 경주 설씨, 임천 이씨 등의 시조가 아랍인이다.

우리가 애용하는 소주는 몽골군이 마시는 아락주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증류주이다. 이는 몽골군이 서아시아에서 양주법을 배워온 것으로 BC 3000년 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몽고군이 일본 원정을 목적으로 개성과 안동 제주도에서 처음 빚었다고 한다. 위구르문자를 몽고가 사용하므로 이 언어적 요소가 훈민정음에 참입되었을 개연성도 높다고 한다.

저자는 "이슬람을 모르고 세계종교를 안다고 자신하지 말라. 징검다리 역할을 해온 이슬람문명을 제쳐놓고 동서문명의 교류를 말할 수 없다. 한국과 이슬람의 만남은 역사의 필연"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는 모두 셈족이 만든 종교로 유대교의 여호와와 기독교의 하느님 그리고 이슬람교의 알라는 결국 같은 존재이다. 단지 믿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유대교와 이슬람교를 박해하였고 이제는 유대교와 어울려 기독교는 이슬람교를 박해하고 있다. 교황이 십자군전쟁을 포함하여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회개하는 마당에 이제 그와 똑같은 잘못을 유대교와 함께 기독교 복음주의는 또 다시 저지르고 있다.

우리가 익히 들은 '한손에는 코란, 다른 손에는 검'이라는 말은 13세기 중엽 십자군이 이슬람 원정에서 패배할 때 이탈리아 성직자인 토마스 아퀴나스가 한 말로 이슬람의 증표로 오도되고 있다. 이슬람은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로서 신앙을 검으로 강요하지 않으며 관용적으로 신앙의 자유를 보장해왔다. 중동분쟁의 주범은 정치이지 종교가 아니다. 지금은 '한 손에 성경을, 다른 손에 미사일'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껏 이슬람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은 그 모든 것이 현재의 중동분쟁을 만든 이슬람과 적대적 이해국인 미영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의 위치에서 이슬람을 바로보아야 할 것이다. 이슬람과 우리나라는 한 번도 적대적인 관계가 없었을 뿐 아니라 한국전쟁 때에는 이슬람나라인 터키에서 군사원조를 하였다. 또한 막대한 외화를 벌고 있는 곳 역시 이슬람이다. 이러한 관계가 미국과 동맹국이라는 이름 하에 그들을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올바로 이슬람을 이해하여 자주적이고 옳은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아랍속담에 '빨리 하는 것은 사탄이나 하는 짓이고, 천천히 하는 것이라야 알라가 기뻐한다'라는 말을 다시금 되새겨 보자.

이슬람문명

정수일 지음,
창비,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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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한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 역사가 담긴 자전거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 <체게바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출간.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현 배재대 명예교수, 피리와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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