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일거수 일투족' 꼼짝 마라?

[현지취재] 삼성 탕정공장, RFID 도입 추진.. 시민단체 "인권침해"

등록 2004.12.31 11:27수정 2005.01.0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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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스원이 6월 10일 작성한 RFID추진계획서와 탕정공정 RIFD도입 현황 ⓒ .

충남 아산시 탕정에 위치한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직원과 방문객, 차량 등에 RFID 부착을 추진하고 있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좁쌀만한 크기인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System, 전자태그)는 초소형칩을 라벨이나 태그에 탑재해 무선주파수로 정보를 읽어 내거나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물류와 자산관리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RFID를 사람에게 부착하는 것은 인권 침해 요소가 있는 데다 법률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국내에서는 사용 사례가 없는 상태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삼성전자 탕정공장 RFID 추진계획'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탕정(TFT-LCD 7라인)공장에 RFID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적용대상은 인원, 자산/물류/차량으로 확인됐다.

이 문서에는 RFID의 구체적인 이용사례와 향후 계획까지 적시돼 있다. 직원들에게는 사원증 케이스에 RFID를 부착시키고, 자산과 물류에는 직접 RFID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한 공장 진입 차량의 경우는 차랑 전면에 RFID를 부착해 주요 이동경로에 설치된 안테나를 이용해 관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RFID표준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서에는 그룹 표준화 방안으로 "보안을 위한 RFID의 경우 출입관리시스템과 연동성을 고려하여 구성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상 RFID가 삼성그룹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탕정 공장에 근무하면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에 따르면 "RFID를 사원증 케이스에 부착해서 정문을 통과하면 자동적으로 인식이 시작된다"면서, "방문객이나 차량도 RFID가 내장된 카드를 받아야 공장 출입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밖에서는 물류에만 RFID가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사람에게 RFID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외부에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는 교육을 받기도 했다"고 말해 삼성 역시 RFID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 경로 분·초까지 파악

삼성전자 탕정 공장에 근무하는 이민우(31. 가명)씨. 출근을 위해 공장 정문을 통과하면 그의 사원 카드 안에 부착된 RFID카드가 작동을 시작한다. 정문 통과와 동시에 이씨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컴퓨터 화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원번호, 주민번호 혹은 RFID 번호만 입력하면 컴퓨터 화면에 이민우씨가 정문을 통과한 시간이 몇 시인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회사내에서 이씨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보여준다.

오늘 공장 안에 들어와서 몇 시, 몇 분, 몇 초에 어디에 있었는지 하루의 이동 경로가 디렉토리로 표시된다. 대상정보에는 이씨 사진과 보안 등급 등이 표시되며 VIP는 따로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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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ID칩을 부착하고 정문을 통과하면 컴퓨터 화면에 개인의 이동경로와 위치까지 상세하게 표시된다. 붉은 선 안에는 이동경로가 자세하게 담겨 있다. ⓒ .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탕정공장 RFID 실행 자료'에 따르면 이씨의 10월 *일의 이동 경로가 초단위로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정문동에서 1층으로 모듈동에서 사무동으로 이동한 시간이 등록돼 있으며, 보안등급이 표시돼 있다. 검색기간을 설정하면 날짜별로 이동 경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사람 뿐 아니라 RFID가 부착된 차량도 이동경로 확인이 가능하다. 보안이 요구되는 지역에 출입하는지 여부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도로 중간중간에 RFID안테나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현재 RFID의 성능을 실험하고 있고, 소수 직원들에게 시험하는 단계"라면서, "RFID 기술력이 미비한 수준이기 때문에 현실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측은 "보안과 편의 차원에서 RFID를 고민했을 뿐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탕정 공장에 근무하면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은 "RFID를 탕정공장 직원 전체와 방문객, 차량 등에 설치한다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건물 곳곳에 인식 안테나가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차량을 대상으로 한 삼성 탕정 공장의 RFID사용 추진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사무국장은 "물품 관리를 위해서 사용하는 RFID도 인권 침해를 이유로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국내에서도 최근 한 어린이집 원아들을 대상으로 RFID를 시험 사용하려 했다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반발로 중단된 사례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물류 효율화를 위해서 RFID가 필요하다면 적용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최세진 정보통신부장은 "사람과 차량에 RFID를 부착하는 것은 심각한 프라이버시의 침해"라면서 "RFID사용은 생상공정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진행될 수 있는 데다 감시자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피감시자는 약자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세진 부장은 "정보통신부까지 나서 RFID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데다 삼성에서 시작하면 모든 기업에서 시행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통부의 야심찬 프로젝트, RFID

정통부는 RFID를 유비쿼터스 환경의 기반 매체로 보고 활성화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RFID는 오는 2010년을 목표로 한 정통부의 차세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RFID를 두고 개인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는 지난 11월 12일 RFID를 부착할 때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표시하게 하고, RFID를 이용해 수집한 정보는 목적 달성 후엔 파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RFID 사생활 보호 가이드라인안'을 발표했다. RFID가 사업자에 의해 오남용 됐을 때 사생활 침해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정보보호진흥원도 인정한 셈이다.

RFID 사용에 대해 법무법인 지평의 이은우 변호사는 "헌법에 명시돼 있는 프라이버시권과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에 비춰봤을 때 RFID를 사람에게 부착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있다"면서, "RFID 설치는 근로조건과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노조 등과 단협을 통해 내용을 협의해야 하고, 현재 논의 중인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RFID 설치에 대한 개인 동의를 반드시 얻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FID는 전자추적표? 좁쌀 크기에 정보 가득
정통부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 계획

RFID는 무선 주파수를 발신하는 좁쌀만한 극소형 칩으로 제품에 부착해 제품정보나 수량을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서 제품마다 붙어 있는 바코드를 RFID칩으로 대체한다고 보면 된다.

가령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계산할 때 RFID를 이용하면 계산대에 물건을 쏟아놓지 않고도 인식기만 지나가면 한꺼번에 물품 종류와 가격을 인지해 계산을 끝낼 수 있다. 재고파악과 물건 판매를 주 업무로 하는 유통업계에는 엄청난 선물인 셈이다.

전세계 1위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RFID를 부분적으로 사용해 유통경로 추적을 하고 있으며, 2005년 1월1일부터 100대 납품업체들에게 의무적으로 RFID를 부착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5월부터 테스코와 제일제당이 제품 재고관리와 정산시스템에 RFID를 시범적용하고 있다.

인텔이나 필립스 같은 반도체 업체들이 칩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며, 삼성에서는 RFID를 차세대 성장동력 아이템으로 선정해 개발과 적용에 힘을 쏟고 있다. 정통부 역시 RFID를 유비쿼터스 환경의 기반 매체로 보고 활성화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12월 21일 RFID를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는 것과 함께 이로 인해 개인정보 침해가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30억원 규모의 과제를 발주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개인프라이버시 보호 운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들에서는 RFID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RFID를 프라이버시를 위협하는 '빅브라더'로 규정하고, RFID를 전자추적표로 부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또한 프라이버시 영향평가제를 도입해 정부나 기업이 RFID를 도입할 경우 반드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하고 RFID를 통한 추적 목적과 장소, 거리, 시간에 대해 체적으로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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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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