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할매·돌할배에게 소원 비세요

소원 들어주는 돌할매·돌할배

등록 2004.12.30 18:47수정 2005.01.0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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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원 성취 바라옵니다. 돌할매, 돌할배."

신비의 돌할매와 돌할배. 정성만 지극하면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고 한다.

대구에서 일을 보고 4번 국도를 타고 영천에서 경주로 가는 방향으로 가다가 영천 내포리에 소원 들어 주는 돌할매와 돌할배가 있다는 이야기에 찾아가 봤다. 진짜 소원을 빌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했는데 호기심에 간 우리와는 달리 소원을 빌러 오는 분들이 제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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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할머니께 소원 빌러 오신 분들. 약수도 드시고. ⓒ 조선희

입구에 있는 약수를 마시며 소원을 비는 돌할매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입구 우측의 바위 벽에는 다녀간 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조그마한 동자상과 불상들이 오밀조밀 재미있게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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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벽면에 정성스레 놓여진 동자상 ⓒ 조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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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벽면에 정성스레 놓여진 기원을 뜻하는 여러 가지 동자상, 불상들 ⓒ 조선희

돌할매는 언제부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수백년 전부터 마을 주민들에게 당산신 할머니로 모셔져 왔다고 한다. 마을의 대소사나 각 가정의 길흉화복을 질문하고 빌기도 했다. 음력 6월 15일은 돌할머니의 생일날인데 초하루 보름날에는 돌할머니 기도회를 갖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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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돌이 바로 소원을 들어준다는 돌할머니 ⓒ 조선희

간 김에 소원 하나 빌어 봐야지 하는 마음에 안내판에 써 있는 대로 따라 했다. 우선 몸과 마음을 단정히 했다. 합장하고 정중하게 삼배한 다음 아무 생각 없이 돌을 들어 봤다(돌 무게는 10kg으로 누구나 들 수 있는 무게임). 주소와 성명, 나이를 소개하고 한가지 소원을 말했다. 그리고 나서 돌을 드는데 거짓말처럼 겨우 바닥에서 들릴 정도로 어렵게 들렸다

원래는 돌이 아예 들리지 않아야 소원을 들어 주는 거라고 하는데 안내판에 보니 처음보다 무거워졌으면 소원을 들어주는 거라고 되어 있었다. 소원을 들어줄 거라는 기대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렇게 돌할매를 보았으니 '돌할배'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돌할배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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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할매, 돌할배 안내 표지판. ⓒ 조선희

돌할매와는 약간은 다른 분위기였지만 돌할배 역시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곳이었다. 특이한 것은 돌할매집에는 불상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사람 형상을 한 돌상이 들어가는 입구 왼편에 우뚝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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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할배 입구에 있는 사람 형상의 돌상 ⓒ 조선희

돌할배는 두리봉이라는 이 지역에 약 350년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한 불자의 현몽으로 돌할배를 찾아 이곳에 모셔 놓고 지성으로 기도를 드려 소원 성취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방법은 돌할매와 같았다. 한가지 차이점이라고 하면 돌할매와는 달리 3번까지 들어 보게 되어 있는데 계속 들리면 정성이 부족한 것으로 알고 다음에 다시 오라고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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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할배 모신 곳 ⓒ 조선희

간 김에 돌할배에게도 소원을 빌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 번째에는 돌을 들을 수가 없었다. 정말 소원을 들어 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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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할배를 찾아와 정성으로 빌고 계신 분들 ⓒ 조선희

입구 좌측 바위 틈새마다 기원하는 분들이 갖다 놓은 부처상, 동자상, 돌하루방이 틈틈이 놓여 있었다. 금부처상의 손에는 동전도 수북히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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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틈새에 정성스레 놓고 간 금부처, 손에는 동전도 수북. ⓒ 조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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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틈새 많은 작은 석고상들 ⓒ 조선희

밖으로 나오면서 정말 소원을 들어 주기 위해 돌할매와 돌할배가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무겁게 느껴져 들기 힘든 것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의 심리를 잘 활용해 마을의 대소사나 집안의 길흉화복에 대해 마음의 위안을 얻게 하려는 선조들의 재치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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