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기관지 편집장 교체'로 정파 갈등 조짐

좌파 성향 <이론과 실천> 편집장 교체로 논란

등록 2004.12.30 18:52수정 2004.12.3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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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월간 기관지 <이론과 실천> ⓒ 권박효원


민주노동당 기관지위원회가 최근 당 기관지인 월간 <이론과 실천> 편집장을 교체하기로 결정하면서 당내 정파 갈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28일 정성희 기관지위원장은 최영민 <이론과 실천> 편집장에게 "편집장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고, 분위기를 바꿔서 새롭게 책을 낼 필요성이 있다"며 "새로운 편집위원장을 선임하겠다"고 구두 통보했다.

정 위원장은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3당이 된 만큼 변화된 위상, 당원의 요구에 맞게 <이론과 실천>의 내용과 형식을 대폭 혁신시켜야 한다"며 "설문조사나 각 지구당과의 전화통화로 당원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새 편집장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고 편집장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현행 민주노동당 당헌과 당규에 따르면, 기관지위원장은 위원회 산하 각 매체의 편집위원장과 편집위원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 정 위원장은 "내년 1월 중앙위의 '편집위원회 구성의 건' 인준을 거쳐 새 편집장을 교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관지, 좌편향 문제있어" vs "당내 좌우 목소리 실어"

그러나 당내에서는 '자주계열인 정 위원장이 좌파 성향의 <이론과 실천>을 못마땅해했기 때문에 교체를 시도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최영민 편집장은 "정 위원장이 통보 과정에서 '기관지위원회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교체 이유를 들었다"며 "'좌우 균형을 말하는 거냐'고 반문했더니 확답은 하지 않고 '좌편향의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자주 계열의 한 최고위원 역시 "당 기관지가 너무 편향적"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주간 <진보정치>는 정책위의장 선거 때 아예 (좌파계열의 특정후보를 미는) 선거운동을 했다"며 "기자들도 좀 균형적으로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홈페이지(www.kdlp.org) 당원토론 게시판도 편집장 교체 문제로 논란이 뜨겁다. 박용진 전 대변인 역시 게시판 글을 통해 "정성희 선배님과 몇몇이 어떤 것을 탐하든 관심없지만, 정파적 이유라면 당원들의 분노와 국민들의 실망에 대한 책임을 지셔야 할 것"이라며 "일주일 내에 공개적인 해임사유를 밝혀라"라고 요구했다.

당사자인 최 편집장은 "(이번 인사에서) 정치적 편향 문제가 주로 얘기되는데, 특정 정파에 의한 '균형 맞추기' 인사야말로 민주노동당이 비판해온 정치적 인사 아니냐"라며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편집장은 "당내 사안에서 의견이 대립하는 좌우 당사자의 목소리를 모두 실으려 해왔고, (우파의) 글을 제지한다거나 뺀 적은 없었다"고 정파적 편향성을 부인했다.

또한 최 편집장은 "정 위원장은 (편집장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저도 '희망하는 사람'에 속하고, 혁신 문제도 오랫동안 기관지를 맡은 사람으로서 전부터 논의해왔다"며 "이번 인사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 편집장은 2001년 5월부터 민주노동당에 상근하면서 회계나 발송까지 혼자 도맡아 <이론과 실천>을 꾸려왔다.

하지만 정성희 위원장은 '정파 이해에 따른 인사'라는 당내 시각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정 위원장은 "기관지 혁신이라는 당원들의 요구에 부응한 인사"라며 "정파 문제라고 하는 사람이야말로 정파적 시각에 갇혀있다"고 주장했다.

기관지를 둘러싼 당내갈등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

당내 일각에서는 '정 위원장이 이광호 <진보정치> 편집장에 대한 교체도 고려하고 있고, 일단 당내 지지기반이 있는 이광호 편집장을 내치기 어려워 <이론과 실천>부터 정리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향후 기관지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11월 <진보정치>의 발송을 중지시켜 이광호 편집장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진보정치>에는 "당내 조직강화특위가 최고위 개편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는데, 최고위원회에서는 이를 '오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당시 발송중지는 최고위원회 결정이었고 그 문제로 <진보정치>와는 갈등이 없었고, 이광호 편집장 교체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진보정치> 혁신방안도 구상은 있지만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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