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 되돌아보면 '큰 변화'

예슬이의 마지막 ‘어린이집 재롱잔치’를 보면서

등록 2004.12.31 11:30수정 2004.12.3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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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열린 초동친구어린이집 재롱잔치.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예슬이다. ⓒ 이돈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나름대로 바쁘게 지낸 시간들을 모아 보니 또 1년입니다.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 보니 기억에 남길 만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지나 온 시간이 소중했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같이 자고 일어났던 시간들. 일상생활이었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해를 보내는 이 순간에 되돌아보니 아이들에게로 향하는 마음이 유난히 간절해집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힘을 얻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무언가 굳은 결심을 하는데 든든한 친구가 되고 후원자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도록 채찍을 가해주는 것도 아이들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자식만큼 소중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고 때로는 삶의 의미까지 부여해 주기 때문입니다. 생애 최고의 선물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제가 받은 두 번째 ‘선물’인 예슬이가 어제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를 했습니다. 어느 새 의젓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긴 새해가 되면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고 어린이집에서는 맏이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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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예슬이반 친구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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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이반 친구들의 발레 공연. 2년 동안 키와 마음이 불쑥 자랐다. ⓒ 이돈삼

재롱잔치를 지켜보면서 예슬이가 어린이집에 처음 발을 들여놓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엄마의 품을 벗어나기 싫어서였는지, 낯선 어린이집 생활이 불안했기 때문인지 많이 주저했습니다. 한동안 적응하지 못하고 울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때는 막무가내로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며 울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집안에 일이 있어서 보내지 못할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에 기필코 가겠다고 떼를 써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는 집으로 돌아오면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조잘거렸습니다. 친구와 재미있게 지냈던 일, 화났던 일, 기쁜 일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재롱잔치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처음 재롱잔치를 할 때입니다. 예슬이가 속한 반의 공연에서 초점은 아이들의 줄 세우기였습니다. 대략 줄을 세우는데 2분이 걸리고 정작 공연시간은 1분에 불과했습니다. 퇴장하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순간순간 작은 변화였습니다. 그러나 되돌아보니 큰 변화입니다. 불쑥 자란 키와 생각들을 보면 마음 뿌듯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구나 겪는 일이겠지만 그럴지라도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적응을 아주 잘 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둘째이기에.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예슬이가 앞으로도 티없이 맑고 또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고 슬비 언니도 잘 따르면서….

그리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소중한 꿈을 키워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그런 소중한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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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동네 경로잔치에 나가 공연을 했던 예슬이와 그 친구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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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예슬이와 그 친구들의 재롱잔치 모습.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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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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