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엔 반드시 국보법 폐지한다"

[현장] 단식농성단 눈물의 해단식....26일간 노숙농성 마무리

등록 2004.12.31 12:07수정 2005.01.01 02:33
0
원고료로 응원
- 취재 : 유창재 김지은 박상규 기자
- 사진 : 권우성 기자
- 정리 : 신미희 장윤선 기자


[6신 : 1일 새벽 1시 10분]

눈물의 해단식.."내년 2월엔 반드시 국보법 폐지한다"
국보법연내폐지단식농성단, 26일간의 단식 노숙농성 마무리


a

1일 0시경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폐지 단식농성단 해단식에서 26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참가자들이 '새해에는 꼭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자'며 '미음'이 담긴 잔을 들고 새해를 축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국가보안법폐지 국민단식농성단원들이 31일 저녁 여의도 천막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박세길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집행위원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보법연내폐지단식농성단은 31일 밤 10시50분 서울 여의도 국회 건너편 국민은행 앞 농성장에서 26일간의 단식농성을 마무리하는 해단식을 열었다.

해단식은 박세길 국민연대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박세길 위원장은 "국민농성단이 거듭 기적을 만들어왔다"며 "1천여 명의 단식농성단은 이 나라와 민중을 위해 새 역사를 쓴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발언에 나선 정대연 전국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오늘 평생 잊지 못할 밤이 될 것 같다"며 "국보법은 시신만 남아있는 법으로 그 목숨은 끝났으며 우리는 한나라당과 국보법을 역사의 쓰레기 속으로 묻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얼어죽지 않는 씨앗으로 내년 2월 민중의 열매 맺자"

이날 열린 해단식에는 사회운동의 원로들이 참석해 단식단을 위무했다. 임방규 통일광장 소속 원로는 "26일간의 목숨 건 단식농성으로 여러분은 든든한 일꾼이 됐다"고 치하했고, 나창순 범민련 공동대표는 "참으로 큰 일을 해냈다"며 "참으로 여러분은 위대했고 우리는 반드시 국보법을 폐지해낼 수 있다, 용기 내어 다시 한번 국보법 폐지를 실행에 옮기자"고 독려했다.

김원기 국회의장실을 점거, 농성을 벌였던 전북원로모임 소속 강인환 목사는 "전북의 20명이 서울에 왔을 때는 뭔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20명은 배신당한 기분이다"고 개탄했다.

이어 강인환 목사는 "60년의 역사에서 1300여명의 민중들이 이렇게 투쟁한 것을 본 일이 없다"며 "5-6월 무더운 가뭄 속에서도 마르지 않은 샘물이 있고, 동지섣달에 얼어죽지 않는 씨앗이 있는데 단식단이 바로 얼어죽지 않는 씨앗"이라고 말했다. 강 목사는 또 "반드시 내년 2월에 그 싹이 자라 민중의 열매가 맺혀질 것"이며 "7천만 민중의 이름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a

국가보안법폐지 국민단식농성단 해단식에서 참가자들이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미음 먹으며 새해 카운트다운

31일로 단식 60일째를 맞이한 송현식 한국청년연합 정책위원장은 참가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섰다.

송현석 정책위원장은 "죽음이 있어야 새로운 탄생이 있고, 밤이 있어야 새로운 태양이 있다"며 "역사의 큰 뜻을 갖고 오늘을 '내일의 승리' 디딤돌로 삼자"고 말했다. 송현석 위원장은 "지금 살아서 나가는 발걸음이 무겁지만, 내일 더 뜨거운 죽음으로 탄생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해 참가자들이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진주에서 올라와 19일째 단식농성을 벌인 박종미 진주여성회 사무국장은 "평소 실천하지 못한 애국심을 단식농성을 통해 데웠다"며 "1천여 명의 단식농성자들이 오는 2월에는 10만 인파를 국회 앞으로 몰고 와 반드시 울지 못한 승리의 눈물을 펑펑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악청년회는 단식단들에게 미음을 나눠줬고, 단식농성단은 원을 그리며 둘러서서 서로 격려인사와 악수를 주고받으며 해단식을 마무리했다. 26일간의 풍찬 노숙으로 여의도 칼바람을 맞았던 집행부와 사회원로들은 젊은 농성단원들을 껴안고 격려했으며, 간혹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들도 있다. 개중에는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도 있었다.

a

관악청년회 회원들이 26일간 단식을 벌였던 국가보안법폐지 단식농성단에게 '미음'을 나눠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국가보안법폐지국민농성단이 20여일간 숙소로 사용했던 여의도 공원 천막에서 침낭을 정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19일동안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농성을 벌인 한 참가자가 여의도 공원 천막숙소에서 자신의 짐을 챙겨 나와 '국가보안법 없는 2005년을 맞이하자'는 밝은 표정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대형 걸개그림앞을 지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새해에도 국보법 폐지투쟁은 식지 않는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는 이날 자정을 기해 그간의 단식농성을 정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것은 내년 한해의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을 시작하는 성명서이기도 하다.

국민연대는 이날 성명서에서 "오늘 우리는 비통한 심정으로 올해의 투쟁을 접는다. 국보법을 연내에 폐지하고 2005년 새해를 맞자고 결의했지만 우리는 당면 목표를 이루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대는 "하지만 우리의 노력은 국보법 폐지 반대가 우세했던 국민 여론을 돌려세우고 청년·노동자·농민·여성·사회단체들이 우리의 투쟁에 동참했고 이들의 마음이 모여 역사의 물줄기를 이뤄냈다"며 "우리는 믿기지 않는 겨울 혹한기 단식농성단을 중심으로 우리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강고한 투쟁을 일궈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민연대는 정치권, 특히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냉혹한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국민연대는 "(정치권은) 단식농성단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투쟁을 무참히 짓밟았다"며 "그들은 인권과 민주의 새 시대를 열 절호의 기회를 빼았았다"고 비난했다.

또 국민연대는 열린우리당을 두고 "수구세력과의 타협으로 적당히 개혁하려는 자들,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서라도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려는 자들, 이 배신자들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역사의 이름으로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연대는 이번 단식단의 해단을 '일시적 투쟁의 중단'이라고 표현했다. 새해에도 국보법 폐지 투쟁의 의지는 식지 않으리란 다짐이다.

국민연대는 "이 겨울 우리는 투쟁을 일시적으로 접고 민중들과 시민들 속으로 들어간다"며 "향후 국보법 폐지의 불길을 전국으로 확한해 다시 이 자리에 모일 것이다. 우리는 2005년 마침내 국보법, 그 치욕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야 말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여의도 떠나는 단식농성단 "2005년 국보법폐지의 해"
[현장] 26일간 단식농성 마치고 떠나는 날

국보법 연내폐지 국민 단식농성단이 26일간의 단식농성을 마치고 짐을 꾸렸다. 19개 천막농성장의 단식 참가자들은 천막 안에 설치한 줄에 매달린 빨래를 걷고, 추위를 막았던 침낭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또 생명과도 같았던 물을 담았던 통을 천막 밖에 가지런히 내놓으면서 26일간의 긴 '투쟁'도 가방에 담았다. 그리고 '2005년에는 반드시 국보법이 폐지될 것'이라는 소망도 가슴에 함께 담았다.

인천에서 온 임승관씨(단식 26일)는 "1000여명의 단식이라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고, 최선을 다해 싸웠다"며 "아쉬운 것은 없지만 꼭 국가보안법이 폐지돼 민주주의 뜻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국래(단식 26일)씨도 "이번 단식농성을 통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2005년 새해의 소망은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단식농성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강원도에서 온 강선경(단식 23일)씨는 "단식 중 집에 있는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 가장 힘들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 잘 싸워 나갈 수 있다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안지중 단식농성단 상황실장은 "실망만큼 얻은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의지"라며 "모든 진보단체와 연대해 내년에는 반드시 국보법 폐지를 이루겠다"고 새해 의지를 다졌다.

짐을 다 싼 단식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천막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으며, 곧 해단식이 진행될 국회 건너편 국민은행 앞 농성장으로 짐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을 탄핵하고싶다"
국보법연내폐지국민연대, 정부여당 규탄집회

▲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보법연내폐지국민연대는 31일 밤 10시 20분 '국보법연내폐지 무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3-4월 손의 손에 촛불을 들고 탄핵반대운동을 벌인 바 있다"며 "지금 이 순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탄핵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식 처장은 "오늘 이 사태가 결코 노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9월 스스로 국보법을 역사의 무덤으로 보내야 한다면서 국보법 폐지에 불을 당겨놓고 정치논리로 이렇게 접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개혁성과 개혁의 정당성을 믿지 않는다"고 강한 불신을 내비쳤다.

김 처장은 또 "의지도 없고, 전략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열린우리당은 이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는 오는 2월 노무현정부가 국보법을 어떻게 다루는 지를 보고 이 정권의 운명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병렬 민노당 부산지역 부위원장은 "부산에서 올라올 때 빈손으로 내려가지 않겠다고 자식과 약속했는데 빈손으로 내려가게 돼 발걸음이 무겁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 나라의 역사를 진정으로 올바로 세울 수 있는 투사였고 민주개혁을 절실히 염원하는 뜨거운 민심을 일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a

31일 저녁 국가보안법 폐지 촛불집회가 여의도 국회앞에서 숙연한 분위기 속에 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5신 : 31일 밤 9시 30분]

갑신년 마지막 밤에 열린 촛불문화제 마무리
청년우파 '무한전진' 행사장 난입해 소동...농성단은 이후 일정 논의


갑신년의 마지막 밤에 여의도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는 저녁 8시 20분께 노래패 '아름다운 청년'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촛불문화제를 마친 국민연대와 단식농성단은 자체토론과 운영회의를 거쳐 이후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 도중 청년우파 모임인 '무한전진' 소속으로 보이는 10여명이 촛불문화제 무대 위로 뛰어들어 한때 소란을 빚기도 했다.

노래패 '아름다운 청년'이 공연하는 도중, 5~6명의 무리가 갑자기 태극기와 '무한전진' 깃발을 들고 무대로 뛰어 올라 서로 팔을 건 채 무대 위에 앉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또다른 청년우파 4~5명 등도 집회 현장에 뛰어드는 등 소동을 일으켰다.

'무한전진' 소속으로 보이는 20대 10여명, 무대 등 문화제 현장 난입

일부 국민연대 소속 관계자들이 행사장에 도중 갑자기 뛰어든 이들을 무대 아래로 내려보내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일으킨 소동은 약 10분간 계속 됐다.

이날 소동을 일으킨 한 관계자는 이름 밝히기를 거부하며 "집회장 주변을 지나다가 국민연대의 주장에 화가 나서 갑자기 무대로 뛰어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고, '무한전진' 소속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날 갑작스런 소동에 놀란 신건수 '국보법 연내폐지 무기한 국민단식농성단' 실천단장(한청 부의장)은 무대 위에 올라 "청년우파들의 집회장 난입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경찰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단장은 또 "여의도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뒤 이 같은 일이 5번이나 벌어졌다"며 "지난번엔 술을 먹고 몰려와 국민연대 소속 청년단체 회원들의 얼굴을 때려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 단장은 "이밖에도 청년우파들은 밤사이 국민연대의 플래카드를 칼로 찢는 등 난동을 부렸다"며 "이같은 사태를 방치한 경찰에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대, 난동 벌어질 때까지 방치한 경찰 책임져야

집회장 주변에 21개 중대 총 2100여명의 대원을 배치하고 현장 경비에 나섰던 경찰은 청년 우파들의 이같은 문화제 현장 난입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소동 직후 국민연대 측이 "이런 폭력사태를 막지 못한 경찰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따지자, 경찰의 한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문화제 현장을 드나들어 그쪽(우익단체) 사람들이 들어온 것을 몰랐다"고 답했다.

경찰은 현재 이날 문화제 현장에 무단으로 뛰어들어 행사를 방해한 이들 중 한 명을 영등포 경찰서 여의도지구대로 연행했고, 국민연대의 요청으로 행사장 주변에 경찰대원들을 배치, 국민연대 관계자만 행사장에 들여보내는 등 현장 경비에 나섰다.

한편, 경찰은 전날인 30일 오후 국회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도 방패 등을 이용한 폭력 진압에 나서 단식자 30여명이 부상을 입는 등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a

2005년 새해가 몇시간 남지 않은 31일 저녁 본회의가 진행중인 국회앞에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숙연하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국가보안법 연내처리 무산 규탄대회에서 단식농성단이 촛불을 든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4신 : 31일 저녁 8시]

국보법 연내폐지 마지막 촛불문화제 시작...숙연·침통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올해 마지막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31일 저녁 7시 국회 인근 국민은행 앞 농성장에서는 국보법 연내폐지를 촉구하는 500여개의 촛불이 다시 밝혀졌다. 그러나 분위기는 숙연하고 침통스러웠다. 국보법 연내폐지는 사실 불가능한 일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무대 위에 오른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여러분은 추운 칼바람에 맞서 20여일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국보법 폐지를 외쳐왔다"며 "반통일 반민주 악법인 국보법폐지를 위해 온몸으로 맞서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국회에서는 아직도 국보법 연내폐지를 오리무중으로 만드는 정쟁을 일삼는 무리 때문에 연내폐지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 열정과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목표가 달성되지 못했다고 해서 주저앉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김 대표는 "새해를 10시간 앞둔 상황에서 우리는 또다시 결의를 모아 2005년을 국보법 없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투쟁은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기란 민가협 전 상임의장도 "올해 촛불행사가 마지막이지만 기쁘지 않다"며 "그러나 여러분은 젊다, 정치권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또 임 전 의장은 "우리 민가협도 20년동안 온갖 비판속에 굴하지 않고 싸워왔다"며 "국회가 양심의 소리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우리 할 일을 끝까지 다 하자"고 북돋았다.


[3신 : 31일 오후 4시 10분]

"국보법 폐지 못하면 내년 봄 열린우리당 '해체투쟁'할 것"
단식단, 오후 3시20분께 항의집회 마무리... 다시 여의도 농성장으로


열린우리당사 앞에서 이뤄진 항의집회는 오후 3시20분께 모두 끝났다. 300여명의 단식단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르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전상봉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의장은 "올해가 9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백번, 천번이라도 국보법을 폐지할 수 있다"며 "김원기 국회의장,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어서 국보법 폐지안을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전 의장은 "만약 열린우리당이 올해 안에 국보법을 폐지하지 못하면 내년 봄엔 당이 깨지게 될 것을 확신한다"며 "우리도 한나라당을 비롯해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해체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박세길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집행위원장도 "열린우리당은 이름이 '열린'우리당이면서 한나라당을 향해서만 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닫힌'우리당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위를 마친 단식단은 다시 여의도 농성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국보법 폐지, 올해 마무리한다"
국회진입시도 부상자 30여명, 다시 농성장으로 복귀

30일 국회진입을 시도하다가 부상당하거나 장기간 단식으로 쓰러진 국민단식농성단 30여명이 응급조치를 받은 뒤 여의도 농성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과 '한강성심병원' 등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이들은 '원진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이들은 병상에서 '국보법 연내폐지가 어렵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다시 농성장에 합류하고 있다.

단식 19일째인 김진덕(36·매일청소년생활문화마당 사무국장)씨는 31일 "연내에 국보법을 폐지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받기도 했다"며 "김원기 국회의장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야합을 시도하고 있어 이를 막아내고 국보법 폐지로 올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농성장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2신 : 31일 오후 3시]

"열린우리당, 차라리 한나라당과 합당하라"
단식단 300여명, 열린우리당사 앞 항의 집회


a

국가보안법폐지 국민단식농성단과 전교조 조합원 300여명은 31일 오후 영등포구 열린우리당사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는 이수일 신임 전교조 위원장(가운데). ⓒ 오마이뉴스 권우성


26일째 단식농성 중인 '국가보안법 연내폐지 무기한 국민단식농성단'이 열린우리당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오늘(31일) 오후 2시20분께부터 시작된 집회에서 단식자들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26일째 단식중인 장현수씨는 "열린우리당은 민심도 읽지 못하는 바보같은 집단"이라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장씨는 "대통령 탄핵 때 열린우리당이 국민들 앞에서 통곡을 한 것을 기억한다, 그러고서 어떻게 한나라당과 야합을 하느냐"며 "열린우리당은 자존심도 없느냐"라고 냉소했다.

이날 단식단을 지지방문한 박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시지부 사립위원장도 "여러분의 단식투쟁을 보고 '투쟁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많이 배웠다"며 "개혁을 거부할 것이라면 열린우리당은 차라리 한나라당과 합당하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항의 집회에는 300여명이 참석했고, 단식단은 열린우리당사 앞 1개 차선(영등포→여의도 쪽) 위에 앉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열린우리당사 주변에 경찰버스 20여개를 동원해 '차단벽'을 설치했고, 6개 중대 5500여명의 대원을 당사 주변에 배치했다.

한편, 이날 열린우리당 항의집회에는 새로 선출된 이수일 위원장과 각 지부위원장 등 새 지도부 30여명이 참석, 단식단에 지지의 뜻을 표했다. 이 위원장은 "국보법 폐지에 대해 명확한 지지 입장을 전하기 위해 왔다"며 "국보법을 비롯한 '4대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에 불만이다. 열린우리당은 역사가 준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신 : 31일 낮 12시]

"국보법 폐지 결사투쟁의 중단은 없다"


a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공동대표단은 31일 낮 여의도 국회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보법폐지 연내처리를 포기한 열린우리당을 규탄하고 김원기 국회의장의 국보법폐지안 직권상정을 통한 연내처리를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열린우리당은 개혁의 확신도 없는 무능한 정당이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는 31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국회 건너편 국민은행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 상황과 관계없이 국보법 폐지를 위한 '결사투쟁'은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함과 동시에 열린우리당과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한 분노와 비판을 쏟아냈다.

"열린우리당, 개혁의 확신없는 무능-무소신 정당"

국민연대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보법 폐지안을 제외한 나머지 '개혁입법' 과제를 국회에 직권상정 하라고 요구하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한심한 정세인식에 아연실색할 뿐"이라며 "열린우리당은 개혁에 대한 확신없이 무능과 무소신으로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민주개혁 과제를 오늘 이 시간까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국민연대는 "열린우리당은 내분에 휩싸여 당론조차도 일거에 후퇴시키는 한심한 정당"이라며 "한나라당에 질질 끌려 다니면서 야합의 행보를 계속해온 열린우리당은 과연 그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자문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국민연대는 "국보법 폐지안을 비롯한 민주개혁 과제들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이제 열린우리당은 시민사회의 투쟁 상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직권상정 안하는 김원기 의장은 개혁국회 의장자격 없다"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한나라당이 합의문을 파기한 상황에서도 국보법 폐지안을 직권상정하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한탄했다.

국민연대는 "김원기 의장이 오늘(31일)도 국보법 폐지안을 직권 상정하지 못한다면, 그는 개혁국회 의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만일 직권상정 없이 국회를 마감한다면 우리는 김 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6일간 집단 단식농성을 벌여온 국민연대는 "탈진과 부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보법의 연내 폐지를 포기할 수 없다"며 "오늘 국회가 국보법 폐지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문을 닫는다 해도 투쟁의 깃발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열린우리당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오후 1시부터 규탄집회를 벌이고, 저녁 7시에는 다시 여의도 국회 건너편 국민은행 앞 농성장으로 와서 '국보법 폐지안의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촛불행사를 열 계획이다.

한편, 지난 28일 오후 6시부터 국회 도서관 서고동 신축공사 현장에 있는 45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국보법 연내폐지를 요구하며 고공시위를 벌였던 한총련 장기수배자 유정숙(27·전남대 총여학생회장)·박영봉(28·경기대 총학생회장)씨는 30일 저녁 8시30분께 '국보법폐지국민연대' 측의 시위중단 설득으로 시한부 시위를 마쳤고, 간단한 병원진료 후 현재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사진] 여의도 단식농성장 아침 표정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현장]다시 국회의사당 바라보고 앉은 국보법폐지단식농성단

▲ 31일 오전 10시, 다시 국회의사당 인근 국민은행 앞 농성장으로 나온 '끝장단식단'.
ⓒ오마이뉴스 김지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우리는 희망을 버릴 수 없다."

여의도에서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외치며 노상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보법 연내폐지 무기한 국민단식농성단'이 다시 국회 인근 국민은행 앞에 모여앉았다. 지난 26일 동안 그랬듯 변함없이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며 줄지어 앉은 것. '격동'의 하루를 보내고 난 이튿날인 31일 오전 10시부터 하나 둘 아스팔트 위로 다시 나온 500여명의 단식단은 지친 모습이었다.

특히 지난 29일부터 이날까지 24시간을 얼음장같은 거리 위에서 보낸 탓에 보온을 위해 대부분 두꺼운 외투와 모자, 목도리, 마스크 외에도 담요와 핫팩(뜨거운 물주머니)을 갖고 있었지만 언 몸을 녹이기엔 부족해보였다. 추위에 몸을 떨면서도 이들의 입에선 변함없이 '희망'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2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선영(28)씨는 "승리하고 있다. 그렇게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기없는 얼굴에 마른 입술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강건했다. 이씨는 "우리는 최선을 다해 싸워왔다. 그 과정에서 국보법 폐지에 미온적이었던 열린우리당도 변화시켰다. 지금도 승리의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19일째 밥을 끊은 이선년(41)씨는 몸이 쑤신다면서도 오기로 또 나왔다고 했다. 이씨는 "어제(30일) 국회 앞 투쟁에서 많은 단식자들이 경찰에 맞아 병원에 실려갔다"며 "오늘(31일) 여기에 나온 사람들도 병원에 입원만 안했지 타박상 때문에 몸이 쑤시고 기운이 다 빠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이씨는 "나 역시 몸이 지쳤지만 희망을 갖고 나왔다"며 "26일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온 것처럼 오늘도 오기로 버티고 있다. 국보법이 폐지될 때까지 단식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야의 재합의가 깨진 현 상황에서 이제 선택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씨는 "한나라당이야 자신들의 원칙을 끝까지 지킨다쳐도 열린우리당은 도대체 무엇하는 것이냐"며 "원칙도 지조도 버리고 끝까지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이 분노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이씨는 "현 상황에서 해결책은 국회의장의 국보법 폐지안 직권상정 뿐"이라며 "열린우리당도 어서 국보법 연내 폐지를 당론으로 정해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스크로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린 채 핫팩을 쥐고 있던 정현미씨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어제 국회 앞 경찰과의 충돌에서 탈진해 포도당 주사를 맞고 나왔다면서도 정씨는 "힘이 난다"고 했다.

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왔다. 우리의 싸움은 끝까지 갈 것이다. 오늘은, 오늘은 국회의장이 국보법 폐지안을 직권상정하리라 믿는다"며 입을 앙 다물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