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기사를 쓰며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 새해엔 더 행복하세요

등록 2004.12.31 19:51수정 2004.12.3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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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에서 바라본 일출 ⓒ 정지언

매월의 마지막 날에는 공연스레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진다. 아마도 달력을 한 장 넘기는 일에 아쉬운 마음이 투영되어서 그런가 보다. 하물며 12월의 마지막이라니…. 한 해의 마지막 날 드는 아쉬움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동생이 친구들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고생했던 이야기며 여행지 곳곳에서 만났던 멋진 풍경들을 이야기하는 동생의 눈이 유난히도 반짝였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마치 내가 여행을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고, 나도 멋진 여행 계획을 세워보고 싶었다.

사진 속의 떠오르는 해를 보고 있으니, 가슴 속에서 몽글몽글 무언가 피어나 마음 전체를 흔들어 놓는 것 같았다. 시선을 옮겨 잔잔한 바다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내 마음은 수평선이 주는 아늑함을 받아들여 어머니의 품에 안긴 것처럼 편안해기도 했다.

다가오는 새해에 힘차게 발돋움하기 위해서 먼저 지나온 일을 되뇌어 보았다. 올 해 있었던 일 중 기억에 남을 만한 일 가운데 하나는 바로 지금 쓰고 있는 나의 100번째 기사이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과연 내가 몇 편이나 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50편도 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된다면 그처럼 부끄러운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친구들에게조차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70편 정도 쓰고 나서였을까. 아마도 그 시점에서 부터 하나 둘 친구들이 알게 되었다. 몇몇 친구는 내 기사가 뜸하다며 궁금해하기도 했고, 내가 읽은 책들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오마이뉴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무엇보다도 기뻤고 흐뭇했다.

직장을 잡지 못하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지만, 100번째 기사가 있어서 그다지 슬프지 않다. 오히려 누구의 자식, 누구의 벗, 누구의 후배, 누구의 언니 등 수많은 호칭에 더하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직함이 있어 행복하다.

나이, 학력, 성별, 지역 등 어떤 차별이나 제약없이 글을 실을 수 있는 매체 <오마이뉴스>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 특산품'이었다. 대한민국 특산품을 알게된 것은 행운이었고, 글을 쓰게 된 것도 행운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정진하는 시민기자가 되려는 것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전선기자 정문태는 '역사적 현장에 내가 서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으로 그 위험한 곳에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역사가 굴러가는 현장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바라볼 수 있는 대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으므로 가능했던 일이라고 그의 저서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곧 레지던트 과정을 밟게 될 인턴 친구가 주 100시간 근무를 했으면 하고 바라던 일을 보며 나태한 나의 삶을 반추해 보기도 했다. 새해에는 그들처럼 격정적으로 살아서 내년의 지금 즈음에는 그런 나와 조우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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