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야, 새해에는 힘차게 서서 옹골차게 살아주렴

등록 2004.12.31 19:28수정 2004.12.3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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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해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함께 준수의 아픔도 훌훌 털어 보내고 건강한 새해를 맞았으면 좋으련만 준수의 치료는 새해에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성탄과 연말의 들뜬 기분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병원을 오가면서 지내온 나날이지만 밝아오는 새해 아침에는 간절한 소망 하나 꼭 남겨야 될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힘든 나날이었지만 이젠 새해 맞이 소망을 생각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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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유는 준수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발가락조차 움직이지 못하던 녀석이라 치료의 목적이 걷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휠체어 타고 생활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거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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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하지만 지금 준수는 그 단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발가락은 물론 절망적이던 왼쪽 다리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의자를 짚고 일어서던 단계에서 이젠 힘겹게 제 무릎을 짚고 일어서는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물론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는 많습니다. 배변에 대한 장애 때문에 밥을 잘 먹지 못합니다. 식사 시간만 되면 밥 먹기 힘들어하는 준수와 억지로라도 먹이려는 엄마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주말에 준수를 만나 생활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 식사시간입니다.

왜 잘 먹어야 하는지 설명도 해주고 타일러도 보고 윽박지르기도 하며 조금이라도 더 많이 먹이려고 애써보지만 그때마다 준수 녀석은 고개를 저으며 거부합니다. 하루에 밥 한 공기 겨우 먹을 정도이니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이 좋을 리 없습니다. 식사시간이 전쟁 같다며 주말마다 올라오는 남편에게 푸념을 합니다.

희망이란 외로움을 많이 타는 녀석이란 생각이 듭니다. 너울너울 춤을 추며 혼자 우리 가슴에 안겨도 좋으련만 아직은 때가 이르다며 배변 장애란 녀석의 손을 놓을 줄 모릅니다. 그래도 발가락조차 움직이지 못했던 때를 생각하면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어도 좋을 상황입니다.

정동진의 해돋이를 바라보며 새해의 희망을 빌 처지는 아닙니다. 병실을 오가면서 새해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정동진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이들보다 더 간절한 심정으로 새해를 맞는 이들이 병실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새해에는 희망이란 녀석이 배변 장애의 손을 뿌리치고 혼자 우리 가족 품에 안겼으면 좋겠습니다. 준수가 두발로 힘차게 서서 옹골찬 모습으로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 마음이 2005년 새해 맞이 우리 가족의 가장 큰 희망이고 가장 간절한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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