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양당 합의에 피켓시위로 항의

본회의장서 5분간... "민생개혁 실종 야합 규탄"

등록 2004.12.31 22:13수정 2005.01.0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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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1월 1일 새벽 3시]

"지금은 겨울보리지만..."
민주노동당 '야합저지 농성 해산식' 열고 2004년 마무리


1월 1일 새벽 2시,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가 끝나자마자 본관 145호 농성장으로 향했다. 12일간 강행한 농성을 마무리하고 '종무식 겸 시무식'도 진행하기 위해서다.

농성장에 모인 의원 10명과 각 의원실 보좌진, 의정지원단 당직자 20여명은 만나자마자 웃는 얼굴로 악수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미 당직자들과 보좌진들이 농성장의 매트리스와 이불, 비품들을 치우고 회의실 책상도 원래대로 정돈해 145호실에서는 농성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20분 가량 진행된 농성 해산식 내내 145호실에 둘러선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천영세 의원단대표는 "17대 국회에서 우리가 내건 국가보안법 완전 철폐 등 개혁과제와 입법발의한 과제들은 오늘 드러난 그대로 '실종'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며 "단지 언술이 아니라 진심으로 노동자·농민·노동자들에게 머리숙여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한 천 의원단대표는 "2004년의 교훈을 가슴에 새겨 새해에는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들어가 신명난 한해'를 만들자"며 "지난 7개월 동안 휴일도 퇴근시간도 없이 헌신해온 동지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원내에 들어와서도 단식 농성을 했던 강기갑 의원과 권영길 의원도 2004년의 소회를 밝혔다.

강기갑 의원은 "따돌림을 당할수록 스스로부터 개혁해야 한다"며 "함께 동지애로 이 난관을 극복하고 밟힐수록 튼튼히 뿌리를 내리는 겨울 들판의 보리처럼 꿋꿋하게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권 의원은 "국회 들어왔을 때 참 큰 꿈을 안고 왔고 국민들의 기대가 컸다"며 "총선의 승리가 값진만큼 아쉬움이 너무 크다"고 지난 한해를 회상했다.

이어 권 의원은 "그동안 국회에서 (관행 때문에) 박수도 제대로 못 쳤다"며 구호 제창을 제안했고 농성장에는 "민주노동당의 힘으로 국회를 바꾸자! 민주노동당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의정지원단을 이끌어온 김학규 단장도 한마디를 거들었다. 김 단장은 "(2004년 12월부터 2005년 1월 1일 새벽까지) 2년을 농성했는데 앞으로는 농성 없이도 우리 요구를 관철시킬 조건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동당의 농성해단식은 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들이 민주노동당가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끝이 났다. 해단식을 마친 뒤 의원들은 각각 흩어졌고 천영세 의원단대표와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 권영길 의원은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1신 : 31일 밤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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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의원단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의를 통해 과거사법과 사학법, 국가보안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한 데에 대해 항의하는 뜻으로 31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생개혁 실종 야합 규탄'이라고 적은 피켓을 연이어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31일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본회의가 시작하기 직전인 밤 9시 40분께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생개혁 실종, 야합 규탄'이라는 글자를 각각 순서대로 들고 5분여 동안 피켓 침묵시위를 벌였다.

밤 9시 50분께 김원기 국회의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들어가세요"라고 했지만 천영세 의원단대표는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반대토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김 의장이 "드릴게요"라고 답하자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민주노동당의 시위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의를 통해 과거사법과 사학법, 국가보안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한 데에 대한 항의의 뜻이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전날인 30일에도 시위를 계획했다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먼저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이날 양당 대표의 합의 내용이 전해진 뒤 민주노동당은 긴급 의원단 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하고 이같은 시위 계획을 확정했다.

민주노동당은 이전부터 "과거사법 처리를 않는 방향으로 합의해 31일 밤 9시 넘어 본회의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날 의원들은 "예상한 결과였다"면서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김원기 의장이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적극적 반대토론에 나설 계획이었던 의원들이 발끈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회의 내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는데, '화'자가 '불 화'자였다"고 전하며 "강력하고 강렬하게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행자위 소속으로 당내에서 과거사법 논의를 주도해온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그동안 열린우리당과 과거사법에 대한 이견을 좁히고 있었는데, 여당이 한나라당과 4자회담을 하면서 그동안의 논의를 다 제껴버렸다"고 성토하고, "앞으로 열린우리당은 개혁에 대해 입도 벙긋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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