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국민 배신감만 키웠다"

[진단] 홍성태·김동춘·신광영 3인 "2월에도 누더기법안 될 것"

등록 2004.12.31 22:48수정 2005.01.0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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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연내폐지 및 직권상정 촉구 촛불대행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나라당은 막무가내 태도로 4대 법안에 대한 정치적 만행을 저질렀다."(홍성태 상지대 교수)
"4·15 총선 직후 예상한 바대로 열린우리당은 개혁의 내용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구심 없는 열린우리당 개혁정책에는 사분오열. 2월 임시국회에도 개혁법안 통과 어려울 것같다."(신광영 중앙대 교수)


시민사회진영 초미의 관심이었던 4대법안의 연내처리가 결국 무산된 가운데,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도 개혁법안들이 제대로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마이뉴스>가 31일 밤 3명의 사회학자들에게 전화 인터뷰한 결과, 학자들은 "한나라당의 태도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며 "열린우리당도 개혁법안을 제대로 입법화하기보다는 내년 2월 임시국회 때 알맹이 빠진 누더기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4대 법안 추진과정을 보면 DJ의 실패한 '동진정책'과 닮아 있는 것 같다"며 "개혁과 관련돼 잘못된 전략을 쓴 열린우리당은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톡톡히 대가를 치를 뿐만 아니라 정권재창출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또 홍 교수는 "지금 열린우리당은 개혁의 중심을 명확히 세우고 나가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열린우리당의 생명력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조망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도 "4대 법안을 비롯한 개혁법안들은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직전 누더기 형태로 통과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한나라당과 적당히 타협해 '명분만 있고 알맹이는 모조리 빠진 의미 없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동춘 교수는 "열린우리당은 총선 이후 지금까지 당의 방향과 정국운영의 방향에 대해 전혀 계획을 세우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지금도 어떤 개혁정책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정확하고도 구체적인 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의 경제난국 타개 주장에 열린우리당은 휩쓸려 다닌 꼴이 되고 말았다고 걱정했다.

특히 신광영 교수는 "4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실패한 이유는 '국민들에게 개혁과 경제는 별개'라는 걸 인식시키지 못한 점 때문"이라며 "열린우리당은 보수세력에게 휩쓸렸다"고 개탄했다.

신광영 교수는 "열린우리당이 집권 초기에 내세운 개혁공약이 단 한 가지도 이뤄진 게 없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2월 임시국회에서도 열린우리당이 국민 다수가 원하는 개혁을 이뤄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3인의 사회학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열린우리당은 국민이 만든 판을 돌파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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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태 상지대 교수 ⓒ 오마이뉴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이번 4대 개혁법안이 국회에서 좌절된 이유는 전적으로 한나라당에게 책임이 있다"며 "열린우리당도 국민들이 만들어준 판을 당연히 돌파했어야 했는데도 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홍성태 교수는 "한나라당은 말도 안되는 막무가내식 태도로 국회일정을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일관했다"며 "한나라당의 반민주적 태도는 결국 한국정치의 기형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홍성태 교수는 또 "열린우리당의 4대 법안 추진과정을 보면 DJ의 실패한 동진정책과 너무나 닮아 있다"며 "DJ도 경상도 끌어안기에 나섰으나 결국 실패했던 것처럼 열린우리당이 아무리 보수층 끌어안기를 시도해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정책실패의 원인에 대해 지적했다.

홍성태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4대법안 연내처리 좌절은 결국 국민의 배신감만 키웠다"며 "잘못된 전략을 쓴 열린우리당은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톡톡히 대가를 치를 뿐만 아니라 정권재창출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또 홍성태 교수는 "열린우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기반이 매우 취약한 정당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고 정책정당을 표방했으나 이념과 정강정책도 없는 정당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홍성태 교수는 또 "지금 열린우리당은 개혁의 중심을 명확히 세우고 나가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열린우리당의 생명력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내년 2월 알맹이 빠진 누더기 법안 통과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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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 오마이뉴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4·15 직후 예상했던 바대로 열린우리당 20∼30명의 '개혁적 성향'의 국회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당선 때부터 이번 국회에 특별한 임무를 갖고 오지 않았다"며 "열린우리당이 개혁의 내용을 제대로 채울 지 의심스러웠고 그 조짐을 확인할 수 있는 징후는 여러 군데에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동춘 교수는 "열린우리당은 4대 법안의 통과 이후 달라질 한국사회의 청사진을 그리지도 않은 채 시민사회의 압력에 밀려 핵심과 알맹이를 빼고 누더기로 국회에 상정하려 했다"며 "열린우리당이 4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지 여부는 애초부터 의문을 가졌다"고 밝혔다.

김동춘 교수는 또 "4대 법안을 비롯한 개혁법안들은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직전에 누더기 형태로 통과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한나라당과 적당히 타협해 '명분만 있고 알맹이는 모조리 빠진 의미없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자위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특히 김동춘 교수는 "열린우리당은 출발부터 정당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았다"며 "과반 의석을 점유한 여당으로서 명함을 내밀만한 성과도 없었다"고 전했다.

또 김동춘 교수는 "열린우리당은 총선 이후 지금까지 당의 방향과 정국운영의 방향에 대해 전혀 계획을 세우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지금도 어떤 개혁정책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구체적 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김동춘 교수는 "이 점은 노무현정부와 사회운동진영 등 한국사회 민주화세력의 취약성과도 연관돼 있다"며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담론을 형성할 아무런 구심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 "열린우리당이 내건 개혁공약 중 된 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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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중앙대 교수 ⓒ 오마이뉴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지금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이라며 "한나라당이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핵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광영 교수는 "한나라당이 정국주도권을 행사하는 동안 열린우리당은 개혁의 확고한 의지가 없는 채 여론에 논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며 "경제문제를 부각시키는 한나라당과 수구세력의 주장에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그저 휘둘리고 있기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광영 교수는 또 "4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실패한 이유는 '국민들에게 개혁과 경제는 별개'라는 걸 인식시키지 못한 점 때문"이라며 "열린우리당은 보수세력에게 휩쓸렸다"고 개탄했다.

신광영 교수는 "열린우리당은 개혁과 관련된 내부논의도 합의하지 못한 채 공통성 없는 주장을 해왔다"며 "개혁과 무관한 사람들이 탄핵역풍으로 당선돼 열린우리당은 구심 없이 사분오열 돼 온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신광영 교수는 "열린우리당이 개혁정책을 추진하면서 민노당과의 공조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열린우리당은 지지율 15%의 민노당을 배제하고 30%의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을 상대로만 열심히 싸움을 벌여 종국에는 DJ처럼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형세가 됐다"고 분석했다.

신광영 교수는 "열린우리당이 집권 초기에 내세운 개혁공약이 단 한 가지도 이뤄진 게 없다"며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 된다면, 열린우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도 국민 다수가 원하는 개혁을 이뤄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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