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새들처럼 더불어 살 수 있길"

[이사람]우포늪 환경 파수꾼, 주영학씨의 새해 소망

등록 2004.12.31 23:22수정 2005.01.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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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에 대해 물어보려면 누구를 찾아가면 좋을까요?"
"주영학씨요. 우포에서 태어나 자라신 우포환경감시원입니다. 우포늪에 대해 제일 잘 아는 분입니다."


우포늪에 대해 취재하려는 기자의 질문에 창녕군청 환경위생과 담당자는 단숨에 주영학씨(57·창녕군 이방면 안리)를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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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겨울 우포늪 전경 ⓒ 황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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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큰기러기, 오리 등 수많은 새들이 안식처와 먹이를 찾기에 분주하다. ⓒ 황원판

우포 환경 지킴이, '우포의 산 증인' 주영학씨

그를 찾는 단골 손님은 새 박사 윤무부 교수에서부터 방송사의 자연다큐멘터리 작가, 사진 작가 등 다양하다. 우포늪을 지키는 7명의 안내인 중에서도 그들은 주씨만을 찾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포늪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있는 그의 해박한 지식에다 우포에서 태어나 자라 '우포늪의 일부'인 그에게서 풍기는 우포늪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우포늪 보전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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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새들도 알아보고 피하지 않는다는 '우포 4호' 주영학씨 ⓒ 황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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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으로 우포늪을 찾는 새들을 관찰하고 있는 주씨 ⓒ 황원판

'요즘 어떤 새들이 이 우포늪에서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박식하고도 '자기 가족 소개하듯' 친절히 해주는 그의 대답은, 우포와 그가 '하나'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사는 백로와 왜가리 외에, 큰기러기 4천마리, 고니 9마리, 흰꼬리독수리 4마리, 노랑부리저어새 6마리, 수리부엉이 2마리 … 등이 지금 살고 있습니다."

그는 마을 주민들에게는 "발바리"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별명은 지난 8년간 '우포 4호' 오토바이 한 대로 우포늪을 하루 종일 누비며 우포늪 지키기에 바쁜 그를 가리켜 동네 주민들이 붙여준 별명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자연내륙습지인 우포늪(우포늪·목포늪·사지포·쪽지벌 등 포함)의 넓이는 대략 260만평. 우포에 물이 가득 찬 면적은 서울 여의도와 그 크기가 비슷할 정도로 넓지만, 넓디넓은 이 우포늪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새해에는 새들처럼 '더불어 사는' 낙원 됐으면

'새들의 낙원'인 우포에서 태어나 자란 그의 새해 소망은 자연처럼 소박하다. 우리 나라도 새들처럼 질서 있는 가운데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사는' 낙원이 되는 것이다.

- 새해 소망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새해에는 새처럼 질서 있게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새가 질서 있게 살아간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간다는 말씀입니까?

"새는 수 천 마리가 같이 날아도 날개 하나 안 부딪치고, 곡예를 해가면서 질서 있게 함께 날아갑니다. 기러기가 V자로 줄지어 서로 도우며 날아가는 것을 보십시오.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낙오자도 없고, 굶어 죽는 새도 없습니다. 서로 돕고 욕심 부리지 않는 새들이 사는 이 곳이야말로 바로 지상낙원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서로 앞서려고 다투다 밟히고, 돈을 긁어모을 줄만 알고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줄 줄은 모릅니다. 이 때문에 생활고로 어려운 사람이 많고 사회는 무질서하고 어지럽다고 봅니다. 새해에는 우리 나라도 이 우포늪의 새들처럼 서로 배려하고 나누며 '자연의 순리대로' 질서 있게 더불어 사는 낙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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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을 찾은 큰 기러기가 질서 있게 창공을 날고 있다. ⓒ 황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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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러기가 'V자' 대형으로 서로 도우며 날아가고 있다. ⓒ 황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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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는 떼를 지어 다님으로써 혼자 날 때보다 더 빨리 날 수 있고, 서로 돕고 독려하며 날기 때문에 낙오자도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 황원판

우포늪의 새들이 주씨가 '자신을 보호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도망치지 않을 정도로 우포늪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그는, 새해에는 우리 나라도 자연의 순리대로 '질서' 있는 나라, '더불어 사는' 낙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우리 후손에게 '새들의 낙원'을 물려줘야

그는 이어 새해에도 주민들이 계속 우포늪 환경 보존에 힘써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새해에는 환경오염이 좀 안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주민들의 협조 없이는 이 우포늪을 살릴 수 없습니다. 우포늪 주변에 13개 마을에서 버리는 쓰레기와 생활하수, 농지·축산농가·공장의 각종 오염물질이 모두 우포늪으로 옵니다. 주민들이 지금까지 많은 협조를 해주신 덕분에 우포늪의 생태계가 보존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주민들이 협조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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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만평 우포늪 구석구석을 누비며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여념이 없다. ⓒ 황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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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우포늪 얼음을 깨고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 황원판

또 새해에는 관광객들이 '자연생태계 보전 지역'에서 지켜야 할 유의사항을 꼭 준수해 줄 것을 간절히 바랐다.

"관광객들은 새가 놀라지 않도록 새를 향해 돌을 던지지 말고, 음식물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생태계 보전지역에서는 화장을 진하게 하고 출입하는 것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새는 1km까지 냄새를 맡는다고 하는데 화장품 냄새가 싫어 피하게 됩니다. 그리고 차량을 이용하거나 시끄럽게 하면 늪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주의하시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그는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는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제일 좋다'며 우포늪 주변 지역 개발에 좀더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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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후손들에게 소중한 '새들의 낙원'을 물려줘야 함을 역설하는 주씨 ⓒ 황원판

"요즘 우포늪 주변 도로도 포장하고, 여섯 곳에 제방 공사도 하고, 박물관도 만든다고 하지만 원래 생태계보존지역은 '손대지 말고 가만히 놓아두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보존의 원칙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나무가 죽으면 사람들이 베어서 치워 버려서는 안됩니다. 죽은 그대로 둬서 썩으면 거기서 벌레가 생기고, 새들이 그것을 먹고사는 '먹이 사슬'에 따라 보존되는 것이 생태계 보존의 원리입니다. 꼭 필요한 공사는 어쩔 수 없이 해야겠지만,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피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주씨는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하나되어' 살아가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앞으로 이 아름다운 우포늪이 자자손손 보존되기를 소망하였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우포늪 옆에서 살았는데, 옛날에는 오리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룰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환경이 오염되어 옛날에 비해 새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또 노루가 우포늪 주변에 많이 뛰어다녔는데, 갓난 노루 새끼를 안고 집으로 가져갔다가 아버지께 혼나고 다시 어미에게 돌려줬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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