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청구권 문서 공개, 아시아 각국에 영향”

중국 언론, 한국정부 결정 높게 평가

등록 2005.01.01 03:25수정 2005.01.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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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한일기본조약 문서공개 결정에 대해 일본 언론이 조심스러우면서도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 언론에서는 이를 높게 평가하는 기사를 보도해서 중·일 양국의 상반된 정서를 보여 주고 있다.

12월 30일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실린 사회과학원 리둔추 교수의 기고문은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다음과 같은 3가지의 평가를 하였다.

첫째, 이번 결정은 그동안 줄기차게 진행되어 온 한국 민중의 투쟁을 반영한 조치다.
둘째, 이번 결정으로 인해 향후 한일조약 개정요구와 함께 피해자들의 대일청구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이번 결정의 파급적 효과로서, 일제 식민지 때 피해를 당한 아시아 각국 민중들의 대일 배상청구가 격발(激發)할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아래에 소개될 <신화통신> 기고문은 <중국청년보> 기사를 전재(轉載)한 것임을 밝힌다. <중국청년보>는 중국공산당 청년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의 기관지로서, 주로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을 독자층으로 하고 있다.

글을 기고한 리둔추 교수는 사회과학원 세계역사연구소 주임과 조선사연구회 비서장을 겸하고 있는 한국 현대사 전공자다. 그는 최근까지 한국의 주요 대학 몇 군데에서 초빙교수를 지낸 바 있고,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정기적으로 중국 언론을 통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지한파 학자다.

그런데 중국 측에서 발표하는 이러한 종류의 보도를 접할 때에 한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한국에서 친일청산 움직임이 일어날 때마다 중국 언론에서는 ‘격려성’ 기사가 나오곤 하는데, 여기에는 일본을 고립시키고 한-중 연대를 형성하려는 중국인들의 의중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런 글을 읽을 때에는, 그 같은 중국측의 의도를 염두에 두면서 중국인들의 관점과 정서를 따로 파악해 내는 접근법이 필요하리라 본다.

그럼, 리둔추 교수의 기고문 가운데에서 주요 부분을 발췌·요약하기로 한다.

한국정부의 이번 전쟁배상협정 관련 문서 공개결정은 한국 민중의 강력한 요구와 적극적 추진의 결과물이다.

일본 식민통치기간에 피해를 입은 한국인의 수는 100만명을 넘는다. 한·일 양국이 1965년에 배상협정을 체결할 때 일본측이 한국정부에게 5억달러를 제공했는데, 그 중 3억달러는 배상금(그러나 박정희 정권은 이 중 5%만 피해자들에게 지급하였다- 필자 주)이고 2억달러는 경제협력자금이었다. 그 외에, (일본은) 민간인들에게 3억달러의 배상금을 (별도로) 지급하였다. 일본측은 이 8억달러 지급으로써 한일간의 은원(恩怨)이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민중들은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그들은 ‘일본이 한국에 지급한 배상금 중에는 한국인 위안부나 강제징용노동자에 대한 배상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전쟁배상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시 집권 (박정희) 군사정부는 한-미-일간의 전략적 동맹만 고려한 나머지, 국민의 뜻도 묻지 않은 채 배상금액에 동의하고 말았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이 8억달러만 갖고는, 식민통치기간에 한국이 받은 직접적 경제손실은 물론 간접적 경제손실도 메울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리하여) 2004년 2월 99명의 식민통치 피해자들이 한일기본조약 관련 문서의 공개를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제기하게 되었다. 서울지방법원은 ‘한국정부는 문서 일부를 공개하라’는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이것은 바로 민중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 2005년은 역사적으로 특별한 의의를 갖는 한 해가 된다. 한일간의 불평등조약인 을사보호조약 체결 100주년이고, 일제가 패망하고 한반도가 독립한 광복 60주년이며, 한일국교 정상화 40주년일 뿐만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은 역사를 중시하고 민족정신을 중시하는 민족이며, 그들 스스로의 방식으로 역사를 기념하고 또한 그들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지금 ‘징과 북을 울려대며’(緊鑼密鼓) 친일역사문제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로써 일본 군국주의 식민통치기간에 벌어진 친일행위와 관련한 인물 및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있다. 다수의 한국인들은, 일제시대의 역사를 청산하는 것은, 정의를 세우고 불의를 물리치는 일(扶正祛邪)이자 민족정기를 수립하는 일로 보고 있다.

조만간 공개될 협상 내용의 대부분은 이번에 처음 알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 일은 역사적 의의가 있는 사건이다. 또, 한일조약 개정 및 전후배상 관련 논의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민간의 대일배상청구 움직임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일은 한일관계에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한국정부가 전쟁배상 문건을 공개하면, 그 영향은 제2차 대전 때 일본 침략을 받은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파급될 것이며, 아시아 각국 피해자들의 대일 배상청구를 격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2004년 현재, 중국인 피해자가 일본에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모두 25건인데, 그 중 다수는 이미 패소판결을 받았다. 이미 판결이 선고된 20개의 사건 중에서 1심 승소한 것은 5건이고 2심 승소한 것은 2건이다.

중국과 비교할 때에 한국은 이미 일본으로부터 ‘특혜’를 입었지만(중국은 그나마 3억 달러도 받지 못했다는 자조적 의미인 듯. 필자 주), 한국 민중들이 일제 침략 역사를 청산하면서 보여준 용기와 불요불굴의 정신은 긍정적 가치를 가진다.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은 희망이 없는 민족이다.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고 합리적·합법적인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얼마간의 배상금을 받는 차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또한 단순히 일본 민중을 교육시키는 차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나아가 온 세상 사람들을 교육시키는 차원의 일이 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디지털말>에도 송고한 글이며, <김종성의 중국외교자료실>(http://www.jkim0815.com)에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디지털말>에도 송고한 글이며, <김종성의 중국외교자료실>(http://www.jkim0815.com)에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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