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끝났지만... 여야 거센 '후폭풍'

우리당 지도부 총사퇴-김덕룡 원내대표 사퇴 여부 주목

등록 2005.01.02 17:33수정 2005.01.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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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하반기 정국의 핵심쟁점이었던 여야의 '4대입법' 줄다리기는 신문법만을 연내 처리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각 당의 지도부가 협상 결과에 책임을 지고 줄줄이 사퇴할 전망이어서 정초부터 후폭풍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천정배 원내대표가 사퇴한 가운데, 이부영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3일 상임중앙위원회를 통해 향후 거취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나라당의 경우 김형오 사무총장, 진영 대표 비서실장, 임태희 대변인 등 주요당직자들이 2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일부 의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거취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어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제외한 양당 지도부 전원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협상을 주도했던 여야 지도부가 대부분 물갈이될 경우, 올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던 국가보안법과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4대입법' 협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a 12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12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우리당] 지도부 사퇴 둘러싸고 당내 강경파-중진 이견

이부영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3일 상임중앙위원회를 열어 일괄사퇴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도부가 사퇴할 경우 지난해 1월 전당대회에서 4위를 했던 이미경 상임중앙위원이 의장을 승계하거나 비상대책기구를 꾸리게 된다.

'240시간 의총'을 진행한 여당 강경파 의원들은 "이 의장에게 국보법을 처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경파인 한 의원은 "원내대표와 의장 간에 이견을 보이고 의장이 제동을 걸기도 해서 혼선이 빚어졌다"고 비판하며 "천 대표보다 이 의장의 책임이 더 크지 않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현 지도부가 전당대회를 주관할 경우에 공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음 사람이 의장직을 승계하면 전당대회까지 무리없이 치를 것"이라며 이미경 의원의 의장직 승계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지도부 총사퇴 이후 당권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도부가 총사퇴할 경우 당장 1월 말 원내대표 선출과 4월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각 계파의 당권투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세균 의원은 "지도부에 공백이 있으면 안 된다"며 "이 의장이 4월 전당대회까지 의장직을 지켜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의원은 "천정배 원내대표가 책임졌으면 됐지 뭘 또 책임지라고 하냐"며 "이 의장이 별로 잘못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 출마설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답했다.

일단 이 의장은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퇴여부와 관련,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고 만류하는 분들도 있어서 더 논의한 뒤 결단을 내리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상태다.

a 1월 1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 박근혜 대표는 피곤한 얼굴로 김덕룡 원내대표는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다.

1월 1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 박근혜 대표는 피곤한 얼굴로 김덕룡 원내대표는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줄줄이 사퇴... 김덕룡 원내대표 거취도 불투명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거취도 불투명하다. 김 원내대표는 사퇴 여부를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으며 당내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하례식과 오찬에서 김 원내대표를 만난 30여명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가 없는 상황에서 협상을 이끌어가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했으며 언론의 '사퇴설' 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한 측근은 "이날 하례식에는 최고위원과 주요당직자 등 현역 중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용갑 의원 등 영남권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야당안을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했다"며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박근혜 대표와의 불화도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김 원내대표가 계속 원내대표직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김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김 원내대표가 '편한 사람하고 일하는 것도 박 대표에게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동안 김 원내대표가 박 대표 편에 서려고 노력해왔는데 이런 결과가 왔다"고 박 대표와의 불화설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형오 사무총장, 진영 대표비서실장, 임태희 대변인 등도 2일 당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임태희 대변인은 "이외에도 정책위원회나 원내대표단에서 사퇴자가 더 나오리라고 본다"며 "새로운 진용을 구성해 전반적으로 당을 쇄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양당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인 12월 초부터 박 대표에게 사퇴의사를 밝혀왔다"며 "그동안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있어도 당 방침과 다르면 묻어둬야 했는데 재충전이 필요했고, 다른 분들도 이같은 이유에서 사퇴하시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한 임 대변인은 "어쨌든 상대방(여당 지도부)이 달라지니까 우리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남경필 수석부대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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