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과반 무너지면 민노당에 대한 생각 바뀔 것"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기자간담회...강력한 지도력 행사 시사

등록 2005.01.05 14:55수정 2005.01.0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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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5일 오전 당사 회견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해방 60년 맞아 통일 위해 노력하는 민주노동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왼쪽은 최규엽 홍보위원장, 오른쪽은 김창현 사무총장.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5일 오전 당사 회견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해방 60년 맞아 통일 위해 노력하는 민주노동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왼쪽은 최규엽 홍보위원장, 오른쪽은 김창현 사무총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가 "앞으로 대표가 원내외 중심에서 아우르는 역할을 더 해야 한다"며 강한 지도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 대표는 5일 오전 11시 여의도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전까지 부대표로만 주욱 있다가 대표가 되면서 그동안은 판단보다 관찰을 했다"며 이같은 뜻을 밝혔다.

자기 발언을 강하게 하지 않는 신중한 성격의 김 대표는 그동안 주로 다른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한 뒤 이를 조율하거나 의원단과 최고위원 사이의 잇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는 중평이다.

이에 대해 신장식 비서실장은 "당내 세력의 힘을 얻지 않고 빈곤문제를 대표의 '캐릭터'로 삼아 독자적 정치행보를 해나가겠다"며 김 대표의 의중을 전했다.

신 실장은 "그동안 당내 의견그룹에서 서로 김 대표를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려고 했지만 대표는 지난 6개월을 지켜보며 그렇게는 안하겠다는 뜻을 굳혔다"고 전했다.

이날 김 대표는 2005년 기조를 크게 '빈곤과의 전쟁' '해방 60주년 통일사업'의 두 축으로 설명했다. 빈곤과의 전쟁에 대해서는 취학전 아동 무상의료 실현과 부유세 도입을 위한 조세개혁 법안 처리를 목표로 제시했고, 통일사업으로는 조선사회민주당과의 교류 및 방북 추진을 꼽았다. 오는 2월 임시회에서 다뤄질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도 "(지난해와) 변함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대표는 오는 4월 재보궐선거 이후의 상황과 관련 "열린우리당이 그동안 너무 자만하지 않았나"고 직격탄을 날리며 "과반수 의석이 안 될 경우 민주노동당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냐"며 긍정적인 전망을 보였다.


김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과반이 무너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여당의 개혁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며 "우리 10명 의원들과 국정을 제대로 운영했으면 개혁 의제를 충분히 이뤘을 텐데 민주노동당과 파트너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여당에 '상생'을 요구했다.

다음은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의 기자 간담회 일문일답.


"여당, 과반수 무너지면 민주노동당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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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 국보법 폐지 문제가 불씨로 남아있는데,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 투쟁과정에서 당내 갈등도 있었다.
"양당 구도 속에서도 일관되게 국보법폐지국민연대와 결합해 이 싸움을 끌어왔다. 2월달에도 변함없이 투쟁할 것이다. 원내외 전술을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 구체적 전략은 논의해봐야 한다."

국보법 폐지와 민생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법안의 처리가 연기됐고 노동자 총파업 투쟁이 중지된 상황에서 국보법 투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일부 당원들의 지적도 있었지만 지도부는 전술적으로 비정규직 막아내듯 국보법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 아시다시피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으로 다양한 의견그룹이 있다. 이를 숨기지 않고 목소리를 충실히 내는 당으로서 민주적 토대를 갖고 있다."

- 올해 4월, 10월 재보선이 실시될 것인데 목표는?
"확실하게 당선시키자는 의지와 결의가 있다. 온 당력을 기울이겠다."

- 열린우리당 과반석 무너진 뒤의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나?
"새해 벽두부터 이런 말하기가 그렇지만, 열린우리당이 그동안 너무 자만하지 않았나. 우리 10명 의원들과 국정을 제대로 운영했으면 개혁 의제를 충분히 이뤘을텐데, 민주노동당과 파트너 하려고 하지 않았다. 과반수 의석이 안 될 경우 민주노동당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렇다고 과반 무너지라(고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열린우리당은 개혁할 마음이 없었고 아직도 의지가 별로 없는 게 아닌가 싶다."

- 집권세력이 우경화 보수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평가도 있는데, 이러한 조건 속에서 활동 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지.
"(우경 보수화) 우려가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이미 그러한 움직임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계속 '기업하기 좋은 나라'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쉽게 얘기하며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이 어려움을 더 겪을 수도 있다.

한가지 부탁한다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상생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당이 총선 이후 13~15% 안정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민주노동당을) 탄압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탄압한다고 해도 비켜가지 않겠다."

- 민주노동당의 정책과제는 질문하지 않아도 답이 나와있다. 원칙을 견지한다는 게 정치력, 혹은 원내 협상력, 전략의 부재로 비춰지는 면이 있다.
"인정한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이다. 정치적으로 대화나 협상을 해야하지만 당의 정체성과 부합되지 않을 경우 야합이 될 수도 있다. 정치력은 떨어지지만 분명한 정체성을 견지해야 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같은 기준 속에서는 얼마든지 협상하고 협의하고 공조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투사적·도전적 입장으로 대응했는데, 그 동안 많이 배우지 않았나. 잘 해나갈 수 있는 실력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 원내외 이원화 체계로 6개월이 지났다. 평가와 이후의 보강방안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지난 6개월동안 문제들이 있었고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서로 역할에 대한) 최고위원이나 의원들의 이해가 넓어졌다고 본다. 의원대표단과 당 3역이 만나는 '3+3 회의'를 하고, 최고위에 의원단대표 참석해 원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올 한해는 (이같은 회의가) 더 집중되지 않겠나.

저도 이전까지 부대표로만 주욱 있다가 대표가 되면서 중심에 서려고 노력했지만, 그동안은 판단보다 관찰을 했다. 앞으로 원내외 중심에서 아우르는 역할을 더 해야 한다."

"이원화된 지도부 구조 이해 넓어져...그동안은 판단보다 관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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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 무상의료, 무상교육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우선 취학 전 아동에 대한 무상의료부터 실천될 수 있도록 계획을 잡고 있다. 재정 문제와 연동되어 있는 문제다. (무상을 위한) 예산 문제는 부유세 도입 통해 제도화하기 위해 지난 정기국회 때 그에 맞는 기본적 법을 내놓았다. 올해 (이 법안들이) 국회 안에서는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남북 교류 사업들은 어떻게 구상하나?
"(조선사회민주당과의) 실무회담에서는 집단 토론회를 하자고 이야기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워크샵이나 심포지엄이라고 쓰는데 그 쪽에서는 '집단 토론회'라고 한다. 2003년도에 그 얘기들이 나왔다. 방북은 항상 추진하고 있는다. 작년에도 기회가 좋았는데 2차 조문파동으로 장관협의회도 안 되고 북에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 일체 중지됐다. 그러나 교류 허락된다면 1차적으로 민주노동당과 교류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물꼬를 터서 정치적으로 역할할 수 있지 않겠나."

- 우파단체들이 탈북자 문제나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한나라당 중심으로 법제화 움직임도 있다. 어떤 입장인가?
"당의 공식적 입장은 반대이다. 북한 사람들에게 굉장히 어려운 것은 체제 문제보다는 경제문제, 빈곤의 문제다. 생존의 문제로 북한을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지금 국회의 움직임이 옳지 않다고 판단한다.

- 신년 하례식에서 대통령에게 말씀 드리신 게 있나?
"'올해는 새뱃돈 좀 많이 주십시오' 했더니 '알았습니다'라고 답하셨다. 세배하러 갔으니 세뱃돈 달라고 했다. '올 한해는 빈곤 탈피하는 해, 자주적 평화 통일의 원년이 되는 한 해 됐으면 좋겠고 서민들이 어깨 펴고 평등하게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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