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부시에게 추천합니다!

<책문>과 <사다리 걷어차기>

등록 2005.01.11 10:16수정 2005.01.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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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은 비슷한 시기(2004년)에 출간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다는 것은 무언가 동시대를 향해 던지는 고민과 질문이 비슷할 것이라는 짐작을 하면서 책을 펼쳐 들게 되었다.

또한 두 책을 동시에 선택하게 된 것은 모 방송사에서 올해의 책 10권 중에서 두 책이 유독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각각 이 시대의 경제와 정치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한 뭔가를 던져 줄 것이라는 예감으로 함께 읽기 시작했다.


두 책 모두 이 시대를 향한 절실한 고민과 사색에서 출발했음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임금에 직언 서슴지 않은 인재들

a <책문> 표지

<책문> 표지 ⓒ 소나무

<책문>은 우리 격동기 조선사에서 임금의 질문과 그에 대한 예비 과거 합격자들의 치열한 고민과 사색의 답변들이 문답 형식으로 엮인 책이다. 일반적으로 한문을 번역하면서 남게 되는 의고체 투의 읽기 어려운 문체가 이 책에서는 번역자의 명확하고 충실한 번역으로 쉽게 다가온다.

전체는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술의 폐해를 논하라',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등 인간사의 미세하고 감정적인 부분에서부터 나라를 잘 다스리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적으로 묻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임금의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서부터 나라를 경영하는 부분에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제시되고 있고, 그에 따른 예비 합격자들의 답변이 논리 정연하게 펼쳐지고 있다.

명종의 "교육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조종도(1537-1597)라는 예비 합격자는 "학교가 흥하고 쇠퇴하는 것은 오로지 임금에게 달려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임금께서 몸소 실천하고 마음으로 터득한 것으로, 백성을 교화하고 풍속을 이루는 방침에 적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올바른 학문을 강론해서 마음을 바로잡는 것 외에 달리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라는 임금을 향한 직접적인 고언을 목숨을 걸고 펴 나가고 있다.(<책문> 280쪽)


임숙영(1576-1623)은 광해군의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에게 있습니다"라는 직언을 함으로써 과거 시험 합격이 취소될 뻔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당시 나라의 초석이 될 만한 인재들을 과거로 뽑아 마지막 관문으로서 임금이 직접 질문하고 그들로부터 답변을 들음으로써, 임금의 나라와 백성을 향한 의사소통 통로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 또한 젊은 인재들을 뽑아 나라를 경영하는 데 필요한 부분이 무엇일까라는 점에서 임금들의 치열한 고민과 사색의 흔적 또한 엿볼 수 있다.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선진국들

<사다리 걷어차기>는 장하준이라는 캠브리지 대학 교수가 선진국들의 성장 속에 숨은 어두운 경제의 역사적 현실을, 치밀한 고찰과 연구를 통해 쉽고도 분명하게 드러낸 경제사 관련 서적이다.

a <사다리 걷어차기> 표지

<사다리 걷어차기> 표지 ⓒ 부키

<사다리 걷어차기>는 여타 경제 관련 서적들의 어려운 분석과 통계 대신 역사적인 측면에서 선진국들의 자유주의 정책 이면에 숨어 있는 정부 주도적이며 이기주의적인 계획 경제의 이중적인 측면을 낱낱이 밝혀낸다.

그들이 성장 과도기 시절에 시행했던 여타 보호주의 정책이나 정부 주도적 계획 경제들도 결국은 그들이 현재 주장하는 자유 경제 정책이라는 현실의 이면 속에 숨은 그들의 피할 수 없는 자구책이었음을 피력한다.

역사적 고찰을 통해 드러나는 결론은 분명하다. 현 선진국들은 자신보다 선진화된 국가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 과정에서 유치산업을 촉진시키기 위해 개입주의적 산업·무역·기술IT 정책을 사용했다.

그 형태와 중점 사항은 국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그런 정책들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상대적으로 말하자면 - 과거 많은 선진국들이 현재의 개발도상국들보다 더욱 강력하게 자신들의 산업을 보호한 것이다.(<사다리 걷어차기> 232쪽)


미국과 영국이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라는 미명하에 끊임없이 그들보다 경제적으로 못한 나라들에게 경제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은 결국 그들의 이익과 경제적 부강을 위한 노력에 지나지 않음을 우리는 여기에서 엿보게 된다.

이 책의 강점은 무엇보다 쉽다는 데 있다. 수많은 경제관련 서적이 있지만 읽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현실과의 복잡한 관계에서 연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다리 걷어차기>는 저자의 개인적 견해를 경제학적인 용어와 통계 수치를 통해 어렵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자료를 통해 역사적인 고찰과 증명으로 쉽고 명확하게 전달한다.

두 책을 을유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읽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정치 경제적 현실의 난맥상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해 주고, 나아가 그와 같은 얽히고 설킨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어 보람 있는 시간이 되었다.

두 대통령에게 이 책을 권한다

<책문>은 우리의 지도자가 백성들을 향해 얼마나 열려 있는 시각이 필요하고, 그리고 나아가서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는지를 구체적인 역사적 자료를 통해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려운 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 올해 꼭 한번 읽어 봤으면 하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현 선진국들의 과거 경제사에 대한 어둡고 이중적인 오명을 밝혀냄으로써 그들도 결국은 현재의 수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음을 경제사적인 측면에서 분명하게 보여준다.

현 신자유주의를 제창하면서 수많은 나라들의 목을 옥죄는 미국과 영국, 특히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꼭 한 번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한다'는 말을 격언 삼아 읽어 봤으면 하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소나무/ 2004년 8월/ 504쪽/ 2만원 

<사다리 걷어차기>(원제 Kicking Away The Ladder 2003)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부키/ 2004년 5월/ 328쪽/ 1만2천원

덧붙이는 글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소나무/ 2004년 8월/ 504쪽/ 2만원 

<사다리 걷어차기>(원제 Kicking Away The Ladder 2003)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부키/ 2004년 5월/ 328쪽/ 1만2천원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소나무, 2004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부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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