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공공의 적2>, 화가 나긴 하는데...

전편처럼 쉽게 '분노'가 느껴지지않는 이유

05.01.31 17:08최종업데이트05.01.31 18:02
원고료로 응원
▲ 설경구가 1편에서와 같은 강철중이지만 형사에서 검사로 돌아온 공공의 적2
ⓒ 시네마서비스
<공공의 적> 2편이 나왔다. 전편보다 나은 후편이 없다는데 그래도 설경구가 나온다니 보기도 전에 후한 점수를 준다. 1편에서는 부모를 죽이고 '나 아니야'라는 웃음을 실실 흘리며 온 관객을 분노케 만들었던 이성재가 '공공의 적'이었다면 2편에서는 명성 사학의 재단 이사장이라는, 사회적으로 굳건한 위치에 있는 정준호가 '공공의 적'으로 등장한다.

이것은 어찌 보면 행정부 소속 경찰과 펀드 매니저의 싸움에서 법무부 소속 검사와 사학 재단 이사장의 싸움이라는 규모의 '업그레이드'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범죄가 일어나면 출동하는 것은 경찰이지만 사학 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파헤친다는 시놉시스에 근거하면 이러한 업그레이드는 불가피해 보인다. 흥미진진한 파워 게임이 되려면 적과 나의 레벨이 비슷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공공의 적을 때려잡는 멋진 검사와, 각종 매체는 물론 정·재계에서 촉망 받는 이사장의 대결은 여차저차 끝에 쌍코피에 온 몸에 멍까지 입어가며 혈투에 임한 강 검사의 승리로 끝이 난다.

물론, 거기까지 가는 동안 국회의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검찰마저도 '외압'에 시달린다는 '나름의 현실 비판'은 계속되고 결국은 검사증까지 내 맡긴 양심적인 검사들의 의기투합으로 정의를 수호한다는 내용은 이 영화를 명실상부한 공공의 적 퇴치 영화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영화는 재미있다. 영어 테이프에서 나오는 '치즈~'를 연발하며 다소 어벙해 보이지만 공공의 적을 보면 물불을 안 가리는 열혈 검사 강철중 역을 맡은 설경구와, 시종 냉소를 잃지 않는 정준호(한상호 역)의 연기도 잘 들어맞는다.

그러나 14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승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어서는 뒷자리는 왜 찜찜한가. 1편과는 다르게 '검사'라는 타이틀로 재무장한 강철중과 역시 재단 이사장이라는 타이틀로 중무장한 그들의 '후까시'가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닐까?

▲ 대한민국 검사와 사학 재단 이사장의 파워 게임으로 인물들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영화의 힘이었던 '서민 관객'의 분노 만들기에 실패한 건 아닐까.
ⓒ 시네마서비스

영화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정경유착은 9뉴스에서 시도 때도 없이 보도 되고 있는 '이미 죽은 이슈'에 불과하다. <공공의 적2>는 이러한 뉴스를 시놉의 기반으로 잡고 관객들에게 '공공의 적에 대해 분노하라'고 설파하지만 우리는 전편처럼 쉽게 분노에 동참할 수 없다.

1편에서 이성재가 부모를 죽이고 밀가루를 뿌린 것과 차기 재단 이사장이었던 형을 교통사고로 눕혀버린 한상우의 악행은 비슷하지만 거기에 대한 '분노'의 크기가 '저런 뭣 같은 자식이!'와 '나쁜 놈이네'라는 생각처럼 확연히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영화가 지속되는 내내 자신의 한 마디 말로 조직원들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하고 때로는 '내 가족 다치는 꼴 못 본다며 사시미 이상의 연장에는 발포를 허용하는' 검사의 권력은 우리에게서 너무나 멀리에 있다. 또한 외국으로 자금을 유용해 한상우가 벌이는 골프 사업 또한 PGA를 스포츠 뉴스로만 접하는 대부분 관객들이 분노로 느끼기에는 너무 먼 이야기다.

그래서 동창회에서 와인과 재즈 파티를 못마땅해 하며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고서 '삼겹살과 소주면 됐지'라고 말하는 검사의 인간적인 면은 동질감이 들기 이전에 느닷없이 '서민 편 한번 들어주기'에 그칠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 착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처자식과 떨어져 사는 것은 물론, 결혼도 하지 않겠다는 강검사를 등장시켜 검사의 정의의식을 드러냈지만 왠지 '보여주기'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왜일까.
ⓒ 시네마서비스
<공공의 적2>는 확실히 전편보다 관객들의 분노를 끌어내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공공의 적이기보다는 강 검사 '개인의 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영화 시작하기 전에 강철중과 한상우가 같은 중고등학교를 나온 것은 강 검사가 한상우를 수사하게 되는 심리적인 전초가 된다.)

그래서 이러한 분노의 부재는 씁쓸하게도 양심적인 한 검사가 공공의 적에게 수의를 입히고 20년이나 복역하게 될 감방에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전작에서 보여준 '극렬한 통쾌함'보다는 그런 검사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뒷담을 나누며 극장 문을 나서게 하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검찰청에서 있었던 <공공의 적2> 시사회에서 검사들이 단체로 이 영화를 보고 "멋지다, 검사의 생활에 대해 너무 잘 표현해서 놀랬다"고 인터뷰한 것을 보았다.

모든 이들의 바람이겠지만 삼겹살에 소주 대신 양주에 과일을 먹어도 좋으니 '영화 속의' 대한민국 양심검사 강철중처럼 공공의 적을 응징하기 위해 쌍코피는 물론, 검사 신분증까지 내놓을 수 있는 '진정한 검사'가 되기를 바라본다.
2005-01-31 17:54 ⓒ 2007 OhmyNew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