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 도깨비 불의 정체?

내 군대시절의 황당 이야기 2

등록 2005.01.31 18:23수정 2005.01.3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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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도깨비가 정말 있을까?

나는 소총소대 경비분대장으로 근무했다. 그러니까 저녁 때만 되면 소대를 떠나 주어진 전방 경비구역에서 야간근무를 하고 아침이면 소대본부로 철수를 했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일과였다.


어느 날 밤, 야간근무는 몹시 무료했다. 생각해보니 소대본부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에 고추밭이 있는 것이 문득 생각났다. 밤새 야간근무를 하고 입이 텁텁하고 입맛이 없을 때 풋고추는 그야말로 군대 ‘짬밥’ 아침식사에 둘도 없는 성찬이었다.

그날은 달도 안 뜬 칠흑 같은 밤이었다. 나는 야간 근무 중 잠시 초소를 이탈했다. 그리고는 소대본부 근처 고추밭으로 몰래 스며들어갔다. 플래시를 비추면서 한 개 한 개 확인하여 풋고추를 따서 방독면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우리 분대원의 엄청난 식욕을 생각하니 마음마저 푸짐했다.

그러나 어찌하랴 고추밭에서 바라다 보이는 소대본부 막사에서 누군가가 플래시를 번쩍이면서 어둠 속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근무지를 이탈해 나온 것을 눈치챘나 보구나.'


막사에서 나온 소대원은 플래시를 한곳에 고정시키면서 막사 주위에 잠시 서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이 놓인 나는 계속 고추 수확작업을 했다.

그때였다. 그 소대원이 고추밭쪽으로 플래시를 번쩍였다.


'아뿔싸! 드디어 눈치챘나 보다.'

나는 얼른 플래시를 껐고 낮은 포복으로 납작 엎드렸다. 상황병의 플래시 불빛이 여기저기 비치었다. 나는 소대본부 쪽에다 신경을 바짝 세우면서 소대원의 플래시가 꺼지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플래시가 꺼지자 나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러자 또 소대원의 플래시가 번쩍였다. 또 엎드렸다. 그러기를 몇 번, 드디어 소대원의 플래시 불빛은 주위를 맴돌다가 막사 안으로 사라졌다. 주위가 고요해졌다. 나는 다시 경비구역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 소대본부로 철수하니 소대본부에 혼자 남아 있던 상황병이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소대원들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야, 나 어제 도깨비 불 봤어! 밤에 오줌 싸려고 막사 밖에 나왔거든. 근데 고추밭에서 난리야. 불이 이리 번쩍 저리 번쩍, 내가 바스락거리면 불이 꺼지고 조용하면 다시 켜지고, 와, 난 생전 처음 도깨비불을 봤단 말이야. 마"

내가 제대하는 날까지 우리 소대에서는 도깨비가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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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내 군대시절의 황당 이야기

덧붙이는 글 내 군대시절의 황당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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