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사회의 일원인 당신에게 꼭 필요한 책

후쿠오카 켄세이의 <즐거운 불편>

등록 2005.02.23 01:49수정 2005.02.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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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팽이

누가 뭐라 해도 이 시대는 ‘소비사회’다. 소비를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사회, 그것이 소비사회이고 현재 이 세계가 그렇다. 소비하는 것은 하나의 바이러스처럼 사람들의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너무나 흔하기 발생했기에, 더 이상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는 신용카드중독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의 이야기다.

소비사회는 언젠가 끝난다. 소비를 가능케 하는 자원은 한정돼 있다.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누구나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소비를 한다. 언젠가 파멸할 것임을 알면서도 소비를 한다. 24시간 사방팔방에서 소비를 미덕처럼 홍보하는 소비사회에서 소비자는 필연적으로 소비를 할 수 없다. 언젠가 끝날 것을 알면서도 모두가 그렇다.


혹자는 대안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출근하기 위해서는 전철을 타야하고,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화점에서 음식을 사야하고, 심심풀이를 위해서는 TV를 보고 컴퓨터를 해야 하는데 그것들은 모두 소비를 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것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의견은 타당하다. 소비사회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전철을 안 타면 불편하고 슈퍼에서 음식을 사지 않으면 불편하다. 분명히 타당한 말이다. 그런데 불편하다는 것은 뭘까? ‘불편하다’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것이 당연한 걸까?

한 남자가 소비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투쟁기를 보여주고 있다. ‘소비는 문제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뛰어넘기 위해 몸소 소비사회에서 반란을 일으킨 남자, 그가 <즐거운 불편>이라는 모순적인 것 같은 제목의 글을 소비사회에 던지고 있다.

이런 글이라면 보통 오지 속에서 자급자족한 삶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으레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즐거운 불편>은 오지 속의 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즐거운 불편>은 전철이 있는, 고층건물들이 즐비한 도심가에서 벌어진 투쟁기다. 이 작품은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도시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30대 남자의 생활기를 보여준다.

“자전거 통근으로 쉽게 배가 고파지고, 배가 고프면 아무리 찬밥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외식을 하지 않고 도시락을 지참한다’는 불편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밖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도시락을 싸는 시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도시락을 아내와 함께 준비하다 보면, 부부간의 대화 시간도 늘어나기 그 또한 즐겁지 않은가! 외식을 도시락으로 바꿈으로써 절약된 돈은 1만 엔.” <즐거운 불편 중에서>


저자는 신문사의 기획기사를 쓸 겸 ‘즐거운 불편’을 해보기로 하는데 실천방법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자전거 통근’, ‘외식하지 않기’, ‘자동판매기,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지 않기’, ‘채소의 자급률 높이기’, ‘엘리베이터 타지 않기’ 등으로 누구나 해볼 수 있는 것이다.

분명히 저자가 실천해보려고 했던 것은 평범한 것들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전철이면 금방 갈 수 있는 길을 자전거로 땀을 뻘뻘 흘리며 갈 때, 심한 갈증을 느끼는데 자동판매기가 앞에 보일 때, 더운 날 고층건물을 올라가야 할 때 등 저자가 느끼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처음에는 직업의식의 발로라고 해야 할까? ‘해야 한다’는 의식으로 버틴다. 그러다가 깨닫는다. 이 불편한 일들이, 실상은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편도 13.5킬로미터의 거리를 매일 왕복함으로써, 62.5킬로그램이었던 체중이 58.5킬로그램으로 줄었다. 허리둘레가 줄어 더 이상 못 입겠다고 처박아두었던 바지도, 지금은 여유 있게 들어간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한 달 뒤엔 15년 전 학창시절의 몸매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즐거운 불편 중에서>

“오이도 가지도 토마토도 상처투성인데다, 모양새도 볼품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전부 30킬로그램 가까이 캔 감자도 크기가 제각각으로, 같은 크기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도 먹어보면, 생협에서 사다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내 착각일까?” <즐거운 불편 중에서>

세상이 부유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행복지수가 떨어진다고 하는 이때에 저자는 무엇 때문에 행복함을 느끼는 것일까? 특히 스스로 불편함을 만들면서도 세상을 향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즐거운 불편>은 스스로 생산하는 것을 잃어버린 오늘날에 ‘사랑과 정성’으로 생산하는 삶을 살았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것은 저자가 주말을 이용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경제적’인 시각으로는 해석이 불가사의하지만 그럼에도 막연하게나마 따라해 보고 싶은 즐겁게 생산적인 삶을 사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저자가 과거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즐거운 불편>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21세기의 오늘날, 소비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작게나마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망설이는 가슴에 용기를 심어준다. 또한 무엇보다도 왜 소비사회를 넘어서야 하는지를 다양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알려준다.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또한 구할 수도 없는 인간의 풍요로움을 이야기하는 <즐거운 불편>. 불필요한 '낭비'들과 불필요한 '구속'으로 얼룩진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즐거운’ 불편을 권해주고 있다.

즐거운 불편 - 소비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한 인간의 자발적 실천기록, 개정판

후쿠오카 켄세이 지음, 김경인 옮김,
달팽이,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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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게 아니라 즐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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