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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은 정월대보름이자 동안거(冬安居·스님들이 음력 10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3개월간 외출을 금한 채 참선 정진하는 일)에 들었던 스님들이 90일간의 참선 정진을 마치고 산문을 나서는 날이기도 합니다. 스님들은 제각각 90일간을 참선 정진하면서 자신의 해탈과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구도를 게을리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때쯤이면 여러 오프라인이나 인터넷상에서 심심찮게 바랑 하나 메고 산문을 나서는 그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의 사진 한 장이 참으로 신선하고, 가슴 뭉클하게 와 닿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아마 그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사바 즉, 괴로움이 많은 인간 세상에 사는 우리가 힘들게 90일간을 견뎌온 그들 선승의 대견한 모습을 봄으로서 잠시나마 대리만족 같은 것을 얻고 생각만 해도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 같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실 90일간의 참선 정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 이 세상의 싸움 중에서 제일 힘든 싸움이 바로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때때로 어깨와 등짝으로 내리치는 지엄한 죽비 아래에서의 피나는 정진이 그러한 자신을 구하고 수많은 중생을 구제하겠지요.
2월 23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에서는 금번 동안거 해제 법회가 열렸는데 여기서 전 길상사 회주이셨던 법정(法頂·73)스님께서 ‘참음’과 ‘기다림의 행복’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설법을 하셨습니다. 법정 스님은 다들 아시겠지만 청빈(淸貧)의 생활을 해오시며 우리들에게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것을 일러주고 계시기도 합니다. 저는 멀리 있기도 하거니와 시간적으로나 그 밖의 일들로 인하여 참석을 하지 못하였습니다만 삶이 장애물 경주 임을 비유하여 이야기하시고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인간답게 사는지에 대하여 설파하신 것으로 압니다.
그렇습니다. 스님이나 타 종교의 성직자들이 설파하시는 것들을 잘 따라하면 모두가 열반에나 천당에 들 수 있을 터인데 무슨 욕망과 욕심은 그리 많은지 다만 들을 줄만 알았지 실천은 좀 뒷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아쉽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지난해 연말쯤에 법정 스님이 길상사 창건 7주년 기념 법회에서 ‘나눔’을 화두로 내어놓으시고 법문을 설파하신 일이 생각납니다. 아마 그때 청빈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름 아닌 많이 갖고자 하는 욕망을 스스로 억제하는 것, 무엇을 갖고자 할 때 갖지 못한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가난의 정신이라 하셨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눈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며 이게 또한 사랑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청빈을 풀이하면 맑은 가난입니다.
스님들이나 타 종교의 성직자들은 자신과 이웃을 위하여 참선과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고 나눔의 실천을 다하는데(물론, 내가 아는 많은 이들도 이웃을 위하여 남몰래 헌신하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지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안도현 시인의 시처럼 나는 누구에게 언제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다시 한 번 더 반문을 합니다.
참고, 기다리고, 이웃에게 베풀며 살다보면 꽃이 피고 새가 우짖는 봄은 그리 멀지 않을 것입니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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