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각오로 물음에 답하였던 선비 정신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를 읽고

등록 2005.03.09 21:55수정 2005.03.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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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정말 좋은 책을 만나 독서삼매경에 빠질 때면 이 세상 그 어느 것 하나 부러운 것이 없다. 좋은 책을 만나 새로운 지식을 쌓고 더 나아가 지은이의 지성까지 나의 것으로 만드는 일. 이는 어쩌면 책을 읽는 자들의 축복이 아닐까?

오늘 소개하는 인문 부분의 이 책은 읽는 이들에게 다소 딱딱한 면이 없지는 않겠으나, 찬찬히 읽어 가다보면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옛 조상들의 얼을 배우는 소중한 계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대국가이든 근대국가이든 국가가 형성되고 난 후에는 국가의 존립과 안녕 그리고 질서를 위하여 취하여야 할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에 이에 통치권자는 자신과 함께 국가의 정책을 논하고 구현해 나갈 정치적 파트너를 간절히 원하고 찾았음은 물론이다. 그 정치적 파트너를 구하는 방법은 다양한, 왕정국가(우리 나라)의 경우 과거시험이라는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제도를 도입하여 인재를 등용했다.

a <책문> 겉 표지

<책문> 겉 표지 ⓒ 소나무

과거제도는 중국 수(隋)나라의 문제(文帝, 581~604) 때 처음 실시되었다. 그러나 이때는 통치권자가 귀족들의 막강한 권력을 축소하고 권력을 중앙으로 집중시키기 위한 제도로 활용했다. 귀족들은 과거제도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때때로 불안하고 위태한 길을 가기도 했으나, 당(唐)과 송(宋)나라에 이르러서는 신흥사대부들이 이 과거제도를 통하여 관리로 배출되기도 하고 출세의 가도를 달렸다. 그러하여 이 과거제도는 온전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고려 광종(949~975) 때 중국 후주(後周)에서 건너온 쌍기(雙冀, 고려 때 귀화한 쌍철의 아들)라는 사람의 건의로 958년에 처음 과거제도가 시행되었으며 이 제도는 계속 발전되어 조선시대 말까지 지속되었다.

<책문策問 -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통치권자인 왕이 직접 그 당시 문제적 현안(정치 현안 등)의 해결책을 절박하게 묻는 책문(策問)과 여기에 죽을 각오로 자신의 진솔한 견해를 피력한 인재들의 대책(對策)을 적은 옛 책자들을 탐구하고 풀이하여 김태완이라는 학자가 쓴 책이다.

김태완은 그는 누구인가? 그는 1964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으며 (그러고 보니 지금은 돌아가신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의 저자이며 봉화 출신인 ‘전우익’ 선생이 생각난다) 봉화에서 고등학교까지 끝마치고, 서울로 올라가 숭실대 철학과에서 공부를 했다. 율곡선생의 책문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그가 옮긴 책으로는 <중국철학우화> <상수역학> <도교> <중국문장가열전> 등이 있다.


a <책문>의 속 내용

<책문>의 속 내용 ⓒ 소나무

지금도 마찬가지로 시대의 절박한 물음은 계속되고, 그 물음에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답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옛 선비들이 죽을 각오로 그 물음에 답하였던 수고를 그리 많이 닮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국내외적으로 많은 곤경과 역경에 처했으며, 이러한 우리 옛 선비들의 기개를 따라하지 못한다면 그 어려운 환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 까닭으로 이 책은 그 책문과 대책 사이를 오가며 우리들에게 그 당시의 통치권자와 선비들의 고뇌하였던 문제들을 들여다보게 하고 그 기지를 배우게 하는 데 좋을 듯하다.


1611년, 광해군 3년 별시문과에서 광해군은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를 물었고 임숙영(1576~1623)은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에게 있습니다’라는 대책을 말합니다. 이것은 그 당시의 부도덕한 사회를 탄하고 세금제도와 부역제도, 사대부들의 각기 붕당 세우기, 공납제도 등속의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고 또한 이러한 병폐현상은 왕의 부덕한 소치에서 비롯된다고 아뢰고, 인재는 반드시 재능과 능력에 따라 뽑고 기강, 언로 ,도리, 국력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죽기로 말합니다.-28쪽에서 64쪽

a <책문> 뒷 표지

<책문> 뒷 표지 ⓒ 소나무

1515년, 중종 10년 알성시에서 중종은 ‘그대가 공자라면 어떻게 정치를 하겠느냐’고 물었고 조광조(1482~1519)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도가 다르지 않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하늘과 사람은 근본이 같고 하늘의 이치가 사람에게 유행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임금과 백성은 근본이 같아 서로가 하나로 여겨 백성을 다스리고 보살피면 태평성대하리라 말합니다. 그리고 공자의 한결같은 마음처럼 행하고 옛 성인의 어질고 의로운 마음을 본받아 백성을 다스리라 말합니다.-130쪽에서 156쪽


이렇듯 조선시대의 여러 과거에서 다뤘던 질문과 대답을 통하여 독자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어떠하였음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던져진 책문을 어떻게 풀어 가야할지에 대한 해법이 되기도 한다. 특히 지금의 위정자들에게 많은 문제들을 지적해준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책문>
김태완 풀고 쓰다. / 소나무 간

덧붙이는 글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책문>
김태완 풀고 쓰다. / 소나무 간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소나무,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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