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 적색수배자 '김우중' 전 회장 돌아오나

계속된 귀국 타진과 여론 떠보기... 찬반 의견 엇갈려

등록 2005.05.27 17:51수정 2005.05.2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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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동남아시아를 떠돌며 5년7개월 동안 유랑자 생활을 했던 대우그룹 김우중(69) 전 회장, 그가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41조원 분식회계로 인터폴의 적색 수배까지 받았던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이 귀국을 희망하고 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가 다시 세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1일 오전 11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는 '김우중과 한국경제를 생각하는 대우인 모임'(가칭) 발족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이 모임을 주도한 이들은 서울대 김윤(서양사학과 81. 경영발전연구센터 대표)씨, 이철우(법대 81, 시스템엔지니어링 이사)씨 등으로, 김우중 전 회장이 1995년 세계경영을 모토로 내걸고 대거 수혈했던 서울대 386 운동권 출신들.

그러나 여론의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이날 모임은 '세계경영포럼' 발족식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모임의 이름은 변경됐지만 세계경영포럼 모임에 참석한 옛 대우맨들은 김우중 전 회장의 귀국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노력하고 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귀국 연기

김우중 전 회장의 거취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7일 프랑스의 일간 <리베라시옹> 보도 이후.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열차제작그룹 로베르 로르 회장은 "한국에서 사업을 위해 김우중 전 회장을 고용해 2003~2004년 사이 세번 만났고, 그 중 한 곳은 서울이었다"고 말했다.

기소 중지된 죄인이 서울로 들어온다?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로르 회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10년 전쯤 만난 것 같다"고 말을 주워담았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나 4월 10일 <연합뉴스>를 통해 김우중 전 회장이 베트남 남부 호치민시에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김우중 전 회장이 추진하는 하노이에 걸립 중인 65층짜리 주상복합 빌딩이 프랑스 로르 회장 소유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우중 '서울 입국설'은 힘을 얻게 됐다.

사실 김우중 전 회장 귀국설은 대우그룹 해체를 주도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헌재 금융감독원장이 물러나던 2002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다가 2004년 대우계열사들이 부실을 털어내고 대부분 부활하면서 김우중 귀국에 힘이 실리게 됐다.


재계는 오래 전부터 김우중 전 회장의 사면을 원했으며, 정치권에서도 사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2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우중 회장을 비롯한 경제인들을 대승적 차원에서 사면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를 다녀온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은 26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베트남은 대우 일색이다, 김우중이 역할을 많이 했고 애국자"라면서 "물론 공과는 있지만, 재판을 받고 사면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정부와 여당에서도 감지된다. 참여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김우중 전 회장도 광복 60주년 특사 때 사면 심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5월말쯤 귀국할 예정이었던 김우중 전 회장이 러시아 유전개발 사건과 행담도 사건 등 민감한 사건이 터지면서 귀국을 미뤘다는 주변 진술이 나오는 것도 정부와 사전교감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김우중 전 회장의 한 측근도 "원로 기업인들 타계도 그렇고, 경제적 여건 등 여러가지 답답한 상황이 전개되는 만큼 김우중 전 회장 귀국의 충분한 여건은 성숙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사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귀국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귀국을 위해 넘어야 할 산

a 2003년 리베라시옹에 보도된 김우중 체포결사대 기사

2003년 리베라시옹에 보도된 김우중 체포결사대 기사 ⓒ 리베라시옹

지난 4월 29일 대법원은 대우그룹 분식회계와 관련해 총 23조원의 추징금과 함께 임직원들의 유죄를 확정했다. 23조원의 추징금은 법원이 부과한 추징금과 벌금형 가운데 사상 최고 액수. 대법원의 이 판결은 김우중 전 회장을 사실상 분식회계에 대한 공범으로 인정한 것으로, 귀국을 타진하는 김 전 회장에게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장병주 전 대우사장과 이상훈 전 전무에 대해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김영구 전 대우 부사장과 이동원 대우 영국법인장, 김용길 전 대우 전무 등 5명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장병주 전 사장은 대우차 재무제표 작성 권한을 가진 대우이사로서 회계 분식에 대해 김우중으로부터 지시를 받았고, 김우중과 공모해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범죄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우중 전 회장은 41조원의 천문학적 자금을 분식회계 처리하고 9조2000억원을 부당대출 받은 혐의로 기소중지된 수배자다. 과거 대우 임원들이 분식회계로 인해 중형을 선고 받은 마당에 그가 설령 귀국한다 하더라도 면죄부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김우중 전 회장 수배에 미온적이라는 지적 때문에 4월 중순쯤 인터폴에에 수배 등의 공조 협조를 요청했지만, 적색 수배자에게 사면 선물을 주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통령의 무분별한 사면권이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또한 대우 부도로 정리해고 등의 고통을 겪었던 기억도 부정적인 요소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수십조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대우자동차를 GM에 헐값 매각하게 한 장본인 김우중 전 회장의 사면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면서 "참여정부와 재계의 밀월 관계를 보여주는 결과"라며 김 전 회장 사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면서 '세계경영' 을 부르짖던 존경 받는 기업인 김우중과 분식회계로 국민 경제를 주름지게 했던 'Wanted(현상수배자)' 김우중, 국민들은 어떤 모습으로 그를 기억하려고 할까.

김우중 전 회장을 비롯해 정치권과 재계가 여론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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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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