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앞바다도 '제2의 신풍호' 사건 우려

일본, 중간수역 일부 자국EEZ 주장... 지난 3월말 우리 어선에 경고장

등록 2005.06.03 10:09수정 2005.06.0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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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발어선 1척을 놓고 해경 경비정과 일본 순시선이 37시간 동안 대치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일본이 제주도 앞바다 '한일중간수역' 일부를 자기네 바다라고 우기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어민들은 "이러다간 동해에 이어 제주도 앞바다조차 잃을 판"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측이 지난 1999년 체결한 한일어업협정에 따라 양국 어선의 조업권이 보장된 제주도 남방 '한일중간수역' 가운데 1/3 이상을 자의적으로 획정한 남방한계선(북위 30˚43′50″) 기준으로 '자국EEZ'라고 주장하며 조업 중인 우리 어선을 강제 추방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통영어업무선정보통신국(국장 배준길)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 오후 2시30분 한일중간수역 해상에서 조업중이던 통영선적 장어통발어선 129해리호와 378동경호가 일본 수산청 지도선으로부터 일본국 수산청 명의의 경고장을 받고 어쩔 수 없이 뱃머리를 경남 통영항으로 돌렸다. 129해리호와 378동경호는 최근 동해상에서 일본에 나포될 뻔한 신풍호와 동일한 규모의 장어잡이 통발어선.

당시 경고장에는 일본어로 '한일 어업협정 제9조에 의거 남부잠정수역(중간수역) 남부 남한선(남방한계선)보다 남쪽은 일본국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일본국 정부의 허가 없는 어업활동은 불법'이라고 적혀있었다. 게다가 앞으로 '무허가 조업죄'를 적용 1천만엔(한화 1억원)의 벌금을 물린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즉 일본이 자의적으로 획정한(사진 붉은선) 남방한계선을 넘어설 경우 일본 EEZ 침범으로 간주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가하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일본측은 지난 2000년 중일 어업협정을 맺은 후부터 중일잠정조치수역과 한일중간수역이 겹치는 북위 29°30′부터 북위 30°43′50″까지 해역(제주 남방 한일 중간수역의 1/3 규모)을 자기네 EEZ라고 지금까지 주장하고 있다.


일본측이 자기네 EEZ라고 주장하는 해역(사진 붉은 선 아래 부분)
▲일본측이 자기네 EEZ라고 주장하는 해역(사진 붉은 선 아래 부분) 김상현
이에 대해 우리 어민들은 "한일 어업협정에 따라 잠정적으로 EEZ제도 적용을 유보한 양국 중간수역의 1/3 이상을 일본측 임의로 자국 EEZ로 편입해 해석한 것으로 명백한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 해역이 '한일중간수역'이라는 공식입장에도 불구하고 실제 우리 어선 보호에는 소홀해 어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지난 2003년 8월에도 우리 어선이 이 해역에서 일본수산청 지도선에게 검문과 경고장을 받아 해양수산부에 보고했지만 해양수산부는 단지 외교부를 통해 '항의서한'을 보내고 재발방지의 '구두약속'만을 받는 선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문제의 획정선이 중일 잠정조치수역 경계와 유사선상임을 볼 때 일본과 1년이나 먼저 어업협정을 맺었던(한일 1999년, 중일 2000년) 우리 정부에서 이의를 제기할 충분한 근거와 시간이 있었음에도 묵인해 온데 대해 "일본과의 이면 계약이 있었던 게 아닌가"하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이번 역시 구두약속 이외의 명문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어민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해양수산부 어업교섭과 하두식 주임은 "이번 건에 대해 외교부에 강력한 항의조치를 요청했다"면서도 "외교문제다 보니 구두약속까지는 받겠지만 현실적으로 명문화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2003년) 당시 약속을 받았지만 세월이 지나 사람이 바뀌다 보니 착오가 생긴 것 같다"며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업지 축소로 통영항에 발인 묶인 통발어선.
▲조업지 축소로 통영항에 발인 묶인 통발어선. 김상현
하지만 어민들은 "마지막 남은 황금어장마저 빼앗기겠다"고 불안에 떨고 있다.

통영 통발어선 해리호 선주 이기환씨는 "일본이 제주도 남방 '한일 중간수역'에 대해 이 수역의 1/3 이상을 '자국EEZ'로 주장하며 조업 중인 우리 어선을 강제추방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우리 정부가 보호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벌금 1억원의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어떻게 그 바다에서 조업을 할 수 있겠느냐"며 "동해에선 나포되고, 제주도 앞바다도 1억원대 벌금을 물지 않으려면 배를 항구에 묶어두는 수밖에 없질 않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민들은 "일본측이 우리 정부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걸 일단 확인했으니 이제 시도 때도 없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어민들은 "이러다가 동해에 이어 마지막 남은 제주도 남방 장어잡이 황금어장을 잃을 판"이라고 우려하며 "우리 정부가 제2의 신풍호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이제 중국, 일본과 담판을 지어 논란의 씨앗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한편 신풍호 등 통영선적 통발어선은 약 100척에 달하며 경남 통영을 중심으로 제주도와 동해, 한일중간수역 등지에서 조업해 연간 1200억원의 어획고를 올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통영지역 주간신문인 '한산신문'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통영지역 주간신문인 '한산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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