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과 낙지가 만나 사랑에 빠졌을 때

<음식사냥 맛사냥 25>그윽한 버섯향, 시원한 국물맛 으뜸 '버섯낙지전골'

등록 2005.06.03 18:19수정 2005.06.0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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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산과 바다가 냄비 속에서 만나 깊은 사랑을 속삭인다?

산과 바다가 냄비 속에서 만나 깊은 사랑을 속삭인다? ⓒ 이종찬

깊은 산골짝 외진 곳에서 자라는 버섯과 바다 뻘밭 깊숙히 몸을 감춘 채 살아가는 낙지가 만날 수 있을까. 만약 그 둘이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버섯은 산과 하늘만 바라보며 자랐으므로 산에 대한 자랑을 하고, 낙지는 검푸른 바다를 하늘로 삼아 시커먼 뻘벝 속에서 자랐으므로 바다에 대한 자랑만 늘어놓을까?

버섯과 낙지가 산과 바다를 뛰어넘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이 둘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만약 이 둘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그 사랑의 빛깔은 어떤 색깔일까. 일곱색 영롱한 무지개 빛깔일까. 아니면 검푸른 바다에 비친 초록빛 산 그림자처럼 어슴푸레한 그런 빛깔일까.

버섯과 낙지가 나누는 그 사랑의 맛은 첫사랑의 맛처럼 쓰기만 할까. 눈깔사탕이나 솜사탕처럼 달착지근한 맛일까. 설익은 자두처럼 새콤달콤하면서도 그 뒷맛은 혓바닥을 콕콕 찌르는 매콤한 맛일까. 아니면 지독한 그리움과 오랜 기다림 끝에 응어리진 홧병을 시원하게 씻어내리는 그런 맛일까.


a 마산 대우백화점 7층 식당가에 자리잡은 '동해바다'

마산 대우백화점 7층 식당가에 자리잡은 '동해바다' ⓒ 이종찬


a 꿈틀꿈틀 버섯을 애타게 기다리는 산 낙지

꿈틀꿈틀 버섯을 애타게 기다리는 산 낙지 ⓒ 이종찬

"저희집에 오시는 손님들 대부분은 버섯낙지전골이 시원하고 담백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난다고 그래예. 사실, 버섯낙지전골의 맛의 비법은 오래 우려낸 다싯물에 있지예. 저는 버섯낙지전골의 다싯물을 만들 때 조개, 명태, 다시마 등 9가지 해물과 무, 양파를 넣고 중간불에서 4~5시간 동안 포옥 우려내서 만들지예."

늘상 싱싱한 물고기를 사려는 손님들로 왁자지껄한 마산 어시장 옆 대우백화점(경남 마산시 신포동 2가) 7층 식당가에 자리잡은 해물조리전문점 '동해바다'. 이 집 주인 이숙혜(53)씨는 "마산은 바다를 끼고 있어서 그런지 곳곳에 해물조리를 하는 식당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지만 버섯낙지전골을 조리하는 집은 이 집뿐"이라고 말한다.

4년 앞부터 이곳에서 버섯낙지전골(3인분 1만7천원)을 비롯한 낙지볶음(5천원), 불낙볶음(6천원), 산낙지전골(3인분 2만5천원) 등 낙지를 이용한 갖가지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이씨. 이씨는 "대부분의 낙지전문점에 가면 산낙지를 미리 집어넣고 끓이지만 저는 산 낙지를 중간에 집어넣는다"고 말한다.

왜 그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씨는 '쉬이~' 소리와 함께 검지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더니 한쪽 눈을 찡긋한다. 이어 이 집만의 일급 비밀을 털어놓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지막한 소리로 "산 낙지를 미리 집어넣으면 낙지가 고무줄처럼 질겨지면서 낙지 특유의 쫄깃거리는 맛이 사라진다"고 귀띔한다.

a 버섯 특유의 향기와 함께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끝내주는 버섯낙지전골

버섯 특유의 향기와 함께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끝내주는 버섯낙지전골 ⓒ 이종찬


a 이 집 버섯낙지전골은 산 낙지를 버섯전골이 중간쯤 끓었을 때 넣는다

이 집 버섯낙지전골은 산 낙지를 버섯전골이 중간쯤 끓었을 때 넣는다 ⓒ 이종찬

"버섯낙지전골을 만들 때에는 제일 먼저 냄비 바닥에 콩나물과 무를 깔고 그 위에 살아있는 새우를 얹어예. 그리고 여러 가지 채소와 6가지 버섯(표고버섯, 새송이버섯, 양송이버섯,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목이버섯)을 올린 뒤 다싯물을 붓고 센불에서 끓이다가 냄비에서 김이 나기 시작하면 산 낙지를 집어넣지예."


"저희집 버섯낙지전골을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은 다들 맛있다고 그래예. 저기 앉아서 쪼매마(조금만) 기다리이소"라며 바삐 주방으로 사라지는 이씨. 이씨가 턱짓으로 가리킨 널찍한 식당 안에는 바삐 자리를 가로 채고 앉지 않으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수많은 손님들이 들락거린다.

대체 이 집 버섯낙지전골이 얼마나 맛있기에 저리도 많은 사람들이 이마와 목덜미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정신없이 먹고 있는 것일까. 대체 버섯과 낙지가 만나 어떤 새로운 맛을 내기에 이리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뜨거운 버섯낙지전골을 시켜먹고 있는 것일까.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만 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침을 열두 번쯤 꼴깍꼴깍 삼키고 있을 때였을까. 식탁 위에 깍두기와 열무김치, 풋고추, 부추전, 오뎅 등이 듬성듬성 올려지기 시작한다. 이어 식탁 한가운데 마련된 가스렌지가 톡, 하고 켜지더니 한소끔 끓인 듯한 버섯낙지볶음이 올려진다. 이내 발그스럼한 거품이 뽀글뽀글 피어오르고, 식탁 위에는 구수하고도 향긋한 내음이 천천히 퍼지기 시작한다.


a 무더운 날, 땀을 뻘뻘 흘려가며 버섯낙지전골을 먹고 나면 온몸이 샤워를 한 것처럼 개운해진다

무더운 날, 땀을 뻘뻘 흘려가며 버섯낙지전골을 먹고 나면 온몸이 샤워를 한 것처럼 개운해진다 ⓒ 이종찬


a 새우 속살을 발라 콩나물과 함께 먹는 맛도 아삭거리는 게 일품이다

새우 속살을 발라 콩나물과 함께 먹는 맛도 아삭거리는 게 일품이다 ⓒ 이종찬

열너댓 번째 침 넘어가는 소리. 맛갈스럽게 뽀글뽀글 끓고 있는 버섯낙지전골을 국자 가득 떠올리자 잘 익은 낙지와 여러 가지 버섯, 새우, 콩나물 등이 마구 뒤섞여 올라온다. 국그릇 가득 버섯낙지전골을 담은 뒤 숟가락으로 국물을 조금 떠서 입으로 후후 분다. 이어 벌건 국물을 후루룩 빨아들이자 버섯 특유의 향긋한 내음과 함께 구수하고도 시원한 감칠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노오란 조가 촘촘촘 박힌 쌀밥 한 숟가락 입에 넣고 버섯낙지전골 한 수저 입에 넣으면 그저 행복하다. 구수하고도 시원한 국물맛이 이 세상 시름을 몽땅 털어주는 것만 같다. 코끝을 향긋하게 맴도는 버섯과 함께 쫄깃쫄깃 씹어먹는 낙지맛도 그만이다. 발갛게 익은 새우 속살을 발라내 콩나물과 함께 씹는 맛도 아삭아삭한 게 상큼한 느낌을 준다.

버섯낙지전골을 먹는 사이 사이 가끔씩 된장에 푸욱 찍어먹는 풋고추의 알싸한 맛도 입맛을 더욱 부추긴다. 이마와 목덜미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는 버섯낙지전골의 이 기막힌 맛. 그래, 바로 이 맛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맛이요, 버섯과 낙지가 만나 새롭게 만들어낸, 속내 깊은 사랑의 맛이 아니고 무엇이랴.

"사실, 버섯은 맛보다 그윽한 향기 때문에 넣어예. 산에서 사는 버섯과 바다에서 사는 낙지를 함께 넣어 이제껏 사람들이 맛보지 못한 독특한 깊은 맛을 만들어내는 거지예. 저희집 버섯낙지전골은 매콤하지 않으면서도 시원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라예. 그래서 그런지 여성분들도 아주 좋아해예. 미용과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라며."

a 향긋한 맛은 버섯, 구수하고 담백한 맛은 낙지, 시원한 맛은 새우가 낸다

향긋한 맛은 버섯, 구수하고 담백한 맛은 낙지, 시원한 맛은 새우가 낸다 ⓒ 이종찬


a 노오란 조가 촘촘촘 박힌 쌀밥에 버섯낙지전골 얹어 먹어보셨나요

노오란 조가 촘촘촘 박힌 쌀밥에 버섯낙지전골 얹어 먹어보셨나요 ⓒ 이종찬

덧붙이는 글 | ☞가는 길/서울-대진고속도로-진주-서마산 나들목-어시장-마산대우백화점 7층 식당가-동해바다(055-240-6886)

덧붙이는 글 ☞가는 길/서울-대진고속도로-진주-서마산 나들목-어시장-마산대우백화점 7층 식당가-동해바다(055-240-6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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