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없고 김우중 재평가만 있었다"

[현장] 386 출신 전 대우직원 모임 세계경영포럼 첫 토론회

등록 2005.06.25 11:40수정 2005.06.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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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영과 한국경제에 대한 토론은 없고 대우의 공적에 대한 재평가만 있었다."

386 운동권 출신 옛 대우그룹 직원모임인 세계경영포럼(대표 김윤)이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영 그리고 한국경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첫 공개 토론회에서 이를 지켜본 참석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김윤 세계경영포럼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이번 토론회가 김우중 개인이나 대우라는 한 기업에 초점을 맞춰 이에 대한 소모적인 공과 논의보다는 세계경영이 우리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교훈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토론회를 지켜본 참석자들은 "주최측의 취지와는 달리 토론회가 시종일관 김 전 회장의 공적을 재평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성장잠재력 지닌 국가에 먼저 뛰어든 것 인정해야"

가장 먼저 발표자로 나선 최정호 한국무역개발원 원장은 '현장에서 본 대우 세계경영의 가능성과 현실성'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90년대 초반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아프리카, 동구, 심지어는 요즘 부각이 되고 있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에 가장 먼저 진출한 곳이 대우"라며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지닌 국가에 먼저 뛰어든 것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록 대우의 세계경영이 IMF라는 거대 암초를 만나면서 빛을 바랬지만 지금의 청년 실업을 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세계경영"이라며 "대우의 세계경영도 이 같은 맥락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1990년대 대우그룹의 세계경영 전략과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체제 전환국들 간의 경제블로 구상'이란 주제발표에 나선 김형철 전 서울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우의 세계경영이 당시 주목을 받았던 배경과 GM 등 다른 세계적 기업과의 차별성에 대해 설명했다.

김 전 연구위원은 "대우는 GM처럼 회사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철저하게 현지 중심의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을 했다"며 "이는 지금까지도 대우 브랜드가 현지 나라에서 호응을 얻게 된 배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우는 부품도 현지에서 생산한 부품만을 사용했으며 그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다시 재투자에 투입하고 현지 고용을 확대하는데 힘썼다"고 말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의 세계경영과 기업가 정신'이란 주제로 마지막 주제발표에 나선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대우 패망을 통해 한국의 기업가 정신도 함께 용도폐기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 논설위원은 "대우그룹 해체가 우리 경제에 남긴 가장 큰 폐해는 기업가 정신을 뿌리뽑아버린 것"이라며 "경제 관료들이 저마다 구조조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기업들도 창업가형 보다는 재무관리형 CEO를 더 선호하면서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 해체 이후 우리 정부가 기업의 역동성을 끌어내리는 '전세계의 기업 고문제도'를 전부 들여와 오리려 기업의 미래 성장 잠재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며 "이 때문에 기업가 정신도 함께 사라진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논설위원은 "대우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면 기업가 정신을 다시 끌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우의 세계경영은 비록 실패했지만 세계경영의 과실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은 지금도 개도국에 브랜드로 존재하며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그 과실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패망의 가장 큰 폐해는 기업가정신의 실종"

주제발표가 끝난 후 토론자로 나선 이수희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센터 소장은 "대우의 세계경영이 실패했을 뿐이지 세계경영 자체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며 "세계경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밝혔다.

이재윤 중앙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무엇이든 중심이 도망가면 전체가 무너지듯이 대우사태 당시 김 전 회장이 중심에서 버텼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총수가 되고 그 밑에 삼성본부, 대우본, 현대본부 식으로 운영이 돼온 관치자본주의가 70년대로 이미 끝났어야 했다"며 "그러나 이 같은 관치자본주의가 이후 이른바 총수자본주의로 가면서 그 폐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주최측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일방적 매도나 무조건적인 감싸기는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세계경영이 앞으로의 한국경제활성화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를 지켜본 이들은 "토론회 주제대로 '세계경영과 그리고 한국경제'에 대한 열띤 토론은 뒷전인 채 저마다 대우와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에 대한 공을 재평가하는데 치우친 것 같아 아쉽다"는 의견을 밝혔다.

세계경영포럼은 앞으로 대우의 세계경영이 펼쳐진 현장을 직접 찾아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 학술세미나 및 공개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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