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오락가락하는 날엔 따끈한 갈비탕 드세요

<음식사냥 맛사냥 32> 뽀오얀 국물 속에 깃든 담백한 맛 '갈비탕'

등록 2005.07.04 16:02수정 2005.07.0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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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비오는 날, 소주 한 잔 벗 삼아 따끈한 갈비탕 드세요

비오는 날, 소주 한 잔 벗 삼아 따끈한 갈비탕 드세요 ⓒ 이종찬

비… 먹구름… 비… 먹구름…. 지난주부터 장마철로 접어들면서 단 하루라도 햇볕이 쨍하게 나는 날이 거의 없다. 하루 종일 땀을 너무 많이 흘리고 얼음물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입맛도 통 나지 않는다. 허기는 지고 무얼 먹긴 먹어야 하는데, 그 어떤 음식을 보아도 맛깔스럽게 여겨지지 않는다.

진종일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면서 어둑한 실내 공기도 눅눅하다. 복사용지도 습기를 머금은 탓인지 자꾸만 프린터에 걸린다. 어둑하고 후덥지근한 날씨 탓인지 몸조차 끈적끈적해지면서 찌뿌둥하다. 허리 한 번 세게 비틀면 뿌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몸 어느 한 곳이 금세 부서져내릴 것만 같다.


몸의 균형이 깨뜨려지기 쉬운 장마철. 이러한 때에는 오락가락하는 장맛비를 바라보며 따끈한 갈비탕 한 그릇을 먹어보자. 목덜미가 으슬으슬할 정도로 줄기차게 쏟아지는 장대비, 그 장대비를 바라보며 따끈한 갈비탕 한 그릇 먹고 나면 그동안 땀으로 몽땅 다 빠져나갔던 온몸의 기운이 펄펄 솟아나는 것만 같다.

a 갈비탕의 밑반찬으로는 열무깍두기, 김치, 어묵볶음, 호박조림이 나온다

갈비탕의 밑반찬으로는 열무깍두기, 김치, 어묵볶음, 호박조림이 나온다 ⓒ 이종찬


a 갈비탕 속에는 살점이 듬뿍 붙은 갈빗살이 4~5대나 들어 있다

갈비탕 속에는 살점이 듬뿍 붙은 갈빗살이 4~5대나 들어 있다 ⓒ 이종찬

"저희 집에 처음 오시는 손님들은 갈비탕에 우유나 밀가루 같은 것을 풀었느냐고 물어봐요. 그도 그럴 것이 저희 집 갈비탕은 희멀건한 국물에 질긴 갈비살 서너 개 담아내는 그런 갈비탕과는 달리 국물이 우유처럼 뽀얗거든요. 게다가 부드럽고 쫄깃한 갈비살이 붙은 갈비가 4~5대나 들어 있지요."

지난 달 11일(토) 오후 1시. 정동용(44) 시인과 함께 찾은 창덕궁 앞 파라다이스 모텔 맞은 편에 있는 한우갈비탕전문점 '유림정육식당'(주인 김혁배, 서울 종로구 권농동 166-1)을 찾았다. 모두 3층으로 이루어진 이 집의 1층은 한우 육고기를 손님들에게 직접 파는 정육점이고, 2~3층이 갈비탕을 맛깔스럽게 끓여내는 식당이다.

애인으로 삼고 싶을 만큼 눈빛이 서글서글한 이 집 주방 아주머니 이나영(37)씨는 "저희 집에서 내는 갈비탕은 이름만 갈비탕이지 실제로는 곰탕"이라며, 한 번 먹어본 사람은 반드시 다른 손님들을 모시고 다시 찾아온다고 귀띔한다. 오래 우려낸 구수하고도 담백한 곰국과 그 곰국 속에 든 4~5대의 쫄깃한 갈비살을 뜯어먹는 맛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가보는 것이 낫다는 옛말이 있듯이 이씨에게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먹어보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이씨에게 소주 한 병과 갈비탕을 시키자 "소주는 갈비탕과 함께 낼게요"하면서 주방으로 사라진다. 갈비탕이 나올 때까지 깡소주만 홀짝거리지 말고 좀 기다렸다가 갈비탕에 든 갈빗살을 안주 삼아 넉넉하게 소주를 마시라는 투다.

a 이집 갈비탕의 국물은 사골곰국처럼 뽀얗고 진하다

이집 갈비탕의 국물은 사골곰국처럼 뽀얗고 진하다 ⓒ 이종찬


a 뽀오얀 국물 속에 사리처럼 담겨있는 맛갈스런 갈빗대

뽀오얀 국물 속에 사리처럼 담겨있는 맛갈스런 갈빗대 ⓒ 이종찬

금세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흐릿한 창 밖. 오늘 같이 따끈한 갈비탕을 먹는 날, 소나기라도 시원하게 쏟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악 하고 있을 때, 이씨가 식탁 위에 밑반찬을 주섬주섬 올리기 시작한다. 길쭉하게 썬 열무깍두기와 파김치, 배추김치, 호박조림, 어묵볶음 그리고 고춧가루 한 종지.


그중 상큼하게 보이는 열무깍두기와 파김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맛깔스럽게 보이는 파김치 한 점 마악 입에 넣을 때 갈비탕과 소주가 식탁 위에 놓인다. 기자가 "고춧가루 양념은 없어요?"라고 묻자 이씨가 "저희 집 갈비탕은 국물이 진하기 때문에 고춧가루 양념을 쓰지 않아요"라고 한다.

고춧가루 양념은 희멀건 갈비탕을 먹을 때 국물맛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넣는 거라는 투다. 소주 한 잔 부어놓고, 이씨의 말처럼 뽀오얀 갈비탕 국물에 고춧가루를 조금 뿌린 뒤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국물을 떠서 입에 넣자 그동안 칼칼했던 입속이 금세 부드럽게 풀어진다.

이씨의 말처럼 이 집 갈비탕은 이름만 갈비탕이지 곰탕 국물이 확실하다. 소주 한 잔 입에 털어넣고 뽀오얀 갈비탕 속에 든 갈빗대를 건져 푸짐하게 붙은 살점을 뜯어먹는 그 맛도 정말 기막히다. 쫄깃하고도 부드러운 살점이 혀끝에서 슬슬 미끄러진다. 소주를 홀짝거리며 갈빗대에 붙은 살점만 뜯어먹어도 배가 불러올 정도다.


a 갈비탕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자주 먹는 것이 좋단다

갈비탕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자주 먹는 것이 좋단다 ⓒ 이종찬


a 소주 한 잔 입에 털어넣고 갈빗대에 붙은 쫄깃한 살점을 뜯어먹는 맛

소주 한 잔 입에 털어넣고 갈빗대에 붙은 쫄깃한 살점을 뜯어먹는 맛 ⓒ 이종찬

"사실, 저희 집은 1층에서 정육점을 하기 때문에 갈빗대를 이렇게 푸짐하게 넣어드릴 수가 있어요. 사실, 저희 집을 찾는 손님들은 갈비탕 한 그릇으로 일석 삼조를 누리는 셈이지요. 소주를 드시면서 갈비탕 속에 든 4~5대의 갈비를 안주 삼아 먹을 수 있고, 진한 곰국에 밥을 말아먹을 수 있고, 그리고 계산을 할 때는 갈비탕 한 그릇 값만 내면 되니까요."

이 집 갈비탕(5천원)의 특징은 마치 밀가루나 우유를 풀어놓은 듯 뽀얗고 진한 국물에 있다. 보통 갈비탕은 갈비를 삶은 희멀건한 국물에 갈비살과 냉면을 잔뜩 넣고 밥과 함께 차려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집 갈비탕은 소뼈를 넣고 오래 우려낸 곰국에 빻은 마늘과 간장, 후추로 양념한 갈비를 넣어 끓여낸다.

그래서일까. 진한 국물맛이 깔끔하면서도 몹시 고소하다. 뽀오얀 갈비탕 국물을 입에 떠넣을 때마다 혓바닥을 부드럽게 휘어감는 감칠맛 또한 아주 깊다. 공기밥을 만 곰국을 숟가락으로 듬뿍 떠서 깍두기나 파김치를 올려 먹는 맛도 끝내준다. 입안에 넣으면 몇 번 씹을 틈도 없이 목구녕을 타고 꾸울꺽 삼켜진다. 혀끝에 맴도는 구수한 뒷맛.

'이게 갈비탕이야? 곰탕이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특히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이 집 3층 창가에 앉아 소주 한 잔과 함께 먹는 따끈한 갈비탕은 우울한 날씨처럼 울적한 마음을 한꺼번에 스르르 풀리게 해준다. 갈비탕과 함께 곁들여 나오는 깔끔하고도 상큼한 깍두기와 배추김치, 어묵볶음, 호박조림 등도 입맛을 더욱 부추긴다.

a 이게 갈비탕이야? 곰탕이야?

이게 갈비탕이야? 곰탕이야? ⓒ 이종찬

"갈비탕에는 사람 몸에 필요한 여러 가지 영양가도 많이 들어 있지만 저칼로리 음식이어서 여성분들 다이어트에도 그만이에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갈비탕을 겨울에나 먹는 음식쯤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갈비탕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자주 먹는 것이 좋아요. 땀으로 빠져나간 영양소를 갈비탕이 채워주거든요."

갈비탕, 이렇게 끓여야 깊은 맛 우러난다
4~5시간 우려낸 사골국물에 갈비 넣고 푹 끓여야

재료/사골, 갈비, 무, 당면, 대파, 소금, 후추,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 간장, 고춧가루.

1. 핏물을 뺀 사골을 솥에 넣어 찬물을 가득 붓고 센불에서 팔팔 끓이다가 위에 뜨는 기름을 모두 건져낸 뒤 중간불에서 4~5시간 우려낸다.

2. 갈비는 잘게 토막을 내서 깨끗이 씻은 뒤 기름을 발라낸다.

3. 냄비에 토막을 낸 갈비와 3㎝ 두께로 둥글납작하게 썬 무를 넣고 사골국물을 부은 뒤 센불에서 푹 끓인다. 이때 위에 뜨는 기름은 모두 건져낸다.

4. 냄비에서 김이 피어오르면 갈비와 무를 건져내 식힌 뒤 간장, 다진 파와 다진 마늘, 깨소금, 소금, 후추, 참기름으로 양념을 한다.

5. 갈비와 무를 건져낸 사골국물에 다진 마늘과 소금, 후추를 넣어 간을 맞춘다.

6. 사골국물에 당면을 넣고 중간불에서 끓이다가 양념한 갈비와 무를 넣고 다시 한번 센불에서 팔팔 끓인다.

7. 고춧가루에 사골국물과 진간장을 촉촉하게 뿌려 섞은 뒤 다진 파와 다진 마늘, 깨소금, 후추, 참기름을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8. 갈비탕을 그릇에 담아 송송 썬 대파를 뿌린 뒤 공기밥, 고춧가루 양념장, 깍두기, 파김치 등과 함께 상에 차려낸다.

※맛 더하기/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갈비탕에 고춧가루 양념장을,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즐기려는 사람은 갈비탕에 마른 고춧가루를 살짝 뿌리면 된다. /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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