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졸자' 발언이 '표준(?)'

초중고 학생회 '표준선거규정'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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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kordow)등록 2005.07.30 17:13

'거짓공약', 친구의 주장처럼 어린이선거 포스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구가 '깨끗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였다. 어쨌든 이 친구가 당선됐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 선거관리위원회


‘1. 우리학교를 가장 깨끗한 학교로 만들겠다. 2. 우리학교 컴퓨터를 최신형으로 바꾼다. 3. 운동장을 잔디구장으로 바꾼다. 절대 이런 공약은 하지 않겠습니다.’

독자들이 예상하는 바다. 초등학교 학생회 임원 선거에 나온 어린 친구의 선거포스터에서 따온 공약이다. 이 공약들은 상단에 검은 색 근조 리본까지 달려 있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외에도 ‘열심히 하겠다’는 고전적 카피에서부터 ‘뽑아줘’라는 아양성 카피, ‘열라 찍어주세요(ㅇ과 함께)’라는 협박성 카피까지 다양한 생각과 글들이 넘쳐난다.

그뿐이랴. 국회의원 선거포스터에서나 볼법한 아해(아이)답지 않은 전문 선거용 표정에서부터 연예인 포즈까지 다양한 사진들도 볼거리다.

이들은 얼마 전 지역 교육감선거 관계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다 우연히 필자의 눈에 밟힌 ‘학교선거 도우미’ 페이지에서 따온 것들이다.

‘행정관료표(?)’ 달고나온 상품치고 고리타분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상식에도 불구하고, 발동하는 호기심을 주체 못해 놀러간 페이지에서 기대이상의 수확을 한 셈이다.

선관위가 제작한 이 페이지에는 ‘선거포스터’모음뿐만 아니라 ‘선거규정’, ‘연설문 작성요령’. ‘연설 방법’ 등 선거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세분화하여 어린 친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눈이 즐거운 와중에 그냥 지나치지 못할 구석이 발견됐다. 이른바 ‘표준선거규정’이라는 학생회선거 규정 중 한 부분이 ‘옥’에 ‘티’로 잡힌 것.

‘옥에 티’ 공개에 앞서 지난 6월초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대학나온 사람이 대통령돼야’ 발언을 들춰봐야겠다. 굳이 이미 여론재판(?)을 받은 전씨를 다시 비난하고자 하는 뜻이 아니라 그와 비슷한(?) 사고가 재생산 될 것을 우려함에서다.

전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대졸자 비율이 60%라 주장했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 중 25.7%(9,854.200여명)만이 대졸자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독자들은 표준선거규정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예측했으리라. 입후보자 자격 요건을 적시한 6조 2항엔 ‘전학기 성적이 학년의 30%이내인 학생’이란 규정이 바로 문제의 규정이다.

필자가 문제로 지적한 선거규정. 사실 바로 아래 조항인 '유급'에 대한 제한도 개인적으로 고민된다. ⓒ 선거관리위원회


대졸자가 대통령이 돼야한다는 주장에 따르면 30%도 채 안되는 국민들만이 피선거권을 가지게 될 터이고, 이 규정에 따르면 30%만의 학생이 임원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30살을 바라보는 젊은 필자의 학창시절에도 이 규정은 명시여부를 떠나 널리 적용되는 보편적(?) 기준이었음을 상기해 볼 때 더 나이 드신 분들의 시대는 더할 나위도 없을 터이다.

그러나 2005년 새 세기 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들에게 ‘표준’이라는 친절한(?) 제목으로 구시대 기준을 그대로 세뇌하려는 의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19세기 교사가 20세기 교실에서 21세기 학생들을 교육 한다’ 는 표현이 적절한 상황이다.

이런 선거규정을 ‘표준’으로 받아들인 학생 중 명문대학을 나오고 방송기자가 됐다가, 책 몇 권 내고 국회의원이 되어 대변인 직을 수행한다면 결국 제2, 제3의 ‘대졸자 대통령’발언, 아니 ‘재산 보유 상위 30%’와 같은 발전된(?) 발언이 계속되지 않을까?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제의 의의와 원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는 선관위의 근본취지엔 동감한다. 그러나 시대에 부합하는 내용의 민주성을 좀더 세심하게 논의하고 전달하는 정도의 ‘센스’를 기대해 본다.

기성정치인 선거포스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제작도 선거 전담 기획사에서 한건 아닐까.. 학생다운 맛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 선거관리위원회


어린 친구들의 포스터에서 이름과 사진을 놓고 어떻게 처리할지 많이 고민했다. 결국 공개된 자료를 가져온 것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의 인권존중차원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결정했다. 이 사진의 친구는 정말 아나운서처럼 이쁜 표정이어 더 아쉽다. ⓒ 선거관리위원회


대표적인 카피 중의 하나 '믿어줘', 그러나 투표함을 모금함으로 오기하는 아쉬움..(정말 오기란 말인가..) ⓒ 선거관리위원회


이번엔 '찍어줘' 섬뜩한 칼날이... 귀엽게 보이기도 한다. ⓒ 선거관리위원회


시간표 공약. 일별로 자신의 할 일을 적어놓는 정도의 '센스' ⓒ 선거관리위원회


아양성 카피 '뽑아줘'...기성 정치판에 이런 포스터가 등장한다면... 음.. ⓒ 선거관리위원회


이쯤되면 폼나는 선거벽보 아닌가. 초등학교 어린이회장 선거라고 함부로 대하면 큰 코 다칠듯... ⓒ 선거관리위원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벽보. 그들은 이미 공영선거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다만 학교가 주관하는지, 학생선거관리위원회에서 구성하는지 의구심이 나긴 하지만... ⓒ 선거관리위원회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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