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오세요

'학교종' 작곡가 고 김메리 여사 추모전, 덕포진 교육 박물관에서 열려

등록 2005.08.01 09:24수정 2005.08.01 15:19
0
원고료로 응원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사이좋게 오늘도 공부 잘하자.'

'학교 종'이라는 이 동요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 기억으론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맨 먼저 배웠던 동요가 바로 이 '학교 종'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노래를 누가 만들었을까. 바로 고 김 메리 여사이다.


a

ⓒ 김정혜

김포시 대곶면 신안리에 위치한 덕포진 교육박물관에서는 고 김메리 여사 추모전이 지난 6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고인은 향년 101세로 지난 6월 9일에 타계하셨다 한다.

a

ⓒ 김정혜

덕포진 교육박물관 관장 이인숙씨는 추모 전을 여는 취지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고 김메리 여사는 민족저항기의 진정한 교육자이자 사랑의 실천자이며 숨은 봉사자이다. 해방 후 어린이들에게 음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직접 작사 작곡한 학교 종은 전 국민에게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이화여전 음대 학장으로 재직하다 일제시대 친미파로 미국으로 추방당한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선생님은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 웨인대학에서 생화학과 미생물학 공부를 하고 병원에서 근무하였으며 73세의 나이에도 인생은퇴를 거부하고 평화봉사단에서 활동을 펼쳤다.

선생님의 생에 대한 도전과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평생 동안 공부했던 모습은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되고 우리 현대 여성 인물사의 큰 획을 그었다. 이에 선생님의 일생동안의 업적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이 추모전을 열게 되었다.



a

ⓒ 김정혜

동요 '학교 종'은 1945년에 만들어졌다. 광복을 맞은 그 해 이화여전 음악과 교수이던 고인이 초등학교 음악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전차 속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입학식 날 첫 등교하는 들뜬 모습을 떠올리며 불과 30분만에 만들었다고 한다.

a

ⓒ 김정혜

이번 추모 전에는 생전에 고인이 쓰셨던 피아노 풍금 유성기 등 100여점의 각종 유품과 민족저항기에서 70년대까지의 초중고 음악교과서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a

ⓒ 김정혜

살아생전 고 김메리 여사의 말씀이 눈길을 끌었다.

'새삼스럽게 옛날 어렸을 적에 들은 한 마디가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그것은 그때 소학교 선생님 중 한 분이 풀밭에 앉아 놀다가 해주신 말씀이다. 즉 한 사람이 나무에 올라갔는데 그가 디딘 나뭇가지가 약해서 그만 부러지려 하자 빨리 그 옆의 든든한 나뭇가지로 옮겼더니 살았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는 곧 떨어져서 죽게 되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좀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해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

'한 가지 더 우리 어머님이 직접 해주신 말씀이 있다. 그것은 무엇이든지 배울 수 있는 것은 다 배우라는 것이다. 단 하나 도둑질은 빼놓고서. 나는 이제 아흔을 두 해나 넘기게 되는 나의 인생이 그런 부단한 배움에 바쳤다는 데에 대해서 여한이 없다. 음악은 초년기 나의 꿈이었고 희망이었으며 즐거움이었다. 미생물학 공부와 실험실 생활도 음악과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 미국에서 나의 삶을 지탱시켜 주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또 말년에 배우게 된 서예 또한 나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었다.'


a

ⓒ 김정혜

고 김메리 여사는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평화봉사단에 자원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봉사활동을 펼치셨고 미국에선 한인교회 네 곳을 설립하는 등 식지 않는 정열과 끊임없는 열정으로 봉사 활동에 임하셨다 한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배운다는 것에 대한 여사의 식지 않는 열정은 나로 하여금 '나는 과연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나?'라는, 쉽게 포기하고 쉽게 안주해버리는 게으른 내 삶의 방식에 대하여 끊임없이 되새김질하게 하였다.

a

ⓒ 김정혜

'학교 종'. 내 아이들이 그 동요를 부를 때 그 동요에 깃들어 있는 고인의 결코 식지 않았던 삶에 대한 열정도 함께 가르쳐 주면 어떨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전시회는 '학교 종'이라는 동요에 담겨 있는 모든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 같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5. 5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