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매가 그려가는 '꽃분엄마의 서울살이'

[인터뷰] 만화가 이화성· 작가 이은하

등록 2005.09.06 12:11수정 2005.11.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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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꽃분엄마의 서울살이>를 함께 그려가고 있는 만화가 이화성 기자(사진 왼쪽)와 작가 이은하씨. 두사람은 자매다.

<꽃분엄마의 서울살이>를 함께 그려가고 있는 만화가 이화성 기자(사진 왼쪽)와 작가 이은하씨. 두사람은 자매다. ⓒ 조경국

"엑기스를 모두 짜내고 나면 껍데기만 남죠."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이화성 기자는 맥이 하나도 없는 표정이었다. 어디 툭 건드리기라도 하면 주저앉을 것처럼 피로에 지친 모습이었다.

12칸의 여백을 메우기 위해 이화성 기자는 밤을 꼬박 새웠던 모양이다.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꽃분엄마의 서울살이 26회'를 아주 편한 자세(?)로 다시 한번 훑어보고 있을 그 시간, 이화성 기자는 '꽃분엄마의 서울살이 27회'를 그려내기 위해 온몸의 엑기스를 짜내며 밤을 새우고 있었던 것이다.

자매가 함께 그려가는 '꽃분엄마'의 따뜻하고 애잔한 서울살이

a <꽃분엄마>의 시나리오를 맡고 있는 이은하씨.

<꽃분엄마>의 시나리오를 맡고 있는 이은하씨. ⓒ 조경국

"'꽃분엄마는 30∼40대, 386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다 하더라도 기본을 지키면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나아가면 된다는 것을 꽃분엄마를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죠. 특히 꽃분엄마의 서울살이는 아주 가까운 이(?)의 실제 이야기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좀더 공감하기 쉬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꽃분엄마'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옮긴 작품으로 이화성 기자와 이은하씨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꾸준히 '꽃분엄마'를 애독했던 독자들이라면 '글. 은하/그림. 화성'이라는 크레디트를 눈 여겨 보았을 것이다.


두 사람의 눈매가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싶었더니 이은하씨는 이화성 기자의 언니였다. 그러고 보니 꽃분엄마가 언니의 무덤 곁에서 꽃다발을 안고 쓰러져 있던 26화 '이별'이나 22화 '신발은 내가 책임진다'는 그들 일곱 자매(이화성 기자는 일곱자매 중 막내다)의 실제 이야기지 싶다. 슬픔과 아픔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그러한 소재를 다루어 심금을 울릴 순 없었을 것이다.

"꽃분엄마가 살던 곳은 홍은3동"-"최고의 인기(?)는 꽃분아빠"


"꽃분이를 보살펴 주는 동네 아주머니들은 명지대 앞 홍은3동에 살고 있죠. 그분들이 계셨기에 꽃분엄마가 서울살이를 이겨냈을 거라 생각해요. 꼬마였던 꽃분이는 지금 15살이 되었구요. 혹시 이야기 후반에 이화성 기자도 직접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가 새고 곰팡이가 끼는 반지하 단칸방에 세들어 살아도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이웃이 있다면 서울살이가 뭐 그리 힘들겠는가. 생계를 꾸리느라 바쁜 꽃분엄마를 위해 아이를 돌봐주고, 목욕탕에 데려가 주고, 고객을 잃고 비를 맞고 힘없이 걸어오는 오는 꽃분엄마를 위로해 주는 홍은3동 아주머니들은 '꽃분엄마'의 조연이 아닌 주연이다.

현재 30화까지 연재된 '꽃분엄마'는 35회 정도 더 이야기가 남았단다. 기자의 희망은 홍은3동 아주머니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좀더 많이 실렸으면 하는 것이다. 이런 독자로서의 희망은 항상 마감에 시달려야 하는 작가와 만화가에게 심리적 압박(?)이 될 수도 있겠다.

a 28화 '좌절' 중에서. <꽃분엄마>의 주무대는 서울시 명지대 앞 홍은3동이다. <꽃분엄마>에 나오는 이웃집 아주머니들은 꽃분엄마가 서울살이를 견디게 해주는 '주연'들이다.

28화 '좌절' 중에서. <꽃분엄마>의 주무대는 서울시 명지대 앞 홍은3동이다. <꽃분엄마>에 나오는 이웃집 아주머니들은 꽃분엄마가 서울살이를 견디게 해주는 '주연'들이다. ⓒ 조경국


'꽃분엄마'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서 홍은3동 아주머니들 외에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 인물은 바로 무능한 가장의 표준(?)을 보여주는 꽃분아빠다. 꽃분아빠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에는 독자들의 항의성 댓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악역치고는 너무나 싱겁고, 마냥 이해해 주기엔 너무나 답답한 꽃분아빠는 연민까지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다.

"가족을 돌봐야 하지만 공부 때문에 생계를 책임질 수 없는 무능한 가장이 바로 꽃분아빱니다. 꽃분엄마를 고생시키고 있지만, 요리도 하고 집안일도 잘 거들어 줍니다. 하지만 항상 결정적인 대사로 독자들의 분노(?)를 한 몸에 받죠."

'주는 것 없이 얄미운 남편'(10화)에서 결정적인 대사가 나온다. 끼니를 이을 쌀까지 떨어진 상황, 꽃분엄마가 학습지 영업이라도 해볼까 고민하고 있는 그 순간 "열심히 하다보면 길이 보일거요. 열심히 해봅시다"라며 아주 능청스럽게 꽃분엄마를 생활전선으로 떼미는 꽃분아빠의 한마디는 독자의 분노를 사고도 남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고단수'인 것 같기도 하고.

현재 꽃분아빠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건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꽃분엄마'의 마지막 회까지 꾸준히 본다면 꽃분아빠의 대변신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믿거나 말거나.

"가벼운 상품성을 쫓기 보단 진지한 삶을 담아내고 싶어"

a 가볍고 자극적인 만화보다 따뜻한 이야기 진지한 삶을 그리고 싶다는 이화성 기자.

가볍고 자극적인 만화보다 따뜻한 이야기 진지한 삶을 그리고 싶다는 이화성 기자. ⓒ 조경국

"오마이뉴스 독자들이라면 꽃분엄마를 사랑해 줄 수 있겠다 싶어서 연재를 결심했습니다. 주위에서도 오마이뉴스를 추천해줬습니다. 오프라인에선 꽃분엄마를 연재할 수 있는 매체를 찾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고, 온라인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주제이거나 상품성을 먼저 따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화성 기자는 미술을 전공했던 대학 때부터 계속 만화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고, 97년 한겨레 출판만화학교를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만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은 폐간된 만화전문잡지 <나인>에 98년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요즘도 카툰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작년에는 어린이 만화잡지인 <고래가 그랬어>에 4컷 만화 '두루도로고미'를 연재하기도 했다. '꽃분엄마'가 끝나면 영어 때문에 일어나는 아이와 엄마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을 그릴 생각이란다.

96년 제5회 대전국제만화대상 대상, 97년 서울만화캐릭터 공모전 입상, 98년 제1회 서울문화사 만화공모전 나인부문 동상수상, 2003년 프랑스 알굴렘 제1회 ASSOCIATION MANNA 1 전시 등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화성 기자도 대부분의 만화가처럼 자신만의 작품을 위해 모든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처지다.

독자들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 밤샘작업을 하며 '꽃분엄마'를 그려내고 있지만, 어떤 때는 생계를 위해 출판사 일러스트 작업도 해야 하고 전시회 큐레이터가 되기도 한다. 만화가의 엑기스까지 짜내야 하는 품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화성 기자는 '상품성'보다는 '진지한 삶'을 담아내고 싶단다.

"사람들이 가볍고 자극적인 것만 좋아하리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따뜻한 이야기, 진지한 삶을 보여주는 만화를 기다리는 독자들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 <꽃분엄마의 서울살이> 연재면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꽃분엄마의 서울살이> 연재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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