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5.84km 구간 중 청계천으로 내려갈 수 있는 진입계단은 총 31개. 그러나 이중에서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경사로는 8개에 불과하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세운교 부근 경사로를 내려가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장애인들 "접근권 없다, 청계천은 차별천!"
사실 청계천 도로 5.84km 구간 중 시민들이 청계천으로 내려갈 수 있는 진입계단은 총 31개. 그러나 이 중 경사로는 8개에 불과하다.
또한 청계천 위 인도의 폭이 불과 40~50cm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아예 걸을 수 없다. 서울시는 70cm로 주장하고 있으나 장애인단체는 도로의 폭이 일정하지 않고 서울시 주장보다 좁다고 이를 반박하고 있다.
또한 청계천에는 남북단을 건널 수 있는 돌 징검다리가 여러 곳 있지만, 장애인이 건널 수 있는 평평한 형태의 '세월교'는 4개 뿐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청계천을 비판하며 서울시에 이를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의 낙서 퍼포먼스는 경찰의 저지로 인해 10여분만에 끝났는데, 경찰은 이들에게 해산을 요구하면서 "경사로는 여기밖에 없으니 다시 돌아서 올라가라"고 말했다. 세운교 근처에는 경사로가 하나뿐이었던 것. 이에 한 회원은 시민들을 향해 "여러분, 장애인들이 갈 길은 여기 한 개밖에 없답니다, 이래서 우리가 낙서를 한 겁니다"라고 외쳤다.
이날 퍼포먼스를 시작하기 전 박경석 장차연 준비위원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수백억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에 장애인의 참여는 전무하다"며 "청계천의 경우도 다 만들어 놓은 뒤 대안을 만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라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개통과 함께 축제를 벌이려 하는데 이는 비장애인들만의 축제"라며 "지금이라도 더 많은 경사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정예 진압부대원들이 휠체어 장애인의 청계천 주변 인도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출범식에 참석한 장애인단체 회원과 휠체어 장애인 50여명이 청계천 복원구간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시 "홍수 위험 때문에 시설 최소화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을 더 늘릴 수 없는 이유는 홍수위험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사로를 늘릴 경우 홍수의 위험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시설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휠체어가 안전통로(보도)도 못 다닌다고 하는데 힘들지만 지나갈 수는 있다"고 장애인단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장애인단체들이 문제를 지적한 편의시설들에 대해서 오히려 '장애인 전용'이 아니라는 입장를 보였다.
그는 "안전통로는 안전을 위한 통로일 뿐"이라고 강조했고, 세월교 부족에 대해서도 "세월교는 장애인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남단과 북단을 따라가며 이동하라고 동선을 만들어 놓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장애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인 셈이다. 다만 향후 재개발 때 보도를 넓힐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한편 이날 출범식을 연 장차연은 청계천 전야제부터 내달 3일까지 '청계천은 차별천' 문구가 새겨진 스티커 등을 거리에 붙이는 등 시민들에게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은 청계천의 상황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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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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