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지만 혼자 살 수 없는 세상

<혼자 사는 남자 배성우>를 보고

등록 2005.10.28 13:04수정 2005.10.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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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에서 영화가 연극과 다른 다섯 가지 이유라는 글을 보았다. 그 중 하나가 2003년 6월까지 1년 동안, 영화는 한국인 10명 가운데 5.3명이, 연극은 1.1명이 봤다(문화관광부). 2003년도 수치이니 지금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연극에 대한 수치는 별 차이가 없을 듯하다. 오히려 10명당 1명이 연극을 본단 말이야, 싶게 그 수치가 높아 보인다. 대학로에 나가 보면, 연극, 정말 잘 안본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평일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반도 채우지 못하는 소극장들이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 연극의 주소비층은 결혼 안 한 20대 여성들이다. 예매사이트에 들어가 예매현황을 보면 80%가 20대 여성이다. 이 현상은 연극 관람을 위해 줄 서 있는 관객들 대부분이 20대 여성인 걸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20대 여성들도 결혼을 하면 대학로에 발길을 끊으니, 참 안타깝다.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말이다.


연극을 잘 보지 않는 이유를 나름대로 몇 개 뽑아 보았다.

1. 접근성의 문제다. 영화는 주말에도 TV만 틀면 언제든 볼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비디오를 빌리거나 집 근처 가까운 극장에서 쉽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은 대학로라는 특정 지역으로 움직여야 하는 조금은 귀찮은, 그래서 적극적이지 않으면 쉽게 접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2. 보여줄 거리의 부족이다. 웬만한 규모의 영화에도 이젠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요즘 사람들에겐, 작은 공간에 소품 몇 개 놔 두고 대사 주고 받는 연극은 참 지루할 것이다.

3. 홍보의 부족이다. 돈이 없으니, 어떻게 광고를 하겠느냐만 말이다. 주말에 앞서 많은 지면을 써서 제공되는 영화기사처럼 연극도 그렇게 소개가 된다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무슨 재미난 연극이 있나, 보려 해도 그 정보를 얻으려면 영화보다는 몇 배의 노력이 드니, 연극 보기가 더 힘든지도 모르겠다.

<혼자 사는 남자 배성우>라는 연극을 보고 왔다.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 난 연극 소개 글을 보고 나서다. 모처럼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연극을 보고 싶었는데, 마침 재미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이 연극을 골랐다.


a 혼자 사는 삶의 불청객 - 삶은 혼자 살수 없다?

혼자 사는 삶의 불청객 - 삶은 혼자 살수 없다? ⓒ 이은제작소, 씨어터 디아더

<혼자 사는 남자 배성우>는 재미있다. 우리 인생 자체가 코미디지 않느냐는 팸플릿의 글귀처럼 이래저래 웃을 수밖에 없다. 물론 요즘 연극들의 경향이 그 전달하려는 의미가 무엇이든지 간에, 웃음으로 연극을 이끌어 나가려고 하지만, 연극을 보다보면 정말 우리 삶 자체가 코미디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내가 할 때는 그냥 하루하루 삶이지만, 그 삶을 객관화된 관객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우리네 삶은 웃기는 한편의 코미디일 뿐인 것이다.

배성우는 오늘 혼자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극은 그 혼자 살기 시작한 첫날의 이야기다. 그 하룻밤 사이 배성우는 예전에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배성우는 혼자 살려고 한다. 하지만 그 혼자 살기는 또 다른 이와 함께 살기다. 어차피 삶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가. 극의 전개상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배역들도 세상은 혼자 살려고 해도, 그건 또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이 연극은 혼자 사는 남자를 강조하지만, 사실은 부부들이 보면 더 좋을 연극이다. 결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 나가는 연극이기 때문이다. 어느날 부부 사이에 대화가 사라지고, 같이 살아도 외롭다면 그 이유에 대해, 혹은 그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결론이 이혼이든 아니면 상대에 대한 이해이든, 그건 각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배우 배성우씨는 연기를 잘 한다. 정말 배우구나, 하는 느낌을 줄 만큼 다양한 감정들을 잘 연기해 내고 있다. 배우가 일인 사람이니, 그 일을 잘 해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의 연기력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혼자 사는 남자 배성우는 정말 왜 혼자 살게 되었을까?

a 왜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서야 이해가 될까.

왜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서야 이해가 될까. ⓒ 이은제작소, 씨어터 디아더

덧붙이는 글 | 공연시각 : 화~금요일 : 오후 8시, 토요일 : 오후4시, 7시, 일요일·공휴일 : 오후3시, 6시 
입장권 : 2만원, 11월 13일까지

덧붙이는 글 공연시각 : 화~금요일 : 오후 8시, 토요일 : 오후4시, 7시, 일요일·공휴일 : 오후3시, 6시 
입장권 : 2만원, 11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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