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보다 부끄러움이 밀려든다"

11일 '임종국상' 받는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대표 소감

등록 2005.11.09 16:21수정 2005.11.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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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대표. ⓒ 김숙진

"임종국 선생이 <친일문학론>을 저작·출판할 때 그 해 나는 베트남 전장에서 처절한 살육전을 치르고 있었다. 임종국 선생과 나의 영육은 너무나 먼 거리에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인연이 있었을까? 선생은 당신의 갑년에 세상을 떠나셨고, 올해 갑년을 맞이하는 내가 선생의 상을 받게 되니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이 있음을 느끼며 다시 한 번 자세를 가다듬지 않을 수 없다."

고 임종국(1929∼1989) 선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제1회 임종국상(賞)' 사회운동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영만(61) 열린사회희망연대 공동대표가 밝힌 수상소감이다.

김 대표는 일제잔재 청산운동을 벌이다 구속까지 되었고, 마산을 중심으로 한 경남 일대 친일파의 각종 기념사업에 끊임없는 반대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2003년 마산시가 조두남의 이름을 딴 음악관을 짓자 김 대표는 조두남의 친일행적을 부각시키며 반발했다. 2003년 5월 마산시는 '조두남 음악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식을 개최하자 김 대표는 마산시장에게 밀가루를 던졌다. 이 일로 인해 김 대표는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급기야 마산시는 조두남의 친일행적 진상조사에 나섰고, 끝내 마산시는 '조두남 음악관'이란 이름을 버리고 '마산음악관'으로 바꾸었다.

또 마산시는 시인 이은상의 호를 딴 '노산문학관' 건립을 추진하자 시민단체에서 반대가 거셌고 결국 마산시는 '노산'이란 이름을 버리고 '마산문학관'으로 바꾸었다.

김 대표는 마산뿐만 아니라 경남의 일제잔재 청산운동을 벌이기 위해 2004년 9월 100여개 단체로 '친일청산시민행동'(준)을 결성해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친일청산시민행동은 통영 유치환 기념사업을 비롯해, 밀양 박시춘 기념사업, 진주 남인수가요제와 생가복원사업, 양산 이원수 기념사업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 장지연이 1차 친일인사명단에 포함되자 친일청산시민행동은 경남민언련과 함께 훈장 치탈과 함께, 교과서 내용 수정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임종국상' 심사위원회는 그에 대해 "친일인사에 대해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기념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합리적인 대안 제시를 통해 지역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면서 "헌신적인 실천 활동이 높이 평가받아 왔다"며 선정배경을 설명했다.

김영만 대표 "다시 옷깃을 여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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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공동대표는 지난 여름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들과 함께 마산에서 친일파 청산을 내걸고 3보1배를 벌이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김영만 대표는 청년기 때 해병대로 월남전에 파병됐고, 올해가 환갑을 맞는 해다. 그는 조만간 지인들과 함께 환갑잔치를 열 예정인데, 환갑잔치를 앞두고 '임종국상' 수상 소식이 알려져 지인들로부터 더 관심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9일 "다시 옷깃을 여미며"라는 제목의 수상소감을 열린사회희망연대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수상소식을 듣고 갑자기 몸이 졸아드는 느낌을 받았다, 수상의 기쁨보다 더 큰 부끄러움들이 사정없이 밀려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월남전 참전 기억을 떠올린 그는 "결국 이 더러운 전쟁은 한 젊은이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입혀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늘 방황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때 깨달은 것이 나 같은 사람들이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만들고 그것을 더욱 심화, 확대시키는 기득권자들이 사실은 해방과 동시에 응당 단죄되고 청산되어야 했을 친일세력들이라는 놀라운 사실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민주화 운동의 말석에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사상과 주의, 노선을 접했지만 내 사고의 영역은 그 때 체득한 그 생각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영만 대표는 "내가 오늘 이 상을 받게 된 조그마한 이유라도 있었다면 그것은 그동안 나와 함께 했던 많은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희망연대 공동대표들과 회원여러분들에게 이 영광을 함께 나누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임종국상' 학술부문 수상자는 김경현(40·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지역조사과 조사 3팀장)씨, 언론부문 수상자는 정길화(47·MBC홍보심의국장)씨가 받는다. 시상식은 오는 11일(금) 오후 7시 한국언론재단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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