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시간이 안타까운 '프로' 최정원

그녀의 이야기 '비밀의 정원'을 보고

등록 2005.11.24 21:41수정 2005.11.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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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비밀의 문앞

비밀의 문앞 ⓒ 컴퍼니원

얼마 전 모 TV 프로그램에 나온 신동엽씨는 감기로 무척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녹화가 들어가자 언제 아팠냐는 듯이 크게 웃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녹화가 끝나고, 그를 찍고 있던 피디가 "몸이 안 좋아 보이시더니 방송은 잘 하시네요"라고 말하자 신동엽씨는 "저는 프로니깐요"라고 말하며 씩 웃었다.

신동엽씨 뿐이겠는가. 우리는 많은 프로들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거기에 더하여 그 일을 잘하기까지 한다면, 그리고 그 일을 십 몇 년씩 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충분히 '프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한 해 한 해 흘러가는 세월들을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간다고 해서, 신동엽씨의 그 재치 있는 입담들이 사그라지지는 않을테고 세월에 더하여 더 나은 방송인이 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KBS에서 방송하는 <더 뮤지션>이라는 프로그램 공개녹화를 다녀왔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와 최정원씨가 이번 방송의 주인공이었고, 뮤지컬 <비밀의 정원> 일부분이 그 내용이었다.

<비밀의 정원>은 현재 백암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로 남경주씨가 연출을 맡아서 더 화제가 되었던 공연이다. 이 공연은 최정원씨의 뮤지컬 인생을 보여주는 것으로, 뮤지컬 배우의 꿈을 안고 오디션 장을 찾아가고, 무명시절의 서러움을 겪고, 스타가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 낳는 일 등이 영상과 함께 펼쳐진다. 한마디로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겨 있다.

a 남경주씨와 최정원씨

남경주씨와 최정원씨 ⓒ 컴퍼니원

최정원씨의 실제 이야기인 만큼 공연은 그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최정원이란 배우의 숨어있는 끼 하나까지 다 끄집어내어 최고의 배우 최정원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당신이 그의 애절한 노래를 듣는다면, 그의 열정적인 춤을 보게 된다면, 아니면 최소한 그의 군살 없는 몸매만이라도 보게 된다면 당신도 나와 똑같이 생각할 것이다.

'나는 또 한 명의 프로를 만났다. 그 사람은 바로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다'라고 말이다.

최정원씨는 올해 37살이다.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선 지 15년, 현재 최고의 배우라고 해도 손색없는 최정원씨에겐 굳이 화려한 말들을 가져다 붙일 필요도 없는 듯하다. 그는 '프로'인 것이다.


그러나 그 생각과 더불어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니, 프로인 신동엽씨와 또 다른 프로인 최정원씨는 같은 '프로'가 아니구나, 라는 것이다. 방송인 신동엽씨에겐 지금부터라도 가는 세월들이 약이 될 수 있지만,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에겐 지금부터 가는 세월은 반드시 약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의 여주인공들이 대부분 젊은 여자들이다 보니, 워낙 나이를 알 수 없는 게 배우들이라지만, 그래도 가는 세월만큼 역할의 한계는 분명해 질 것이다. 어찌 보면 다양하지 못한 작품들에 그 원망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까운 일임이 분명하다.


가는 시간이 안타깝다. 지금 백암아트홀에 가시면 '프로' 최정원씨의 모습을 보실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2005/10/25 ~ 2005/12/31 
장 소 : 백암아트홀
R석 일반 50,000원 S석 일반 35,000원

덧붙이는 글 2005/10/25 ~ 2005/12/31 
장 소 : 백암아트홀
R석 일반 50,000원 S석 일반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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