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추억같은 사진 한 장

[서평] 김석원의 <영화가 사랑한 사진>를 읽고

등록 2005.11.27 09:49수정 2005.11.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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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보다 섬세하게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사진은 사랑과 계시의 도구가 된다." -나탄 라이언스-

어떤 사진가는 시인이 글을 몰랐다면 사진을 찍었을 것이라 했었다. 사진은 순간 포착이며 흐르는 시간과 사물의 변화를 묶는다. 일회적인 삶, 그 잡히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영원으로 붙들어 놓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사진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 본다.


a 책표지

책표지 ⓒ 아트북스

김석원의 <영화가 사랑한 사진>(아트북스)을 만났다. 단조로운 일상생활의 권태로 인해 공허감에 빠져있을 때 영화제작을 배웠던 저자는 단편 영화제에 나갔고 미술, 사진, 영화를 차례로 공부해서 다매체적인 경험을 한 뒤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상, 오늘날의 사진은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현대사회의 일상화가 되어버렸다. 급속한 영상문화의 발전과 활황 속에 디지털카메라, 카메라기능이 장착된 핸드폰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기기들을 이용해 사진은 우리들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개인 홈피나 카페도 자기가 직접 찍은 사진들로 꾸미기며 동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보는 것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영상문화의 커다란 발전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과 영화는 서로 뚝 떨어져 단독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태생부터 자라온 환경, 사회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깊은 연관성이 있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러한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영화 속의 사진기와 사진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소개하며 간결하고도 편안한 문장으로 재미와 감동을 함께 안겨주는 책이다.

첫째 사진기, 둘째 시선과 프레임, 셋째 일상, 넷째 사진작품과 영화 등 네 개의 주제로 국내외 영화23편을 소개하고 있다. 즉석에서 인화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등장하는 영화들이 제법 언급되는데 <러브레터>, <메멘토>, <셔터> 등이다. 폴라로이드는 바로 '지금' 이라는 현재성이 가장 강하게 표현되는 사진기일 것이다.

전광석화 같은 순간을 포착하는 묘미, 전율이 흐를 정도로 찍고자 하는 사물 혹은 상상을 사진기로 포착해 내는 그 짧은 포착의 감동, 짧기에 더 애틋한 순간의 영원성의 표현. 사진은 생각할수록 매력적이다. 똑같은 사물을 바라보지만 우리는 누구나 다른 것을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표현하고자 한다. 사진과 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영화의 모체는 사진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영화를 본 후 다시 그 영화를 떠올릴 때 쉽게 이미지를 연상한다.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서 그 영화가 움직이는 영상으로 기억되진 않는다. 기억에 남는 하나하나의 스틸이미지인 사진으로 저장된다. 이런 현상은 비단 내가 사진전공자이기 때문에 드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사진은 추억이다. 우리는 가끔 지나간 시간이 담겨있는 사진첩을 열고 본다. 지나간 개인과 함께 했던 사람들, 지나간 사람들,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박제된 시간 속에 있다. 우리는 그것을 보며 추억이라 부른다. 한 때 중년들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던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두 중년남녀의 만남은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짧은 추억은 남자주인공 로버트가 찍은 사진은 프란체스카의 낡은 일기장 속에 남는다. 한석규와 심은하가 주연한 <8월의 크리스마스>는 직접적으로 사진과 연관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스모크>중에서 오기의 대사는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같아 보이지만 천천히 보면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다네. 밝고 어두운 아침…여름과 가을 햇살… 아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낯선 이도 있어. 낯선 이가 어느덧 이웃이 되기도 하지."

사진이든, 영화든 바라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혹은 보고자 하는 것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저자는 대중들을 위한 책이 될 수 있도록 대중이 좋아하는 영화를 선정하여 사진과 영화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놓고 있다. 김석원의 <영화가 사랑한 사진>과 함께 당신의 추억여행으로, 혹은 사진과 영화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유익을 만끽하기 바란다.

영화가 사랑한 사진 - 마이 러브 아트 3

김석원 지음,
아트북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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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사랑하는 사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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