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소설로 말한다

[모든 시민은 저자 45] 한국판 스릴러 소설가 제성욱 기자

등록 2005.12.26 10:34수정 2005.12.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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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뉴스게릴라를 찾아서'란 코너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민기자분들을 찾아 나섭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따뜻한 이야기에서부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까지 기사로 만들어 훈훈함을 전해주는 시민기자들. 그리고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하는 시민기자들까지. <오마이뉴스>는 '뉴스게릴라를 찾아서'를 통해 오늘의 <오마이뉴스>를 만들어낸 주역인 시민기자에 대한 궁금증을 후련하게 풀어드릴 예정입니다. 우선 꾸준한 활동으로 그동안 써왔던 기사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 낸 시민기자분들을 차례로 만나봅니다.<편집자주>
숙주의 DNA에 의존해서 끊임없이 자기복제를 시도하는 바이러스. 어떤 정보들은 마치 이런 바이러스처럼 사람들의 의식 속에 들어와 행동을 유도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이런 현상을 일컫는 '밈'이라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 제성욱 기자. 최근까지 <오마이뉴스>에 '녹색피라미드'를 연재했던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a 한국판 스릴러 소설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는 제성욱 기자

한국판 스릴러 소설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는 제성욱 기자 ⓒ 심은식

내 꿈은 소설가

그는 자신의 꿈이 초등학교 때부터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일을 할 때도 이건 내가 잠시 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1994년에는 실천문학사에서 신인상을 받으면서 정식으로 등단을 했다. 그는 왜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일까?

a 제성욱 기자의 손 -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제성욱 기자의 손 -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 심은식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너는 글을 쓰면 잘 될 것이라고 하셨어요. 존경하고 따르는 선생님이라 그 말을 믿고 소설가가 되려고 했어요. 물론 지금은 말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니까 써요. 사실 <오마이뉴스>에 소설연재를 하면서 다른 기사를 쓰고 싶기도 했어요. 주제는 늘 사회에 대한 것들이었는데 정치가는 정책으로, 가수는 노래로, 소설가는 소설로 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링>이라고 했다.

"조금 의외일 수도 있겠지만 <링>, <링>이었어요. 처음 읽고 충격을 받아 5번도 넘게 읽었습니다. 주제, 사실성, 문학성, 소재 모두 충격적이었죠. <링>을 읽고 장편을 쓸 계획을 세웠어요."


하지만 그가 처음 대중문학판에 뛰어들었을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 책을 내기까지 출판사를 서너 번 옮기기도 하고 막상 계약하고도 출판 여건이 안 좋아 무산되기 일쑤라 많이 허탈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번 작품이 반응이 나쁘지 않아 올해는 4권의 책이 더 나올 예정이라고.

현대의 '밈 바이러스'는 무엇인가?


a <밈 바이러스> 표지

<밈 바이러스> 표지 ⓒ 일송북

"바이러스의 속성은 감염이에요. 영화를 보고 왔는데 정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인식이 확대대는 건 어찌보면 전염이라고 할 수도 있죠. 저 같은 경우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두고 경각심을 주고 싶었어요. 특히 잘못된 언론의 부당함을 밈이라는 바이러스에 빗대 경각심을 주고 싶었어요. 그런 매체가 매일매일 밈 바이러스를 퍼뜨리는데 감염이 안 되는 것이 이상한 거죠. 무서운 건 그들 매체가 그런 목적을 교묘히 포장을 해서 퍼뜨린다는 겁니다."

그런 밈을 치료하는 것은 역시 건강한 형태의 밈일 것이다. 마치 백신처럼 말이다. 앞서 밝혔듯 소설가는 소설로 그런 기능을 추구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가 다루는 주제는 사회적인 인식이 두드러진다. 얼마 전 연재를 마친 '녹색피라미드'는 역사왜곡을, U는 정보화 사회의 폐해를 다루고 있다.

최근 발해와 일본의 해상루트를 재현하다 목숨을 잃은 네 명의 발해탐사대원들을 추모하는 해양소설 <움직이는 섬>으로 '제9회 한국해양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기존 작가들과는 달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글쓰기에 차이나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했다.

"등단은 실천문학을 통해, 그러니까 순수문학 쪽이었죠. 반면 연재는 대중문학이었습니다. 일단 온라인의 경우 독자의 반응이 바로바로 오니까 더 긴장이 되고 글이 살아나요. 저도 그걸 살피고 흥미 쪽에도 신경을 쓰다보니 스피드와 대화, 영화적인 글쓰기를 하게 돼요. 그렇다고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사이에서 큰 괴리감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후자가 대중과 호흡하는 것이 더 가깝고 스스로에게도 더 잘 맞는 듯 싶어요. 그런 형식의 차이가 있을 뿐 주제는 늘 같습니다."

a 제성욱 기자의 가족 - 책을 내면서 고마웠던 사람을 묻자 그는 자신을 이해해준 아내와 아이들이 가장 고마웠다고 말했다.

제성욱 기자의 가족 - 책을 내면서 고마웠던 사람을 묻자 그는 자신을 이해해준 아내와 아이들이 가장 고마웠다고 말했다. ⓒ 심은식

"제일 고마운 사람은 애들이에요. 집에서 글을 쓰고 있으면 와서 놀아달라고 하기도 하고 하는데 쓰는데 집중하다보면 아무래도 소홀하게 되거든요. 물론 묵묵히 그걸 받아준 아내에게도 감사하고요."

외국 작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지적 스릴러 형식으로 우리 문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제성욱 기자. 언젠가는 그의 소설도 밈 바이러스처럼 세상으로 더욱더 퍼져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제성욱 기자는 누구?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부산에서 지내고 있다. 대학시절 의혈창작문학상, 동아문학상 등의 대학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고, 1994년 제1회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정식으로 등단했다.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는 틈틈이 '밈 바이러스'에 관한 자료를 준비한 끝에 전업작가가 되어 5년 만에 <밈 바이러스>를 탈고했다. <움직이는 섬>으로 2005년 해양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을 했으며 최근에는 <오마이뉴스>에서 연재중이던 <녹색 피라미드>의 장편연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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