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모든 시민은 저자 44]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김민수 기자

등록 2005.12.27 08:22수정 2005.12.2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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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뉴스게릴라를 찾아서'란 코너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민기자분들을 찾아 나섭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따뜻한 이야기에서부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까지 기사로 만들어 훈훈함을 전해주는 시민기자들. 그리고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하는 시민기자들까지. <오마이뉴스>는 '뉴스게릴라를 찾아서'를 통해 오늘의 <오마이뉴스>를 만들어낸 주역인 시민기자에 대한 궁금증을 후련하게 풀어드릴 예정입니다. 우선 꾸준한 활동으로 그동안 써왔던 기사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 낸 시민기자분들을 차례로 만나봅니다. <편집자주>
오마이뉴스의 독자 가운데 김민수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무심히 보아 넘기던 꽃들을 아름다운 사진에 풍성한 이야기까지 곁들여 선물해주는 남자. 동화와 포토에세이, 때로는 세상사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까지 다양한 형식과 주제를 넘나드는 그의 글들은 오마이뉴스를 대표하는 글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기사를 보다보면 너무 아름답고 고와서 아니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을 정도. 김민수 기자를 만나 그가 정말 꽃 같은 사람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 오마이뉴스는 잉걸 원고료 수십배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비행기표를 사는 용단을 내렸고 본 기자는 직접 제주까지 찾아가 드디어 그의 정체를 폭로(?)할 수 있게 되었다.

a 종달교회의 목사로 재직중인 김민수 목사 - 멀리서 늘 아름답고 고운 이야기를 전해주는 그의 보금자리이다.

종달교회의 목사로 재직중인 김민수 목사 - 멀리서 늘 아름답고 고운 이야기를 전해주는 그의 보금자리이다. ⓒ 심은식

시커먼스 목사님

꽃을 주제로 다루니 꽃 같은 얼굴일까? 종달 교회에 도착해서 김민수 기자를 찾으니 교회 한쪽 텃밭에서 누군가 한 다발이나 되는 부추단을 털며 아는 척을 한다. 김민수 기자였다. 아니, 그래도 명색이 인터뷰를 하러 왔는데 꽃단장은 못할망정 밭일을 하면서 흙투성이로 있다니.

더구나 가을 지난 지가 오래인데 여름에 얼마나 탔으면 아직도 저렇게 시커먼스인 얼굴이란 말인가. 미리 준비해간 자료에서 얼굴이 탔다는 얘기를 하면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읽었기 때문에 기자 역시 얼굴빛(때깔)이 좋다고 둘러대었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벽이 온통 꽃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그렇게 꽃이 좋은 겁니까?


"꽃 뿐 아니라 자연 자체를 워낙 좋아했어요. 제주 와서 2003년부터 꽃의 이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사진도 찍고 글도 쓰게 되었죠. 기사를 올리고 얼마 안 되어 출판 제의가 왔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a 꽃 사진이 가득한 거실벽 - 예전부터 자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제주로 부임하면서 꽃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꽃 사진이 가득한 거실벽 - 예전부터 자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제주로 부임하면서 꽃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 심은식

수백 종의 꽃을 만났으니 그에게 어떤 꽃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못생긴 꽃들, 흔히 안보는 풀들에서 피는 잡초 같은 꽃들이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애기 물매화를 좋아합니다. 도감에서 꽃을 보면서 만나고 싶은 꽃이었는데 통 보이지가 않는 거에요. 이름이 물매화라서 습지를 위주로 여러 번에 걸쳐 찾아다녔는데 눈에 띄지를 않더군요. 그렇게 2년이 지났는데 우연히 오름쪽에서 보게되었죠. 자주 다니던 길인데도 거기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하니 눈에 띄지 않았던 거죠. 그런 의미도 있다보니 더 애착이 갑니다."

목사로서의 글쓰기

그가 올리는 기사의 양 또한 만만치 않다. 내년 2월까지 1000개를 목표로 쓰고 있다니 그 정성과 열정이 놀라울 뿐이다. 그래서인지 댓글 중에는 목사가 글 쓰고 사진 찍고 하느라 정작 교회일은 소홀한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a <내게로 다가온 꽃들> 표지.

<내게로 다가온 꽃들> 표지. ⓒ 한얼미디어

"하루에 기사를 쓰는데 들이는 시간은 총 3시간 정도에요. 새벽 예배 마치고 산책하면서 꽃들을 만나고 글감을 찾고, 그 때 사진도 찍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정리하는 식이에요. 출퇴근을 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시간을 크게 빼앗기는 건 아니죠. 일기를 쓰는 마음이랄까, 자기 삶을 위해 하루하루 기록을 남기는 의미죠."

그의 기사를 유심히 본 독자라면 그가 현실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암울한 시대에 크리스찬으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역사 속에서 올바로 서지 못하면 올바른 크리스찬일 수 없다고 생각해 학생 때 운동권에 몸담기도 했다. 덕분에 수배가 되어 도망을 다니기도 했다고. 이런 전력 때문일까? 그가 사회적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면 엄청난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항의 전화가 오기도 하고 협박을 받기도 했죠. 처음에는 댓글이나 전화로 강경대응을 했어요. 그러나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과 그 영향을 생각해보면 그래서 그런 것이겠구나 싶으면서 악플을 다는 사람이 오히려 가엾게 여겨지더군요. 그 이후로 이제는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꽃과 자연을 통해서 사람과 삶을 보여주는 김민수 기자. 그가 배운 것들을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노래로도 나와 있는데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감옥 안에 핀다고 한탄하지 않고.' 이런 구절이 있지요. 꽃은 누가 보거나 어쩌거나 최선을 다해서 펴요. 사람들도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못생긴 꽃을 피우더라도 의미가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그런 삶도 의미 있게 봐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외형 중심이 아니라 내면과 과정도 볼 수 있는, 자기의 본래 모습을 찾았으면 싶습니다."

김민수 목사의 얘기를 들으며 역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커먼스 얼굴의 김민수 목사 자신도 이미 작고 아름다운 꽃이었다.

a 김민수 기자의 손 - 그도 이미 아름다운 한송이 꽃이었다.

김민수 기자의 손 - 그도 이미 아름다운 한송이 꽃이었다. ⓒ 심은식


김민수 기자는 누구?

종달교회 담임목사(2002년 3월 -현재)로 저서로는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 <희망 우체통> 이 있으며 종달교회로 오기 전에는 거암교회, 온누리교회, 한남교회를 섬겼고, 다년간 교단 총회교육원 출판부에서 교재를 담당했다.

제주에 온 이후 사진과 들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두 번의 개인전을 가진 바도 있다./2003년 "들꽃사진전", 2004년 "End & Start 2004전" 현재는 농어촌목회와 자연과 관련된 사진작업과 글쓰기에 전념하며 문화센터를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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