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고의 일출 명소 마량포구를 찾아서

쾌적함을 대표하는 서천의 해안을 따라가는 여행

등록 2005.12.29 11:41수정 2005.12.2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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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량포 해돋이마을 이정표. ⓒ 문일식

여행에 대한 무한동경이 시작됐던 몇 해 전 문득 서해에서 일출을 본다는 왜목마을에 가고 싶었습니다.

'서해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니, 그런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거야? 서해니까 일몰도 볼 수 있겠네. 그럼 일석이조잖아.'

무한상상을 자극하며 떠났던 당진 왜목마을로의 외출은 생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대중교통수단이었던 버스 시간이 안맞아서 서해안에 해가 떨어진 깜깜한 밤에야 도착해서 일몰은 볼 수도 없었고, 그나마 기대했던 일출은 해안 가득 덮인 구름때문에 볼 수가 없었습니다. 여행에 대한 동경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찾은 서천은 지난해 마량포구에서의 감동스런 일출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떠났던 반가운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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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량포구의 일출을 볼 수 있는 방파제의 설경 ⓒ 문일식

아침 7시 반 어스름하게 밝아오는 아침에 마량포구에 도착했습니다. 방파제에는 사람 흔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눈이 온 그대로 소복이 쌓여만 있었고, 방파제를 따라가는 그 길은 발이 푹푹 빠져 더디기만 했습니다. 폭설이 지나간 뒤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바다 저편으로는 구름이 가득 했습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살며시 몸이 떨렸습니다. 복작스런 아침을 알리는 듯 배 한 척이 마량포구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간간이 이름 모를 새들이 날갯짓만 드리운 채 멀리 날아갔고, 한동안 정적만이 그곳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되돌아 갈 길마저도 암담한데 일출마저도 보지 못했으니 서운함만이 가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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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량포구의 일출. 한 마리의 새가 해를 낚아 채는 듯 합니다. ⓒ 문일식

막 뒤돌아서 밟아온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아쉬운 맘에 뒤돌아 보기를 몇 차례 했을까 갑자기 구름 위로 손톱만큼이나 작디 작은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는 게 보였습니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 추위와 성급함에 하마터면 장관을 놓칠 뻔 했습니다. 푹푹 빠지는 길을 다시 되짚어가서 마량포구의 일출을 하나도 남김없이 눈과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그 짧은 특별한 시간에 느껴지는 일출의 환희는 과연 어디에다 비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아마 일출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희열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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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과 함께 어울어진 넉넉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선들 ⓒ 문일식

마량포구가 오렌지빛으로 물들고, 점점 색이 엷어지면서 특별함은 평범함으로 돌아가고, 밤새 잠들어 있던 세상의 모든 것들을 깨웠습니다. 마량포구를 빠져나가는 동안 평온한 갯벌과 그 위를 덮고 있는 하얀 눈의 절경에 잠시 차를 세워야 했습니다. 눈이 한 길이나 쌓인 배의 모습에서는 기나긴 휴식을 취하는 평온함과 일터를 누비지 못한 채 제 갈 길을 잃은 스산함이 스며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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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최초로 성경이 전해졌음을 알리는 표지석 ⓒ 문일식

이곳 마량포구 즉 마량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성경이 전해진 곳이라고 합니다. 1816년 영국의 맥스웰 대령과 바실 홀 대령이 순양함을 타고 이곳에 와 해도를 작성하고, 당시 마량 첨사인 조대복이란 사람에게 성경을 건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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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정을 향하는 눈길위의 작은 흔적 ⓒ 문일식

동백정 입구에도 사람의 흔적은 없었지만, 발발거리며 작은 동물이 지나갔던 모양입니다. 눈길 위에 10cm 간격으로 작은 발자국이 나 있는데, 그 앙증맞음에 발자국만 보며 동백정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어떤 녀석일까요? 내가 맛보려던 고요하고 신선한 느낌을 먼저 앗아간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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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정을 오르는 입구에서 바라본 동백정 ⓒ 문일식

계단을 오르면 마치 양쪽에서 칼을 들고 호위해주는 호위병처럼 계단 위쪽으로 어우러진 동백나무 사이로 동백정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동백정은 주변에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지어진 이름인데, 이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게 된 것은 무려 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곳의 동백나무는 총 85그루이며, 천연기념물 169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해풍의 수난으로 다른 곳에 비해 그 키가 무척 작은 것이 특징입니다. 동백정 옆에는 당집이 있는데 정월 초하루부터 초사흘까지 풍어와 무사를 위한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동백정은 지난해와는 달리 깨끗하게 단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시멘트 벤치이긴 하지만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거나 일몰을 바라보는 것이 참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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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가을로 주꾸미와 전어축제로 유명한 흥원항의 잔잔한 모습 ⓒ 문일식

추위와 미끄러운 길에 잔뜩 몸을 웅크리며 학교를 가는 학생들을 지나쳐 고요한 홍원항에 도착했습니다. 매년 봄, 가을로 주꾸미와 전어축제로 사람사는 맛이 넘쳐나는 홍원항의 오늘은 너무나도 고요하고 평온했습니다. 이곳도 근래에 내린 폭설로 자유롭진 못했나 봅니다. 이곳에서 차가 눈에 빠져 경찰분들이 밀어준 덕에 무사히 빠져 나오기도 했습니다(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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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쪽으로 바라본 부사방조제의 전경 ⓒ 문일식

춘장대 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서천의 마지막이자 보령과 연결되어 있는 3.5km의 부사방조제가 시야를 압도합니다. 거대한 방파제가 시작된 그 길에는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얀 설원이 되버렸고, 무창포까지 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나중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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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장대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풍경 ⓒ 문일식

금강하구둑으로 가는 607번 지방도를 반대로 따라가면 서해안 해변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춘장대 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른 아침 바라보는 바닷물이 하염없이 빠져있는 너른 해변의 풍광은 시원한 시야와 함께 시린 가슴을 만끽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한 해변으로 내려가 보면 밤새 바닷물이 일궈낸 아름다운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숨이 차오를 때까지 맘껏 달려도 도달하지 못하는 바닷가. 춘장대의 해변에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자유로움을 만끽 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여행은 떠나는 자의 몫'블로그(http://blog.empas.com/foreverhappy4u/)에 올렸습니다.

'12월 여행 이벤트 응모' 기사입니다.

★ 충남 서천 무박여행 떠나보기...
마량포구 해돋이 ▶ 동백정 ▶ 흥원항 ▶ 서천해양박물관 ▶ 춘장대해수욕장 ▶ 부사방조제 ▶ 비인5층석탑 ▶ 철새탐조대 ▶ 문헌서원 ▶ 한산모시관 ▶신성리 갈대밭

1. 마량포구 일출은 2월 중순까지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2. 비인5층석탑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백제계 석탑으로 보물 22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춘장대IC에서 나와 서천방면 21번 국도를 타고가다가 607번 지방도와 만나는 사거리의 마을에 있습니다.)
3. 철새탐조대는 올해 조류독감으로 철새축제가 취소되는 바람에 무료로 입장가능하고, 철새탐조가 가능한 와초리 등은 출입이 제한되어 있습니다(서천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참조)
4. 부사방조제에서 20-30분 거리에는 모세의 기적으로 알려진 무창포해수욕장이 있으니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다녀오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덧붙이는 글 '여행은 떠나는 자의 몫'블로그(http://blog.empas.com/foreverhappy4u/)에 올렸습니다.

'12월 여행 이벤트 응모' 기사입니다.

★ 충남 서천 무박여행 떠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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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량포구 일출은 2월 중순까지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2. 비인5층석탑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백제계 석탑으로 보물 22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춘장대IC에서 나와 서천방면 21번 국도를 타고가다가 607번 지방도와 만나는 사거리의 마을에 있습니다.)
3. 철새탐조대는 올해 조류독감으로 철새축제가 취소되는 바람에 무료로 입장가능하고, 철새탐조가 가능한 와초리 등은 출입이 제한되어 있습니다(서천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참조)
4. 부사방조제에서 20-30분 거리에는 모세의 기적으로 알려진 무창포해수욕장이 있으니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다녀오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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