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이번엔 피해보상 나몰라라

[제보 취재]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가겠다더니..."

등록 2005.12.29 18:11수정 2005.12.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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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잇따른 안전사고 이후 안전 불감증 문제로 타격을 입은 롯데백화점이 이번에는 회사 측의 잘못으로 고객에게 피해를 입혔는데도 사고가 발생한 지 6개월 넘게 보상을 미뤄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 오마이뉴스 박수원


올 한해 연이어 터진 안전사고로 수차례 구설수에 오른 롯데백화점이 이번에는 회사 측의 잘못으로 고객이 피해를 입었는데도 사고가 발생한지 6개월이 넘게 보상을 미뤄 빈축을 사고 있다. 여기에 병원 치료비까지 피해 고객이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을 <오마이뉴스>에 제보한 한아무개(28·여)씨는 28일 "사고 발생 반년이 지났는데도 백화점 측에서 보상은커녕 변변한 사과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심지어는 (백화점 측이) 병원 치료비까지 지불하지 않은데다 '나 몰라라' 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은 한씨의 주장에 대해 백화점 측은 "현재 변호사를 통해 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쇼핑 마치고 나가는 길에 유리문 덮쳐 '날벼락'

한씨에게 황당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6월 30일. 서울 명동의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서 높이 2m 크기의 유리 출입구 문짝이 갑자기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였다.

이 유리 문짝은 당시 쇼핑을 마치고 나와 영플라자 앞을 지나가던 한씨를 덮쳤다. 한씨는 이 사고로 머리와 팔에 전치 2주의 부상를 입었다. 피아노 학원 강사로 일해온 한씨는 이번 부상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2개월간 일손을 놓아야 했다.

사고 발생 이후 백화점 측은 한씨를 인근의 병원으로 옮겨 간단한 진료를 마친 후 "큰 상처가 아니라 가벼운 찰과상 정도"라고 말한 뒤 한씨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사고 이후 백화점이 한씨에게 한 일은 이것이 전부였다.

한씨는 "사고 당일 백화점 측에서 가벼운 찰과상에 그쳤다고 말해 안심하고 돌아왔으나 집에 와서 보니 머리와 발에도 상처가 심해 다음날 집 근처 여의도 성모병원을 찾았다"며 "그 곳에서 뇌진탕과 타박상 등으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백화점 측에서 사고 다음날 한씨가 병원 치료비로 지불한 30만원도 지급하지 않고 별다른 피해 보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한씨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한씨는 "처음 백화점 측에서 피해보상비로 100만원을 주겠다고 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그 이후론 백화점 측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아 변호사를 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에서도 변호사를 내세우고 한씨에게 "법적으로 처리하라"며 맞섰다.

이후 한씨는 진단서를 첨부해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했고 최근 검찰은 롯데백화점 측의 과실치상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시설담당자에게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두달간 일 못하고 병원비도 냈는데 피해보상비는 100만원?

그러나 백화점측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피해 고객인 한씨에게는 어떠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한씨는 사고 이후 백화점 측에서 사과 한번 없었다는 점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이에 대해 신상근 롯데백화점 지원팀장은 "적절한 선에서 보상을 하려고 했지만 양측이 주장하는 금액의 차이가 커 보상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법적인 처리에 대해 신 팀장은 "한씨 측이 먼저 변호사를 선임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법적인 절차만 밟을 뿐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만 (보상에 대한) 얘기가 오고가면서 자연스럽게 피해고객을 만날 일도 없어졌다"며 "뒤늦게나마 피해고객을 찾아 사과를 하고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또 신 팀장은 피해자가 병원비를 지불한 것에 대해 "사고 당일 병원비는 백화점 측에서 지불했지만 이후 피해고객이 개인적으로 진료를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고객이 부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양측이 주장하는 금액 차이가 커서 보상 못했다"

한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최근 한 일간신문에 소개된 롯데백화점 이인원 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보여줬다.

이 기사에서 이인원 사장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내년에는 백화점 접객 서비스 수준을 호텔 수준까지 올릴 생각이다…. 올해 하드웨어 공사가 일단락된 만큼 내년에는 '서비스 개선'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가겠다." 그러나 한씨는 "이 말을 어떻게 믿겠느냐"며 탄식했다.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가겠다고요? 자기들 잘못으로 피해를 준 고객에게조차 변변한 사과 한 번 없었는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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