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민 선생님의 별명은 '배스탈로치'

배영민 선생님에게 한 걸음 다가서지 못한 아쉬움

등록 2005.12.29 17:52수정 2005.12.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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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되돌아보니 사람이 희망이었고 절망이었다. 북경이라는 낯선 곳에 와 머문 시간도 3년이 되어 간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선지 이제 낯설음도 많이 사라졌다.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좋은 사람임을 일찍 알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서지 못한 아쉬움이다. 특히 배영민 선생님에게 다가서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언제부터인가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조금 별나서 그런지 좋은 사람은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내 눈의 들보는 보이지 않는데, 남의 눈의 티끌은 어찌 그리도 눈에 잘 띄는지. 그리고 나의 눈에 거슬리는 모습을 보면 말을 뱉어야 시원했다. 이러한 나의 못난 편벽됨이 몹시 싫어 두루뭉술하게 살려고 노력도 하였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 사색>에 나오는 구절은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자세히 기억은 할 수 없지만 대충 이러한 내용으로 기억한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닌데, 악한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악한 사람과 어떠한 타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친 지도 20여 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교사라는 말이 아직 서투르다. 좋은 선생님이 주위에 계신다 싶으면 먼저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북경한국국제학교는 초중고가 함께 있으므로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가며 학교생활을 할 수 있어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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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민 선생님 수업 시간 들여다보기 ⓒ 정호갑

학예회라든지 체육대회가 열릴 때면 고등부 학생들은 도우미가 되어 초등학생들을 보살피고 도와준다. 북경한국국제학교 고등부 학생들은 하나같이 해맑은 모습을 하고 있다. 타고난 성품이기도 하겠지만 늘 맑고 깨끗한 초등학생들과 함께 하여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것은 교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늘 고등학교에서만 근무하였던 나에게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 그리고 수업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좀 더 아이들에게 친절한 모습으로 가까이 다가서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다가서지 못하였다. 나의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므로 초등 교무실 근처에 의식적으로 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영어 담당이신 게리 선생님께서 오셔서 아이의 영어 실력에 대해 칭찬하셨다. 속으로 흐뭇하였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무엇을 가지고 그렇게 말하지는 궁금하였다. 아이의 글쓰기에 대해 말했다. 그 글을 대충 소개하면 이렇다.

"선생님은 편견 없이 그리고 웃는 얼굴로 우리를 대합니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편안하게 해줍니다. 아직 선생님이 우리에게 화를 내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들을 믿으며, 바르게 성장하기를 그리고 건강하기를 기도하십니다.

나는 선생님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나는 선생님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은 북경한국국제학교 또한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나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기에 행복합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북경한국국제학교 초등부 6학년 정한별)

He was always impartial, so we could not see when he was angry. He always believed his students. He always wanted his students to grow up to be good people, and he wanted his students to always be healthy.

I like this teacher a lot. I think that I can never forget this teacher. I think he is the best teacher in our school. Because Mr. Bae taught me, I can never forget this school. I am very happy that he taught me. Thank you teacher.


아이는 5학년 때 담임인 배영민 선생님에 대한 글을 썼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배영민 선생님의 인품을 따르고 싶었는데, 딸과 아버지 모두가 그동안 배영민 선생님의 팬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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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 부르기를 지도하고 있는 배영민 선생님 ⓒ 정호갑

배영민 선생님은 아이의 글쓰기에 드러나 있듯이 언제나 맑은 표정으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대한다. 그래서 누구든지 그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배 선생님의 모습이 늘 보기 좋았다. 집에 와서 조잘대는 아이의 모습에서 배 선생님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것을 옮기고 다시 되돌아보는 일을 끊임없이 하신다. 그것도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다정한 눈으로 살펴 기록하고, 사진으로 담아 두어 한 학년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그것을 CD로 제작하여 나눠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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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한 아이들의 활동을 묶어 앨범에 담아 주고 있다 ⓒ 배영민

그 모습을 곁에 계신 박 선생님이 지켜보고 그를 따라 가기 위해 한 학기 동안 열심히 하였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 그만 포기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묻는다.

"배 선생님 별명 아시죠?"
"뭐죠?"
"'배스탈로치'입니다."
"아, 역시!"

배 선생님은 올해 생활부장을 맡아 학교버스 안내와 아이들 승하차 지도를 직접 하신다. 힘든 일이라면서 교장 선생님이 직접 부탁하니 배 선생님은 부장이라는 직책은 필요 없고 일거리만 저에게 주시면 그냥 하겠다고 했단다. 그의 인품이 그대로 묻어난다.

학예회 때 이런 일도 있었다. 학예회 안내장을 만들 때 배 선생님은 아이들 이름을 모두 넣자고 주장했다. 디자인을 맡은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하면 깔끔한 안내장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참가하는 아이들 모두 이름을 새겨 주는 것이 깔끔함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지만, 결국 회의에서 밖으로 나가는 안내장이니 참가하는 아이들의 대표만 이름을 넣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 때 디자인을 맡으신 선생님은 배 선생님에게 너무나 미안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배 선생님이 아이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존경스러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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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한복을 입고 아이들과 함께 학예회에 참가한 배영민 선생님 ⓒ 정호갑

학예회 총괄을 맡으시고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초중고에서 들어오는 요구 사항을 가능하면 다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아이들과 늘 함께 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에게 다시 한 번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이제 우리 아이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배 선생님은 한국으로 돌아간다. 좋은 사람은 늘 내 곁에서 빨리 떠나간다. 나의 부족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 우리 아이는 배 선생님으로부터 카드 한 장을 받았다. 그것을 받으면서 하는 말.

"그러니 배영민 선생님을 좋아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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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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