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브로커의 큰소리, 이유 있었네

검찰 "브로커 윤씨, 검거 직전 검·경 인사들에 전화해 구명활동"

등록 2005.12.29 15:19수정 2005.12.2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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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브로커 윤상림씨(53·구속기소)가 지난달 말 검찰에 긴급체포되기 직전 검찰과 경찰 고위 관계자 등 여러 기관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오는 것을 감지한 윤씨는 동향 출신 등 평소 두터운 친분 관계를 유지했던 검사장이나 검찰 간부, 경찰 측 인사들과 접촉해 수사 상황을 알아보거나 구명 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윤씨는 검찰 수사 초기에 "검찰이 감히 나를 처벌할 수 있겠느냐"며 위세를 떨기도 했다.

"통화한 사람 가운데 배후 의심"... 윤씨는 여전히 침묵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김경수) 관계자는 29일 "윤씨가 검거되기 전에 검찰과 경찰 등 여러 기관 관계자에게 많은 전화를 건 사실이 확인됐다"며 "통화한 사람 가운데 윤씨의 배후로 의심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윤씨가 검거되기 직전 6개월치의 핸드폰 통화 내역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 관계자는 "윤씨가 통화한 사실이 수사 단서가 되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범죄 혐의를 증명할 수 없다"며 "돈 거래 등 관계를 뒷받침할만한 다른 구체적인 정황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는 현재까지 나온 혐의들이 이번 사건의 실체는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가 여전히 입을 열지 않거나 횡설수설 답변을 해서 수사에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본인이 워낙 저질러 놓은 일이 많아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은 윤씨가 몇몇 인사와는 반복적으로 통화한 정황을 포착, 윤씨의 배후를 캐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은 윤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배후세력이 있다고 보고, 돈이 건네진 차명 계좌들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윤씨는 계좌추적에서 나온 돈 거래에 대해 "빌려줬다가 받은 돈"이라고 주장하거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윤씨는 자신에게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을 감지한 뒤로는 가명을 사용하면서 도피 행각을 벌였다.

윤씨는 구속된 뒤에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세상에 나를 건드릴 사람은 없다"는 식의 대담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윤씨는 수사 과정에서 특정 인사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친분 과시를 하지는 않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는 지금도 자신이 풀려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으며, 아직도 기가 꺾이지 않았다"며 "윤씨의 범죄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계속 추가 기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서 윤씨가 검거되기 직전 정상명 검찰총장에게도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해 구명 요청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한철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윤씨의 통화 내역을 조회한 결과 현 검찰총장 뿐 아니라 전직 검찰총장도 나온 것이 없다"며 "마타도어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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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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