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홍콩", 홍콩시민과 함께 했다

[홍콩 9박 10일의 기록 8] 더 이상 우리의 형제인 한국농민을 다치게 하지마라

등록 2005.12.29 18:22수정 2005.12.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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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과 함께 한 홍콩에서 9박 10일. 더 이상 가슴에 묻어둘 수 없다. 눈물과 웃음이, 투쟁과 놀이가, 세계 민중들과 어깨 걸고 진행된 홍콩의 생생한 기록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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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모양을 그리며 '아이 러브 홍콩'을 외친다 ⓒ 오도엽

홍콩에서 'DOWN DOWN WTO'와 함께 가장 많이 외쳤던 구호가 '아이 러브 홍콩'이다. 17일 각료회의장 진격이 최루탄에 무참히 흐트러진 뒤, 한국농민들이 끝까지 외쳤던 구호는 '아이 러브 홍콩'이다. 국내 언론이 마지막 5분 '폭력'으로 돌변한 농민을 '국가적 위신'을 떨어뜨렸다고 할 때, 홍콩거리에서 떠나지 않던 구호가 '아이 러브 홍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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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액에 옷과 모자가 범벅이 됐다 ⓒ 오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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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가스에 눈을 뜨지 못한다 ⓒ 오도엽

각목을 든 스무 명 남짓의 시위대가 경찰의 마지막 저지선을 일순간에 뚫는 순간 최루탄이 홍콩 하늘을 뒤덮고 시위대는 산산이 흩어졌다. 온몸이 최루액에 범벅이 되고, 최루가스에 콜록 이며 눈물을 흘리던 시위대는 각료회의장 건너편 도로에 다시 모였다. 아니 흩어질 수가 없었다. 이미 한국농민의 투쟁이 아니라 홍콩 시민의 투쟁이 되었다.

홍콩시민들은 밤이 깊어가도 집에 돌아가지를 않고 한국 농민들 곁을 지켰다. 홍콩의 국회의원 격인 지도자가 한국농민 대열에 함께 하며, '홍콩 경찰의 폭력성'을 규탄하였다. "홍콩 경찰과 정부는 우리의 형제인 농민들을 더 이상 다치지 않게 해 달라"는 그의 연설은 홍콩에서 진정 누가 폭력을 썼는지를 나타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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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투쟁 내내 여성농민 '횡성댁'의 노래와 입담은 처진 기운을 살려냈다 ⓒ 오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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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이 포위망을 좁히는 경찰에게 항의를 한다 ⓒ 오도엽

한국농민들은 "우리에게 끝까지 지지를 표시하는 홍콩시민들이 고맙다"며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며 '아이 러브 홍콩'을 외쳤고, 자리를 지킨 홍콩시민은 박수를 치며 지지를 보냈다. 전여농 소속 노래패 '청보리'가 아리랑과 뱃노래를 부르자, 지쳐 길에 누워있던 농민들과 주변의 홍콩시민들이 함께 춤을 추며 어우러졌다.

전농 지도부는 이 곳에서 노숙을 하며 각료회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자고 제안을 했고, 농민들도 박수로 함께 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홍콩 경찰은 이에 도시락 반입을 금지시키고, 홍콩시민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는 방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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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위망을 좁히는 경찰 ⓒ 오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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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이 다가서자 어깨동무를 하는 농민들 ⓒ 오도엽

밤 9시가 되자 경찰은 길을 완전히 막고 농민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홍콩시민들이 길을 막는 경찰에게 항의를 했지만 포위망은 더욱 좁혀 들어왔다. 이젠 화장실도 갈 수 없고, 먹을 것을 반입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홍콩정부는 현행법을 위반한 시위대를 전원 연행 할 것이며, 이에 순순히 따를 것을 방송 했다. 물 샐 틈 없이 포위망은 좁혀졌고, 홍콩시민들은 정부의 위협적인 방송에도 한국농민과 함께 잡혀가겠다고 시위대에 결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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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허기에 지친 농민들 ⓒ 오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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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도엽

먹는 것과 생리현상을 철저히 막는 홍콩 정부의 인권 탄압이 시작되었다. 이젠 더 싸울 힘도 없는 농민들이 길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추위와 배고픔, 거기에 생리현상마저 참으며 하루 밤 하루 낮의 홍콩 노숙투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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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연행이 되더라도 자리를 지키겠다는 결정을 내린 전농 사무총장의 얼굴이 긴장 되어 있다 ⓒ 오도엽

자정 경 홍콩경찰과 협상을 하던 전농 지도부는 각료회의가 끝날 때까지 전원 연행이 되더라도 이 자리를 사수하자고 했고, 홍콩경찰은 연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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