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 처리'는 적법한가?

경남도의회 '선거구 획정안' 처리 논란 ... 시민단체 "무효소송 낼 것"

등록 2005.12.29 16:27수정 2005.12.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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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선거구 분할 반대 경남대책위'는 29일 오후 경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8일 버스 안에서 처리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국회는 물론 지방의회 사상 초유인 의사당 앞 주차장 버스 안에서 연 회의는 과연 유효한가?

경남도의회(의장 진종삼)가 28일 버스에서 처리한 '기초의원 4인 선거구 분할 획정안'을 놓고 적법성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남도의회가 29일 오전 '선거구 획정안'을 집행부인 경남도에 보냄에 따라 김태호 도지사의 공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과 6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4인 선거구 분할반대 경남대책위원회'(이하 경남대책위)는 29일 오후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천무효와 재의결을 촉구했다.

경남대책위는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허성무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은 "열린우리당 소속 도의원한테 물어보니 장소 변경에 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장소 변경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천무효"라고 말했다.

하귀남 변호사는 "버스 안 회의는 의회의 공개회의 원칙을 어긴 것이며, 장소변경 통지를 받지 못했다면 의원 자신이 표결권을 박탈 당한 것"이라면서 "1996년 신한국당이 국회에서 노동법 날치기를 할 때 야당 의원들에게 통지를 하지 않아 헌법재판소로부터 표결권을 제한 당했다는 판결을 얻어 낸 것과 비교하면 이번 버스 안 처리는 무효"라고 설명했다.

경남대책위는 앞으로 도지사가 '선거구 획정안'을 공포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원천무효 확인소송'을 내기로 하고, 이날 버스 안 회의 속기록과 함께 회의에 참석한 28명의 명단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속기록은 인터넷에 30일 이전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데, 요청할 경우 의장의 결재를 받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또 경남대책위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지방자치법에 의거해 경남도지사의 재의를 요구하기로 했다. 또 경남대책위는 "버스 안 날치기에 참석한 의원들의 명단을 도민들에게 알리고 한나라당 심판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대책위 관계자들은 이날 경남도의회 사무처를 찾아가 속기록 공개 등을 요구한 뒤, 김채용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만나 도의회의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도의회 "버스 안 처리 적법하다"- 시민단체, '원천무효 확인소송'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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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한편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23일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회의실 문을 잠궈놓은채 3분만에 처리했고, 28일 오후 4시경 버스 안에서 안건을 처리했다.

도의회는 '버스 안 회의 처리'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남대책위측에서 도의원들의 의사당 안 출입을 봉쇄하자 도의원들은 버스를 주차장에 대기시켜놓았으며, 의사봉을 챙긴 뒤 속기사를 데리고 이날 오후 4시경 버스에 올랐다.

도의회 사무처에 의하면, 이날 오후 2시경 예정되었던 본회의가 오전 10시30분으로 변경되었다. 또 장소도 본회의장에서 버스 안으로 변경되었으며, 장소변경 사실은 상임위원장이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는 방식을 썼다.

버스 안 회의에 참여한 속기사에 따르면, 의원 28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버스 안에서 회의가 시작된 시각은 오후 4시6분경이었으며 회의는 8분간 진행됐다. 당초 본회의에서는 새해 예산안 등 18개 안건이 부의되어 있었는데, '선거구 획정안'과 '새해 예산안' 등 3건만 처리됐다.

'선거구 획정안'은 당초 상임위에서 통과되었던 안건에다 새로운 수정안이 제시되었으며, 수정안에 대한 찬반을 물은 뒤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는 것. 회의를 마친 뒤 남기청 부의장이 폐회를 선언한 뒤 '버스 안 날치기'는 막을 내렸다.

경남도의회는 "지방의회의 경우 회의장에 대해 명문으로 된 규정이 없다"면서 "회의장이 아니더라도 도의회 안 처리가 어디에서라도 가능하기에 버스 안 회의는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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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책위는 29일 오후 경남도의회 사무처를 방문하고, 속기록 공개 등을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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