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대위 "허준영 경찰청장 사퇴 사필귀정"

농업회생 전기 돼야... 31일 고 전용철·홍덕표씨 장례식

등록 2005.12.29 17:55수정 2005.12.3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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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사망과 관련해 사퇴 압력을 받아오던 허준영 경찰청장이 29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경찰청 앞에서 단식농성중이던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향후 일정 등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허준영 경찰청장 사퇴는 사필귀정이다. 그러나 자기반성 없는 사퇴는 용납할 수 없다."

29일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농업의 근본적회생과 고 전용철·홍덕표 농민 살해규탄 범국민 대책위원회(범대위)'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평가했다.

범대위는 이날 오전 두 농민 사망사건과 관련, 허 청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한 직후 경찰청 인근 서울 서대문역 7번 출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곳에서 이틀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범대위는 "농민사망사건의 현장 책임자 처벌과 기동단 해체, 농업의 근본적 회생 등을 위해 계속 투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 청장 사퇴, 농업 회생대책 위한 전기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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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사망과 관련해 사퇴 압력을 받아오던 허준영 경찰청장이 29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열린 범대위 기자회견에서 고 전용철씨의 유족인 용식씨가 "두번 다시 이런 불행한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범대위는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청장이 물러날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허 청장 발언과 관련 "경찰 수뇌부의 인권의식과 책임 부재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범대위는 허 청장이 주장한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에 대해서도 "노동자·농민 등에게 가해지는 신자유주의 양극화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고 국가공권력이 절제되어 집행되는 과정에서 수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허 청장의 사퇴는 농업의 근본적 회생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대위는 ▲지난 11월 15일 농민시위에서 사망한 고 전용철·홍덕표 유가족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조치 ▲부상자 보상 ▲구속 농민 6명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허 청장이 전용철씨 사망 35일째, 홍덕표 사망 13 째 되는 오늘에서야 뒤늦게 사의를 표명한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농림부 장·차관, 청와대의 농정관련 비서관 등이 교체되고 난 뒤에야 근본적 농업회생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여의도에서 고 전용철·홍덕표 범국민장 치른다

허 청장이 사퇴하기는 했지만 범대위는 농민시위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책임자 처벌과 기동단 해체, 농업의 근본적 회생을 위한 대책 마련 등 요구조건이 아직 수용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범대위는 경찰청 앞 노상 단식농성은 이날부터 중단하지만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에서의 농성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오후 3시에 열 예정이었던 제4차 범국민대회는 고 전용철·홍덕표씨 장례식 때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두 농민의 영결식은 31일 오전 11시 광화문 열린공원에서 열리며, 노제는 오후 1시 30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고 전용철씨 형 용식씨 "꿈을 저버려 안타깝다"

"꿈을 펼치고자 농사를 지었던 10년, 그 꿈을 저버린 데 대해 너무 슬프다."

지난 11월 15일 농민시위에서 숨진 고 전용철씨의 형 전용식(50)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29일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 소식에도 기쁘지 않은 듯 인터뷰 내내 눈물을 참느라 말끝을 잇지 못했다.

그는 "허 청장이 사퇴해도 많은 죄가 덮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어도 죽음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전씨에 따르면, 고 용철씨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땅을 이어받아 10여 년 전 충청남도 제천으로 내려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가족·친지들의 만류에도 고 용철씨는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아 농사를 번창시키겠다"는 희망으로 귀향했다.

형 전씨는 "농사가 자리를 잡아가는데, 이제야 꿈을 펼치려는데 죽어 안타깝다"며 "더 이상의 희생이 따르지 않도록 힘이 아닌 대화로써 싸우자"고 당부했다.

고 용철씨는 고 홍덕표씨와 함께 오는 31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범국민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오후 4시경 고 전태일열사가 묻혀 있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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