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28일 저녁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송년회에서 "올해 내가 국민들과의 밀도가 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내년에는 조금 더 국민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지난 2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앞으로 내 신념에 어긋나지 않는 한 국민을 위로해줄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해 참모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의 철학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그동안 결벽증 있었는데"... 29일 소녀가장·독거노인 만나
이날 송년회에서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제왕처럼 행세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주권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지 몇 개의 이미지나 쇼로 국민을 기뻐하도록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권자에 대한 모독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그런 부분에서 나는 일종의 결벽증이 있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며 "국민이 원하는 문제가 있는데 논리성만을 계속 얘기하는 것이 꼭 현명한 지도자만은 아닌 것 같다"고 '변화'를 예고했다.
이러한 변화는 다음날(29일) 일정에서도 감지됐다. 노 대통령은 29일 권양숙 여사와 함께 서울 강서구 등촌4동에 사는 소녀 가장과 독거노인을 만났다. 그는 건강상태 등을 물으며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또 목도리와 겨울코트를 직접 입혀주는 등 자상한 모습을 연출했다.
노 대통령은 소녀가장 이은선(15)양에게 "나라가 넉넉하게는 못해주지만 공부 하나는 끝까지 뒷받침해주려고 한다"며 "지금 불리하더라도 기회가 열리도록 할 테니까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또 노 대통령은 이날 사회복지 현장 종사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그동안 하지 못해 마음이 불안했던 게 사회복지 전달체계였다"며 "내년에는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완전히 정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이제 정서적 접근도... 확 바뀌는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의 변화 조짐에 대해 김만수 대변인은 "여론형성과 국정운영에는 논리적 측면과 정서적 측면이 있는데, 그동안 대통령은 이벤트 성격의 행사나 이미지 정치에 대해 결벽증라고 있는 듯 멀리 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제는 국민과의 일체감을 높여야 정책수용성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그동안 일정이나 행사가 논리적이고 정책적인 것 위주로 짜여 있었지만 앞으로는 국민을 위로하고 국민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일정이나 행사를 많이 만들 것"이라며 "대통령은 정서적인 접근을 통해 국민과 함께 하는 리더십을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그렇다고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확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2005년 한해 동안 노 대통령의 국내 외부행사는 총 81차례였다. 하지만 이 가운데 경제·민생현장 방문은 28차례에 불과해 청와대 안팎으로부터 대국민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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