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난 내 방식대로..."

폭설피해지역 방문해 행정사례 과시... "리더십은 현실적 성과내야"

등록 2005.12.29 16:31수정 2005.12.2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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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피해가 가장 큰 전남 나주를 방문한 고건 전 총리가 피해농민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나주시 제공


고건 전 총리 특유의 '에둘러가기 화법'은 여전했다. 하지만 구체적 사례를 들며 자신의 정치적 지론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고건 전 총리가 29일 폭설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전남 나주를 찾았다. 전남은 그가 도지사를 지낸 지역이기도 하다. 고 전 총리의 피해현장방문엔 지지자 모임인 '우민회' 회원 100여명도 함께 했다.

고 전 총리는 "나라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시대적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대권도전에 대해서는 "답을 얻고 때가 되면 밝히겠다"고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그는 '고건만의 방식'을 부각시켰다. 한 기자가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차려놓은 밥상을 생각하지 말고) 밥상을 함께 차리는 것부터 먼저 하자고 말했다는데"라고 전하자 "공직생활하면서 국민들 밥상 차리느라 (바빴다)"라고 운을 뗀 뒤 자신의 행정 경험 세 가지 경험를 사례로 들었다.

첫 번째로 든 사례는 전남지사로 재직하던 1976년에 든 광주전남지역 한해(旱害).

때 아닌 한해로 민심이 흉흉해져 지역 유지들이 "도지사가 무등산에라도 올라가서 기우제라도 지내야 되지 않나"라고 했지만 그는 "난 내 방식대로 기우제를 지낸다"며 집에 안가고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했더니 9일 만에 빗방울이 떨어지더라"고 말했다. '고건만의 방식'이 있음을 강조한 얘기다.

두 번째 든 사례는 경주 동대본산 치산녹화사업.

새마을 사업을 책임지고 있던 그에게 하루는 박정희 대통령이 동대본산을 푸르게 가꾸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에 그는 그동안 녹화사업이 잘 안 됐던 이유를 관련학자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학자들의 충고에 따라 10년을 목표로 사업을 했는데 6년 만에 그 산은 푸르러져 새마을 교육장이 됐다고.

그는 "리더십은 현실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자신이 주창하는 '실용주의 리더십'을 강조한 얘기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남지사로 부임한 이후 실천하고 경험했던 사례를 들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의 도지사가 되려면 도민이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울에서 유수한 중학교를 다니고 있던 아들을 광주로 전학시켰다고. 또 "도민이 잘 먹는 걸 먹어야겠다"며 홍어, 꼬막 등 전라도 음식을 즐겨먹다 신장결석에 걸리게 됐다고 한다.

마침 그해에 심한 염해(鹽害)가 들어 도지사였던 그는 농약 뿌리는 헬기를 타고 20여일을 현장순회를 했다고 한다. 그는 "이 헬기가 오래돼 떨림이 매우 심했는데 그 후 신장결석이 나았다"며 "결국 그게 물리치료를 한 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방점을 찍어 애기했다. "전남병은 전남식으로 고쳐야 한다". 그가 신년사에서 진단한 '한국의 위기'도 한국식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비유인 셈이다.

특유의 돌아가기 화법으로 대권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고건 전 총리. 그가 긴 고민 끝에 어떤 답을 얻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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