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자 뜻대로 주차장 없는 녹지공원 조성

신중대 안양시장, 300억대 땅 기증자 전재준 회장 만났다

등록 2005.12.29 19:24수정 2005.12.2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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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공원으로 조성될 삼덕제지 부지 ⓒ 최병렬

전국에 파장을 몰고 온 삼덕제지 부지의 공원조성과 관련, 신중대 안양시장이 지난 28일 삼정펄프 전재준 회장을 방문해 사과를 표명하고 기증자의 뜻을 수용해 주차장을 건설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지하주차장 건설로 갈등을 빚어온 문제가 일단락됐다.

이로써 4842평의 터를 안양시에 기부하며 숲이 우거진 녹지공원 조성을 기대했던 삼정펄프(옛 삼덕제지) 전재준 회장과 도시기반시설 부족으로 지하주차장을 건설 후 공원을 만들려던 안양시간의 논란은 돌파구를 마련, 공원조성 사업이 다시 추진될 전망이다.

안양시와 삼정펄프에 의하면 이날 만남에서 신중대 시장은 전재준 회장에게 "(사전에 말씀드리지 못해)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사과 표명과 경위를 설명하고 30여분 간 공원조성에 따른 계획과 공장굴뚝 조형물 설치 등과 관련 양측의 입장과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전재준 회장은 "사람이 편안한 공원을 만들어달라"며 대규모 지하주차장은 물론 공원조성 시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하는 56대분의 지상주차장 건설도 일체 불가하다는 뜻을 밝혔으며 철거된 공장 굴뚝은 상징적인 조형물로라도 설치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에 신중대 시장은 "주차장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전 회장의 뜻을 수용하는 한편 "철거된 공장 굴뚝은 공원조성에 따른 설계회사가 결정되면 검토 결과를 추후 제시하겠다"고 밝혀 과거 공업도시 안양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공원안에 세워지게 될 전망이다.

이에 안양시는 용역안에서 제시되었던 대규모 지하주차장 건설을 기증자의 의도대로 포기하고 국제현상설계공모(3개월 소요)와 당선작의 실시설계(9개월 소요)를 거쳐 공원조성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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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공원부지에서 만난 신중대 시장과 전재준 회장 ⓒ 최병렬

삼정펄프 관계자는 "이날 만남은 외부의 우려와 달리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였다"면서 "전 회장님께서는 '안양시가 주차장 건설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만큼 오해와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유인물 배포 등을 중단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또 "주차장 건설을 하지 않는 만큼 공원조성이 신속히 이뤄졌으면 한다"며 "당초 회장님께서 30일 시민단체들이 모이는 안양시민 송년축제에 참석하실 계획이었으나 일정상 아직 결정을 못하셨지만 가급적 내려가시지 않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전재준 회장의 뜻을 기리는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은 30일 오후7시 삼덕제지 정문 앞에 위치한 옛 사무동 건물인 (가칭)전재준 예술공장에서 국악 뮤지컬공연과 서도소리 보존회의 공연 관람을 하며 녹지공원 조성 촉구의 뜻을 모으기로 하고 준비를 진행해 왔다.

전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온 이번 삼덕제지 "땅 돌려줘"사태는 지난 2003년 전재준 회장이 시민을 위해 써달라고 안양시에 내 놓은 300억대 땅에 안양시가 공원조성과 함께 지하에 대규모 지하주차장(620대) 건설계획을 세우면서 불거졌다.

안양시는 인근 수암천 복개주차장의 자연하천 복원에 따른 주차수용과 중앙시장의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하주차장 건설이 바람직하다는 용역결과에 의해 지하주차장 건설을 추진했고 이에 전 회장이 진노한 것.

이와 관련 전재준(82) 회장은 12월1일 지하주차장 건설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주차장을 만들 계획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땅을 반환하라"며 "비용이 얼마가 들든 사비를 털어서라도 공원을 만들 것"을 밝혔고 이는 언론과 방송에 대서특필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자 신중대 시장은 기자회견 다음날인 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방송을 통해 "노령의 기증자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기증자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회장님을 곧 찾아뵙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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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건물과 굴뚝 철거 전의 공원부지 전경 ⓒ 안양시


삼덕공원 조성 개요 및 추진 경과

▣ 삼덕공원 조성 개요

○ 위 치 : 만안구 안양4동 782-19번지 일원
○ 조성면적 : 1만9376㎡ (5861평) 기증부지 1만6008㎡ (4842평)
▸ 지하주차장 건설 : 지하2층 3277평 620대 수용 (공원면적의 55%)
○ 사 업 비 : 35400백만원(주차장 25500, 공원 4500, 부지매입 5400)

▣ 그간 추진경과

○ ’03. 7. 11 : 전재준 회장 300억대 부지 기증 발표
○ ’03. 11. 13 : 소유권 이전 (삼덕제지 → 안양시)
○ ’03. 12. 4 : 안양시, 부지활용방안 시민공청회 개최
○ ’04. 9. 5 : 공원화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용역 의뢰
○ ’05. 5. 5 : 공원화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용역 완료
○ ’05. 6. 15 : 안양시, 설계 현상공모 (국내)
○ ’05. 7. 18 ~ 9. 14 : 안양시, 공장부지내 굴뚝 및 잔재 철거
○ ’05. 9. 12 : 안양시, 설계 현상공모 작품심사(심사결과 당선작 없음)
○ ’05. 9 : 전재준 회장, 안양시 공원조성 계획에 문제 제기
○ ’05. 10. 11 : 이필운 안양시 부시장, 전재준 회장 방문 설득
○ ’05. 10. 18 : 신중대 안양시장, 전재준 회장 방문 설득
○ ’05. 11. 9 : 안양시, 설계 국제현상공모 공고
○ ’05. 11. 23 : 안양시, 수암천 자연형하천조성사업 실시설계용역 의뢰
○ ’05. 12. 1 : 전재준 회장 '땅 돌려달라' 기자회견
○ ’05. 12. 1 : 안양시, 삼덕제지에 대한 입장 밝혀
○ ’05. 12. 2 : 안양시, 설계 국제현상공모 잠정 보류
○ ’05. 12. 2 : 신중대 시장, '전재준 회장 뜻 거스르지 않겠다' 밝혀
○ ’05. 12. 28 : 신중대 시장, 전재준 회장 방문 '주차장 조성 않겠다' 약속
○ ’05. 12. 30 : 종교·시민사회각계 녹지공원 조성 촉구 시민송년행사 개최 예정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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